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8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이를 시청한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이미지의 강력한 충격을 함께 경험했다.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이 공유하는 미디어가 공통된 소속감을 불어넣어준다는 앤더슨(Anderson)의 ‘가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가 생각나는 이 장면은 글로 된 어떤 논평보다 영상이 가진 감성적 파괴력이 크다는 점을 뉴스 속에서 보여주었다. 이미지의 힘에 대해 손탁(Sontag)은 ‘내 인생은 그 사진들을 보기 이전과 그 사진을 본 이후로 나뉜다’는 말로 이미지가 주는 강력한 영향력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상저널리즘은 사실의 객관적 기록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지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미지가 특정한 프레임을 배제시키거나 포함시킴으로써 특정 이슈를 부각하고 사회적 사건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영상프레이밍(Visual Framing) 관련 연구는 서구사회에서는 1970년대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온 분야이다. 이들 연구가 공유하는 지점은 이미지는 사람들의 인지와 상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집단의 정체성을 사회에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부시 정부가 규정한 ‘악의 축’과 ‘테러와의 전쟁’의 프레임에 미국 주류 미디어가 사용한 무슬림의 부정적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연구들은 상당수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이와 비슷하게 최근 난민이슈와 관련해서 미디어들이 난민들을 ‘경제적 이주민’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범죄 장면을 주로 부각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연구는 시리아 난민사태 이후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이다. 이들 연구 모두 이미지가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규정하고 고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런던대(UCL)의 조프(Joffe) 교수는 위험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미디어가 구체화하고 이를 사회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는 강하고 대체불가하다. ‘빨갛다’라는 텍스트를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텍스트가 아니라 우리가 보아온 기억된 빨간색이듯, 이미지는 활자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정상이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너무 평화로워서 그 자체로 전복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그 동안 뉴스에 사용된 북한의 이미지는 천편일률적이었다. 미사일과 군사력의 전시, 혹은 기아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북한 뉴스 아이템에 항상 들어가는 전형적인 이미지였다면 일상적 장면과 풍경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뉴스 프레임 자체의 정치적 한계 안에서 더욱 도드라졌던 이러한 고정화된 이미지들은 북한에 대한 별다른 소스를 접할 수 없는 시민들에게 유일한 상상력의 재료들이 되어 왔다. 
 
  이런 관성적 영상의 사용이 남북관계에 대한 공론의 장에 바람직한 영양분을 제공하여 왔는지, 아니면 극단적 대결과 분열의 정치적 수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왔는지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직업인으로서 이제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영상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지배하는 사회적 산물이기에 성숙된 영상문화는 ‘영상의 올바름’이 작동하는 생태계에서 가능하다. 
 
우리는 당연함에 질문하지 않는 영상문화와 제작관행 속에서 살고 있다. 영상의 올바름에 대한 영국의 한 가지 사례는 이미지가 지니는 영향력과 사회적 쓰임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을 준다.  2016년 칸(Sadiq Khan) 런던 시장은 여성의 마른 몸(Skinny Look)을 사용한 이미지 광고들을 공공교통시설에서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살을 빼는 광고나 미용과 패션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사진들은 여성의 몸을 물건처럼 대상화시킬 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 그런 비현실적인 몸매를 추구하도록 자극하며, 결국 여성자체를 비하한다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게 금지의 이유였다. 칸 시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결정적 사건은 ‘해변에 갈 몸이 완성되었어요(Beach body ready)’라는 광고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몸을 사용한 광고들에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이를 비판하는 온라인 청원에 시민들 7만여 명이 서명을 한 광경은 성형외과나 미용 혹은 운동 광고에 익숙해진 눈에는 참 생경했고, 이것을 강제하는 결정 역시 충격적이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미지의 당연함에 대해 이의제기하고, 이런 주장이 공론화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가 부족한 것은 영상기술이 아니라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4시간 뉴스의 빠른 사이클에 맞춰 선정적인 아이템과 영상이 계속 사용 되는 악순환에 대한 반향으로 태동한 슬로저널리즘(Slow journalism)의 핵심역시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에 관련된 것이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같음과 차이를 사회에 기입함으로써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화 작업(Boundary work)을 한다. 취재원을 착취하지 않고, 소수자나 특정그룹 혹은 특정국가와 민족을 일탈적 존재로 만들어내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윤리의식과 직무적 안전장치를 갖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영상저널리즘은 미학적인 측면에 경도되어 기술적으로 세련된 화면을 만들어 내는 것에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찍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을 사용하면 되지 않는지, 생산하는 이미지들이 사람들을 타자화(othering)하고 소외시키는지 아닌지, 취재원의 의미를 축소하고 그릇된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성찰에 그 핵심이 있다. 
 
  남북의 관계가 개선되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경험하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건강하고 민주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올바른 이미지들’을 사회에 제공하는 역할, 사람들의 직관과 상상력에 영향을 주는 직업인으로서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03c5c3efa2374d0ab0f3e897f6477cdf.jpg
김우철/MBC     

  1.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6·12 북미 정상회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각국에서 싱가포르로 파견한 취재진만 최소 3000명에 달했다고 전해질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 와중에 우리는 적잖이 불편한 사건 하...
    Date2018.10.19 Views536
    Read More
  2.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베인즈 뉴스 픽쳐스(Bain’s News Picture)를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생존자 중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고, 그...
    Date2018.10.19 Views772
    Read More
  3.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
    Date2018.07.04 Views2813
    Read More
  4.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645
    Read More
  5.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그리고 보는 것과 언어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형상과 언어라는 개념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
    Date2018.07.04 Views968
    Read More
  6.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줌인>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유사 이래 이미지와 권력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지에 재현된 인물의 크기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졌고,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역시 아우라나, 구도, 혹은 원근법 등을 통해 이미지의 중...
    Date2018.04.27 Views1062
    Read More
  7.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그러했으며 뉴스전문 채널 YTN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MBC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상조직이 해체되는 시련을 겪었고 조직이...
    Date2018.04.27 Views890
    Read More
  8.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조용필 평양공연 제작기 3>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기립박수 공연시간이 30분 전으로 다가왔다. 무대 뒤 대기 석에서는 최종점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무대에 선 조용필이지만 오늘만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다 시 한번 순서를 확인하고 가볍게 몸을 ...
    Date2018.04.27 Views1503
    Read More
  9.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729
    Read More
  10.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1달러짜리 커피의 맛 2005년 8월 18일 오후 2시 55분, ‘조용필공연’ 선발대 69명이 드디어 평양 땅을 밟았다. 평양 순안비행장에는 이미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선발대는 서둘러 숙고인 고려호텔로 달...
    Date2018.04.05 Views794
    Read More
  11. 특별기고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국제정세 불안정의 이면에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기와 연관성이 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둘러싼...
    Date2018.03.15 Views895
    Read More
  12.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850
    Read More
  13.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931
    Read More
  14. 일곱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조용필 평양공연'

    “조용필 선생을 불러주시오!” 무더위가 한창이던 2004년 7월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연수 중 이었던 나는 베이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참사의 전화였다. 그가 힘이 센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왕(歌王) 조용필을 불러 달라니, 일단 ...
    Date2018.01.10 Views1660
    Read More
  15.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舊한말 조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대국 틈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1세기 현재에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다....
    Date2018.01.10 Views85664
    Read More
  16.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887
    Read More
  17. 특별기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해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
    Date2017.11.04 Views826
    Read More
  18. 한국 미디어가 주시해야 하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묻혀 한국 미디어가 의외로 무관심한 분야가 미국‧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이다. 통화전쟁은 실제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기 ...
    Date2017.11.04 Views774
    Read More
  19. 북한 개성 방문기

    개성9첩반상을 다시 받고 싶다.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할 때는 개성 송악산을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목동 SBS 본사 15층에서 북서쪽 지평선 위로 자세히 보면 송악산이 나타난다. 해발 488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사이 높은 장애물이 없고, 목동에서 직...
    Date2017.11.04 Views1054
    Read More
  20. 필사는 창작의 왕도

    필사로 당대 최고 시인이 된 다산의 제자 황상 좋은 글을 베껴 써서 익히고 마음에 담는다는 ‘필사’의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점에서는 필사책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필사’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수백 권...
    Date2017.11.04 Views815
    Read More
  21. 수중 촬영에서 피사체를 쉽게 찍을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스쿠버라이프 김원국 강사입니다. 아! 여기서는 영화사 숨비 촬영감독 김원국입니다.~^^ 이번에 한국방송 카메라기자협회 TV뉴스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저 또한 좀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TV뉴스를 이끌어가는 여러분들과 함께 ...
    Date2017.11.04 Views72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