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카메라기자협회 수중촬영교육 나이트록스 과정을 다녀와서
고 수(高手)
"나이트록스가 뭐지?"
"아 예... 그건 말이죠..."
"밤에 다이빙하는 건가?"
아마 나이트록스 교육과정이 협회 홈페이지에 올라 온 이후 이런 반응을 보인 회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교육에 참가한 회원 다수가 동감을 표시했거든요.
나이트록스(Nitrox)는 질소(Nitrogen)와 산소(Oxygen)의 합성어입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도 나이트록스지만, 일반적으로 다이빙에서 사용하는 나이트록스는 질소의 비율을 줄이고 산소의 비율을 높인 공기를 사용함으로써 일정한 깊이에서 일반 공기보다 체내에 축척되는 질소를 줄여준답니다. 그로 인해 다이버에게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하지요. 산소중독 등의 단점도 있기는 합니다만...(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산이나 설명이 복잡해요... 이론 교육받다가 머리 터질 뻔...) 그러니까 이런 교육이 필요하겠죠?
다른 회사, 다른 지역의 선후배를 만난다는 약간의 설렘과 교육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힘든 교육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제주공항에서 서로를 만났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누가 교육에 참가한 카메라기자인지 금방 알아봅니다. 작년에 교육에 참가했던 회원도 있고, 오픈워터 과정에 처음 참가한 회원도 있지만, 서로가 카메라기자라는 것을 직감으로 금방 알 수 있다는 거 다 아시죠? 또 느낌만으로도 누가 선배인지 누가 후배인지 대충 가늠하는 것 역시 카메라기자라면 기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역시 고수들!
그러나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어려운 것이 있는 법. 선배님들이 거의 스킨헤드(대머리)가 다 되어가는 내 외모에 깜빡 속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저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거든요.(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차라리 먼저 자수를 하는 것이 후 폭풍을 피하는 길일 뿐!
작년 수중촬영 교육에 참가해서 프로그램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교육 역시 기대를 안고 참가했습니다. 교육과 더불어 바쁜 일상에 자주 접하지 못하는 다른 지역, 다른 회원사 선후배가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일 것입니다.(교육에 참가해서 가장 큰 소득은 사람을 알고 가는 것이라는 부분에 동감하는 회원들이 많습니다.)
첫 날 수영장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오픈워터 교육 참가자들의 부러운 시선을 뒤로하고 한 무리의 고수(?)다이버들은 바다로 향합니다. 체크다이빙을 시작으로 하루 세 번의 다이빙으로 이루어지는 숲섬, 범섬에서의 이틀간의 교육, 두 번의 보트다이빙으로 이어지는 하루의 실전교육과, 시험으로 끝이 나는 나이트록스 이론교육까지 만만한 순간이 없습니다.(이론 교육이 가장(?) 힘들었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서서히 고수가 만들어집니다.) 여차하면 사고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협회장님이나 교육을 하는 강사님들이나 안전을 강조하고 많이 긴장합니다. 그런 가운데~ 고수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습니다. 저도 아직은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많이 부럽습니다. 고수들이 풍기는 그 여유로움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고수들의 여유로움과 꼼꼼함이 부러운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폼’ 때문이 아니라, 수중촬영에 임할 때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더 좋은 화면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이빙 장비에다가 수중촬영을 위한 하우징까지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는 시선은 부러움을 넘어 역시 ‘고수’라는 경외감까지 느끼게 만듭니다.(물 밖에서 카메라를 메고 일할 때에는 모두가 고수입니다.)
다른 단체에서 하는 많은 종류의 교육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참가해 봤지만, 수중촬영 교육처럼 실질적인 실습과 빡빡한 일정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단언컨대 없었습니다.(다른 단체의 교육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 바랍니다. 회원사의 업무에 최대한 출혈을 줄이기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는 교육일정은 이미 오래된 관습입니다. 교육과정에 오픈워터 과정이 개설된다면 지금까지 참가하지 않았던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추천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은 새로운 에너지를 샘솟게 하기도 하고, 교육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 왔을 때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저만 그런 것이 아니기를...)
너무 교육을 미화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지만, 나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참 중요한, 그리고 필요한 교육입니다. 비단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한 번의 수중촬영교육으로 모든 수중촬영교육이 끝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물속에서는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데 촬영까지 하려면 적어도 다이빙에 있어서는 고수가 되어야 합니다. 고수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회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많이 허용해 주시기를 각 회원사 데스크를 보시는 선배님들에게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예쁘게 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을 시작한 오픈워터 교육 참가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미 수중촬영에 임하고 있는 회원들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교육이었기를 바랍니다. 오픈워터 교육을 받은 회원들이 다음 수중촬영 교육에서는 아마 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찾아보면 개척해 나가야 할 분야가 많이 있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갑자기 닥칠 지도 모를 수중촬영에 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스스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달리는 배 위에서 바라보던 그 바다, 숙소에서 바라보이는 그 제주 바다와 감귤 밭, 섬에서 시켜먹던 중국집 음식과 하루의 교육을 끝내고 가볍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 얼굴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만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교육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협회장님, 사무국장님, 교육담당하신 강사님들, 빡빡한 일정에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이론교육을 소화하느라 잠을 설친 선후배님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어느 날 고수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2008년 가을에 접어든 구월의 어느 날
한보욱 / 대구MBC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