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베인즈 뉴스 픽쳐스(Bain’s News Picture)를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생존자 중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고, 그를 통해 미학적으로는 조악하지만 현장의 생생함이 전해지는 사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현재 영상 저널리즘은 그때와는 훨씬 더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 현장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영상 저널리즘은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시민들보다 적은 특권을 누리는 현장, 정보를 직접 컨트롤하는 정부와 기업들, 이미지의 쓰임은 압도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를 엄격하게 연출하려는 권력, 거짓 이미지가 쉽게 만들어지는 기술적 배경. 분명 이 모두에 둘러싸인 영상 저널리즘은 방송뉴스에서 가장 변화와 부침을 겪고 있는 영역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실정은 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선 퓰리처상을 탄 베테랑 사진 기자 존 화이트(John white) 조차 해고되기도 하고, 영국 BBC 취재 기자 출신의 한 교수는 BBC에서도 영상의 품질보다는 영상의 있고 없음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우리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영국 주류 방송사인 ITV의 베테랑 카메라 기자 역시 아이폰이 우리의 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 넓은 시장을 가진 영미권의 주류 미디어의 어려움이 이 정도이니 우리가 겪고 있고 또 겪게 될 어려움은 더욱 혹독할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답답한 점은 현재의 상황을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를 극복할 대안의 모색과 새로운 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5년 회사가 시대착오적으로 부서를 없애고 영상의 새로운 포맷과 플랫폼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지점은 영국과 미국 등 서구 미디어 기업들은 20여 년 전부터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해 왔다는 점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의 방향은 단순한 스타일과 포맷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두 가지 이슈를 건드리고 있다.

 

 첫 번째는 보도하는 자의 자격의 문제인 주체(subject)의 문제로, 쉽게 말해‘ 너희가 누구인데 우리를 관찰하고 우리를 규정할 권리를 갖는가’의 이슈이다. 새로운 촬영기기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서구의 매체들은 주체의 자격 문제를 끊임없이

건드려왔다. 현재 일반적인 뉴스의 포맷은 정보의 효율적 가공과 전달에는 용이하지만, 보도하는 자와 보도되는 자 사이에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내재되어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적 시도들은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등장할 때마다 계속되어 왔다. 보다 객관적인 제작자의 위치를 찾기 위해 시도된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에서부터 객관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작자의 개입을 인정한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를 넘어 진실을 체험적 주관적 범위로 좁힌 1인칭 다큐멘터리의 등장 모두 제작자와 취재원의 비대칭적인 권력관계에 대한 대안적 양식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주류 미디어에 대항할 수 있는 표현의 창구를 가진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Top-down)을 거부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흐름 안에 있음을 카스텔스(Castells) 등 뉴미디어 연구자들 역시 강조하고 있다.

 

 서구 미디어 혁신의 두 번째 방점은 새롭게 등장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플랫폼과 어울리는 새로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대한 이슈이다. ‘매체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규정한다’라는 플루셔(Flusser)의 말처럼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 전체를 바꾸고 있고 영상은 그 핵심적 재료가 되고 있다. 문제는 영상 촬영이 대중화된 시대에 현장의 생생함은 타이타닉의 사례에서처럼 점점 더 시민의 카메라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흐름은 새로운 제작방식을 요구한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전 세계 시청자들이 제공한 이미지로 만든 콜라 주식 다큐멘터리‘ 하루 동안의 삶(Life in a day)’은 이미 십여 년에 시도되었고, 영국 가디언(Guardian)이나 미국 뉴욕 타임스(Newyork Times) 등 혁신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다양한 영상 에세이들과 프로젝트는 지금도 끊임없이 영상중심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교점 위에서 미디어 기업들이 그리는 공통된 전략은 결국 시청자와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수평적 눈높이에서 올바른 포맷과 기술로 대응할 수 있는가로 요약할 수 있다. 2016년 로이터 연구소(Reuters Institute)가 BBC 등 30여 명의 주류 미디어 경영진과 매체 전략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담당자들은 생존을 위한 핵심어로 시청자와의 관계 맺음 (Audience Engagement)을 꼽았고 그 지점에 상당 부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흐름은 영상이 생산되는 방식의 중요한 변화를 요구한다. 지난 방송산업은 부침은 있을지언정 호황의 시기를 지나왔고 그래서 영상기자들은 혁신의 필요성을 크게 체감할 기회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의 특권적 지위와 포디즘(Fordism)식의 효율적 표준화를 기준

으로 했던 영상 저널리즘은 피할 수 없는 커다란 변곡점에 와있다. 이는 비단 우리 직종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 시점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모든 직종에게 각 직종이 고등 지식 산업에 편입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순노동으로 표준화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 질문에 응답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지금보다 혹독한 부침을 겪을 것이다. 분명 답은 기존의 낡은 방식으로 도달할 수 없는 언덕 너머의 혁신 위에 있다.   

김우철.jpg

김우철 / MBC      

 

 


  1.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424
    Read More
  2.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471
    Read More
  3.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 뉴스 CBS 뉴스는 기독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사건들이 한국 기독교계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
    Date2019.05.08 Views455
    Read More
  4.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379
    Read More
  5.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Date2019.05.08 Views391
    Read More
  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663
    Read More
  7.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
    Date2019.01.03 Views1335
    Read More
  8.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교체 대...
    Date2019.01.03 Views1614
    Read More
  9.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한국영상기자협회 편집위원 김정은 기자(KBS)가 영상기자들 이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미래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영 상기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번 호부터 총 4편의 글을 영 상기자(협회보)에 게재한다. 제1편 행위와 ...
    Date2019.01.03 Views1113
    Read More
  10.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457
    Read More
  11.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을 돌아보며 퇴근길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김장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아서 이모가 해 놓았으니 시간 될 때 찾아가라는 내용이 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보 니, 올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부 캡을 맡은 지도 1...
    Date2019.01.03 Views422
    Read More
  12.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Date2019.01.03 Views477
    Read More
  13. [2019년 각오]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2월 4일, 백석역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평소보다 추운 날이었다. 온수와 난방 작동이 멈춘 몇몇 가정을 방문해 취재...
    Date2019.01.02 Views432
    Read More
  14.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자 (중략) 점점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원류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그 기록의 힘과 속기 성을 따라갈 매체가 아직 없지만 대상을 관찰해서 특성을 파악해 다시 재현한다는 관점, 즉 재해석의 관점에서 ...
    Date2019.01.02 Views426
    Read More
  15. 채널2의 사회학

    채널2의 사회학 모두가 알다시피 채널 2는 현장음을 수신하는 채널이다. 기자의 의도가 확실히 담겨 특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1과 달리 채널 2는 의도되지 않는 현장의 소리가 담긴다. 이런 채널의 속성을 매체와 사회의 관계 문제로 가져가게 되면 두 채...
    Date2018.12.19 Views455
    Read More
  16.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최초의 흔적이다. 이와 동시에 동굴 벽화라는 미디어가 발생했다. 아마 구석기에서 신석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한 역사 기록 미디어는‘ 동굴 벽’을 벗...
    Date2018.12.19 Views608
    Read More
  17. 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여론지도”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국내와 세계가 돌아가는 정보로부터 고립시키고 나아가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써 언론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군사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
    Date2018.10.19 Views695
    Read More
  18.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6·12 북미 정상회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각국에서 싱가포르로 파견한 취재진만 최소 3000명에 달했다고 전해질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 와중에 우리는 적잖이 불편한 사건 하...
    Date2018.10.19 Views418
    Read More
  19.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베인즈 뉴스 픽쳐스(Bain’s News Picture)를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생존자 중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고, 그...
    Date2018.10.19 Views623
    Read More
  20.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
    Date2018.07.04 Views2690
    Read More
  21.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5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