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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방송계에 휘몰아치는 ‘피의 숙청’, 당당히 맞설 것이다

언론계의 시계바늘이 30여년 전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정확히 되돌아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노조)에 대한 구본홍, 아니 이명박 정권의 피비린내 나는 대규모 숙청은 우리 방송인들로 하여금 실제 군사독재 정권 아래 있는 듯한 혼란과 공포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는 불과 8개월 전만 하더라도 정치권력을 상대로 ‘언론자유 쟁취’ 투쟁을 벌이고, 그 대가로 정권의 하수인인 경영진으로부터 대량 해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라 여겼던 끔찍한 일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노종면, 현덕수 등 YTN노조 전현직 간부 6명에게는 ‘해임통보서’가 전달됐고, 해임과 정직 등의 징계로 인해 <돌발영상>은 불방됐다. 이것이 바로 YTN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는 곧 한국 방송계, 언론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YTN을 피로 물들인 칼날은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선 모든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9.17 인사대학살’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KBS에서는 ‘KBS 사원행동’ 참가자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인사위원회도 곧 열릴 것이라 한다. 이병순도 구본홍과 똑같은 낙하산인데 YTN에서 일어난 일이 KBS에서는 벌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KBS가 정리된다면 MBC <PD수첩> 제작진들에게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명박식 독재정치’에 따라 한국사회 구석구석을 옥죄고 있는 공안정국이 이제 방송계와 언론계에도 파고들어 언론인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유신독재와 5공독재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도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자신을 내던졌던 선배들처럼 우리 또한 당당히 맞설 것이다. 그리고 선배들이 끝내 ‘언론자유’를 쟁취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반드시 역사의 시계바늘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우리는 먼저 이번 YTN의 대규모 해고와 중징계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편법적으로 ‘낙점’된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YTN노조의 투쟁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 반면 출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전혀 인정받지 못한 ‘낙하산 사장’의 징계는 그 어떤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합리적 소명 절차도 무시한 채 징계사유마저 조작돼 마치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듯 이뤄진 YTN 경영진의 징계는 무효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YTN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가 실질적으로 무효가 되고, ‘방송독립’을 지키려는 그들의 투쟁이 끝내 승리할 때까지 굳건하게 연대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징계가 평소 YTN 구성원이 믿고 따랐던 ‘선배’들의 손에서 자행됐다는 점에 같은 방송인으로서 깊은 비애감마저 가진다. 우리는 그들이 구본홍의 하수인 노릇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후배들의 대열에 동참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KBS의 ‘관제사장 이병순’에게도 경고한다. 만에 하나 KBS에서도 YTN과 같은 피의 숙청을 단행할 절차를 밟고 있다면 지금 당장 중단하라. 그래야만 KBS를 더 이상 망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끝내 YTN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KBS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뿐 아니라 전체 방송계와 언론계, 그리고 시민사회로부터 전면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게도 경고한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잠깐 동안 되돌릴 수는 있겠지만, 결코 영원히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헛된 욕심을 버려라. 그렇지 않다면 우리 방송인들은 정권과의 전면전 또한 불사하지 않을 것이다.

2008. 10. 7
한국방송인총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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