조회 수 5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회담의 성공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요소는 북미회담 이후에 예상되는 국제정치적 시나리오다.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두고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회담의 개최 그 자체보다도 회담 이후에 나타날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북미회담 이후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 3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국내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북한‧미국 등 정전협정 당사국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더라도 미 의회에서 비준을 거부하거나 정권이 민주당으로 교체될 경우에는 한반도의 불안정이 지속될 여지가 남아있다. 실제로 미국 외교사에서 상대방과 맺은 협정을 나중에 뒤집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최근의 사례로는 이란 핵개발을 둘러싸고 민주당의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에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6개국 사이에 체결된 협정(JCPOA)이다. 미 의회는 이란과의 협정 비준에 반대하면서 3개월마다 협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의회의 비준도 받지 못한 이 협정은 애초부터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파기될 운명이었다. 체결 이후 이란은 협정을 준수하고 있으나,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공약대로 지난 5월 7일(미국시간)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협정 당사국인 이란과 협정 서명국인 5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정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란 핵협정 탈퇴는 전형적인 “강대국의 갑질”인 셈이다. 

  해외 서명국뿐만 아니라 재임 당시 협정체결을 큰 업적으로 내세웠던 오바마 前대통령마저도 트럼프의 탈퇴 선언을 맹비난했다. 또한 탈퇴선언 당일 미국의 정보기관 퇴직자 모임(VIPS)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10년 이상이 지난 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조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북핵 관련 미국과의 어떤 합의나 협정도 이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하여 뉴욕주립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제국주의 연구 권위자인 제임스 페트라스(James Petras)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자. 그는 최근 북한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미국은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란이 경험해 온 사례를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페트라스 교수는 만약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제국도 다른 나라와 맺은 “종이협정“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포기한 사례가 없다며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협정은 오직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에만 지켜질 것이라는 경고음을 날리고 있다.

핵과 관련하여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은 시간표만 다르지 트럼프 정부에서도 기본원칙이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일의 통일을 둘러싼 미국과 舊 소련 사이의 합의 파기다. 과거 미국은 독일의 통일을 반대하는 소련을 설득할 때 통일독일이 다국적 군사동맹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통일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는 지키지 않았고 독일은 현재 나토 가맹국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핵개발을 포기한 북한이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과 비슷한 운명이 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그동안 여러 차례 주장해 온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는 북한과 비교대상이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11년 리비아가 미국, 프랑스 등 나토 가맹국의 공격으로 정권이 붕괴된 이유는 막대한 금보유량을 기반으로 이집트, 튀니지 등과 공모하여 금본위제 아프리카 공통화폐인 “금 디나르”(Gold Dinar) 도입을 통한 세계기축통화인 달러 이탈을 시도하여 미국의 금융패권에 도전하고 아프리카 지역에 통용되는 프랑스 프랑을 위협한 점, 서방의 석유회사를 배제한 자원민족주의를 지향한 사실, 막대한 원유 판매 수입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패권을 추구한 점, 이탈리아의 리비아 석유 이권 확보 야심 등에서 기인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북핵이 제거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중국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 가능성이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하여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까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중국에게 크게 불편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중국이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주장해 온 북한이 자국 영토 내에 미군 주둔을 허락하거나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후 정권이 붕괴된 이라크처럼 미국 대사관(약12만평)에 1만 6천명(2012년 기준으로 현재는 약6천명으로 추정)의 특수부대원이나 용병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근무할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미군의 한반도 북부 진출을 막는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의 상실은 중국으로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혹시라도 미국이 비밀공작을 통해 조선족이 밀집한 동북 3성을 혼란시키거나 중국의 코앞에 미사일방어무기를 배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미국과 적대관계인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나라에 대해 오랫동안 추진해 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명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국가”로 지목하여 적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인접국인 북한에 대해서도 러시아 인접국에 대해 시도한 것과 유사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각한 “신냉전”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 

  국내정치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 역시 “살아 있는 생물”이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사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전개될 복잡한 국제정치적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스크린샷 2018-07-04 오전 113609.jpg
장희식/
뉴욕주립대학교 박사, 역사학자 · 국제정치학자




  1.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424
    Read More
  2.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471
    Read More
  3.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 뉴스 CBS 뉴스는 기독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사건들이 한국 기독교계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
    Date2019.05.08 Views455
    Read More
  4.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379
    Read More
  5.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Date2019.05.08 Views391
    Read More
  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663
    Read More
  7.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
    Date2019.01.03 Views1335
    Read More
  8.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교체 대...
    Date2019.01.03 Views1614
    Read More
  9.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한국영상기자협회 편집위원 김정은 기자(KBS)가 영상기자들 이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미래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영 상기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번 호부터 총 4편의 글을 영 상기자(협회보)에 게재한다. 제1편 행위와 ...
    Date2019.01.03 Views1113
    Read More
  10.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457
    Read More
  11.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을 돌아보며 퇴근길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김장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아서 이모가 해 놓았으니 시간 될 때 찾아가라는 내용이 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보 니, 올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부 캡을 맡은 지도 1...
    Date2019.01.03 Views422
    Read More
  12.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Date2019.01.03 Views477
    Read More
  13. [2019년 각오]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2월 4일, 백석역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평소보다 추운 날이었다. 온수와 난방 작동이 멈춘 몇몇 가정을 방문해 취재...
    Date2019.01.02 Views432
    Read More
  14.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자 (중략) 점점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원류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그 기록의 힘과 속기 성을 따라갈 매체가 아직 없지만 대상을 관찰해서 특성을 파악해 다시 재현한다는 관점, 즉 재해석의 관점에서 ...
    Date2019.01.02 Views426
    Read More
  15. 채널2의 사회학

    채널2의 사회학 모두가 알다시피 채널 2는 현장음을 수신하는 채널이다. 기자의 의도가 확실히 담겨 특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1과 달리 채널 2는 의도되지 않는 현장의 소리가 담긴다. 이런 채널의 속성을 매체와 사회의 관계 문제로 가져가게 되면 두 채...
    Date2018.12.19 Views455
    Read More
  16.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최초의 흔적이다. 이와 동시에 동굴 벽화라는 미디어가 발생했다. 아마 구석기에서 신석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한 역사 기록 미디어는‘ 동굴 벽’을 벗...
    Date2018.12.19 Views608
    Read More
  17. 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여론지도”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국내와 세계가 돌아가는 정보로부터 고립시키고 나아가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써 언론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군사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
    Date2018.10.19 Views695
    Read More
  18.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6·12 북미 정상회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각국에서 싱가포르로 파견한 취재진만 최소 3000명에 달했다고 전해질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 와중에 우리는 적잖이 불편한 사건 하...
    Date2018.10.19 Views418
    Read More
  19.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베인즈 뉴스 픽쳐스(Bain’s News Picture)를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생존자 중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고, 그...
    Date2018.10.19 Views623
    Read More
  20.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
    Date2018.07.04 Views2690
    Read More
  21.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5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