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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여론지도”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국내와 세계가 돌아가는 정보로부터 고립시키고 나아가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써 언론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군사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언론통제는 군국 일본의 제도와 관행을 대부분 모방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군국 일본에 봉사한 수많은 친일파들이 1948년 정부수립 이후에 중앙정부, 경찰, 군대에서 일하게 된 것에 유래한다.

 

 일본에서 언론통제를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시행한 시초는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직후인 1920년 육군성 내에 신문반을 설치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문반이 전쟁을 미화하고 해외팽창주의로 나가기 위해 만든 자료 중에 1934년 10월 1일에 발간한 <국방의 본의와 그 강화의 제창>이라는 소책자가 있다. 책자 내용 중에 섬뜩한 문구가 있는데“ 전쟁은 창조의 아버지, 문화의 어머니”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에“ 문화”라는 단어를 입혀 파괴와 살육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문화로 포장한 것이다.

 

 일본은 중일전쟁 발발 1년 후인 1938년에 국가를 총력전 체제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신문반을 정보부로 확대, 개편하고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감행되기 직전에 육군과 해군이 보도부를 각각 신설하였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1940년 12월 기존의 내각정보부를 정보국으로 개편하여 본격적인 언론검열과 선전선동 체제로 돌입했다.

 

 일본 정부가 정보국을 신설한 이유는 예상되는 다가올 미국, 영국 등 서방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국내 언론을 통제하고 나아가 국내·외 프로파간다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함이었다. 언론통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두뇌통제이나 프로파간다는 적극적인 세뇌인 셈이다. 일본 관료들은“ 실과 바늘” 사이인 언론통제와 프로파간다가 서로 결합되면 가장 효력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나치독일의 언론통제와 프로파간다 기법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언론통제의 작전본부”로 불린 정보국은 신문, 방송, 잡지 등 국내 언론의 전반에 걸쳐 간섭하고 개인주의, 자유주의, 공산주의 등 군국 일본의 이념에 배치되는 사상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소위 일본판“ 사상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또한 1940년 12월에는 동경출판협회, 일본잡지협회 등 유력 출판단체가“ 자발적”으로 해산되고 일본출판 문화협회를 설치하였다“. 출판”이라는 단어 앞에“ 문화”를 입히는 관례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쟁은 창조의 아버지, 문화의 어머니”라는 육군의 사상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출판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관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일본 군국주의의 언어적 산물이다. 또한 일본 육군은 정신문화연구소의 설립도 지원했는데 일본에서 육사를 졸업한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8년에 설립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도 “정신문화”를 강조한 일본군의 언어적 유산이다.

 

 “정신문화”를 강조한 군국주의자들은“ 정신문화” 개조의 대상으로 우선 지식인을 표적으로 삼았다. 군국주의자들에게 일반 대중은 논리성이 없어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 쉽게 먹히는 존재였다. 이와 반면에, 지식인은 자유주의, 개인주의, 사회주의 사상을 가져 사상적 조국을 가지지 않은 부류로서 국가에 대한 절대적 신념 부족, 국가의 역사적, 민족적 발전에 무관심, 신과 종교 부정, 국제주의적 세계관에 따라 자국의 국시를 분석,“ 국체”(천황제)를 부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공산주의 사상에 다다른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국체”를 부정하는 공산주의의“ 온상”인 지식인이 과녁이 된 것이다.

 

 군국 일본은 언론통제의 법률적 도구로써 언론인들 사이에서“ 신문박멸법”으로 불린“ 언론2법”인 출판법과 신문법을 제정하였다. 전쟁을 독려, 미화하고 천황제 유지와 전근대적인 가족주의적 사회질서를 온존하여 궁극적으로는“ 신성한 천황제 지배구조의 유지”가 궁극적인 목표였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3개월 전인 1941년 9월 일본 정부는 기존의 사후 검열 체제를 사전 검열 체제로 전환하였다. 단적인 예로 신문이나 잡지에서 사진을 게재하려면 정부가 정해주는 컷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는 사상에서 사고방식 그리고 사람에의 통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당국의 언론 지도와 더불어 어용평론가에 의한 대필이 횡행하는 등 전시 하의 학자, 언론인, 평론가, 예술가, 저널리스트는 일본의 가장 암흑시대에 열성적인 부역자이자 군국주의의“ 나팔수”로 전락하였다.

 

 이상 살펴본 언론통제는 과거 일본 군국주의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군사정권 시대에“ 언론지도”의 이름으로 언론통제가 악명이 높았던 나라였다. 2017년 3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기무사 문건에“ 언론통제”와“ 검열”이라는 문구가 나온 것을 보면 우리 사회 일부에서 과거 군사정권과 같은 언론관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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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식

뉴욕주립대학교 박사, 역사학자·국제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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