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KakaoTalk_20220503_152018132.jpg
KakaoTalk_20220503_152032863.jpg
KakaoTalk_20220503_152033183.jpg
KakaoTalk_20220503_152032688.jpg
KakaoTalk_20220503_152500315.jpg
KakaoTalk_20220503_152048164.jpg

거대한 산불의 화마 앞에 사람도 동물도 모두 아비규환
 3월 4일, 동료 취재기자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울진에 산불이 났다는 소방본부 문자를 받았다. 곧이어 전화가 울리자마자 우리는 본능적으로 밥을 신속히 입에 밀어 넣었고, 전화를 끊자마자 회사로 출발했다. 회사가 있는 포항에서 울진 산불 현장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기 때문에 카메라와 LTE 장비, 조명, 안전모 등을 차에 실고 바삐 출발했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와 매캐한 냄새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불이 붙어있었다. 앞집, 옆집, 뒷산 할 것 없이 모두 활활 타고 있었고, 길에 나와 있던 강아지들은 흰색 털이 모두 누렇게 그을려 누렁이가 되어있었다. 현실감이 들지 않아 마치 재난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새까맣게 타서 무너져 내린 집 앞에서 우시는 할머니를 인터뷰하면서 감히 위로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도 동물도 현장은 모두 아비규환이었다.

 현장에서 통신이 터지는 곳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이동 중에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회사로 보내려는데 통신 신호가 안 잡히는 거다. 알고 보니 전선이 불에 타 일부 지역의 통신망이 마비가 된 것이었다. 나와 취재기자는 동시에 패닉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5시 뉴스 생중계 연결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장 차를 타고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통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열악한 취재현장, 인력난 속 주120시간 근무를 꽉 채운 열악한 재해취재 근무상황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오디오맨은 엑셀을 세게 밟았고 앞에 앉은 취재기자는 휴대폰으로 통신 신호가 터지는지 확인했다. 뒤에 앉은 나는 MNG송출장비를 켜서 제발 신호가 들어오길 기도하며 거의 절규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방송 5분 전에 겨우 통신 신호가 터지는 현장에 자리를 잡았고 생중계 연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저녁 뉴스 연결 전 리포트 제작을 위해 급히 자리를 옮겼다. 주민 임시 대피소로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현장을 스케치해서 LTE 장비로 회사에 영상을 보냈다. 이후 다시 화재 현장으로 돌아와 타오르는 불길 앞에 기자를 세워두고 현장 연결을 했다. 그렇게 새벽 특보까지 마감하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출발했다. 도로로 침범하는 불길을 뚫고 가면서 이 불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인 뒤 우리는 아침 뉴스 연결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시 현장으로 갔다.   

 영상기자들은 산불 취재기간 동안 적게는 주 80시간에서 많게는 주 120시간까지 근무를 했다. 인력난으로 인해 한 취재기자는 주 130시간 넘게 일하기도 했다. 오디오맨들 또한 하루 종일 취재에 동행하고 왕복 다섯 시간 거리를 운전해야했다. 또 다른 사고가 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더딘 피해복구, 모자란 피해주민 지원금
- 주민들 삶, 정상화 될 때까지 현장기자로서 꾸준한 관심 전하려

 우려처럼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산불은 열흘간 이어졌고 서울 면적 1/3의 산림이 불탔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 진압된 뒤에도 취재는 이어졌다. 집을 잃은 이재민들, 송이 밭이 전부 탄 농민들, 불에 타 죽은 동물들 등 현장을 다시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로 담았다.  

 산불이 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복구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전파된 주택들에 대한 지원금이 최대 9천만 원으로 책정되었지만 이재민들이 새 집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임시 조립 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50여 세대의 주민들은 모텔이나 마을 회관을 전전하고 있다. 

 산림이 복구되고 주민들의 삶이 돌아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만큼 영상기자로서 울진 현장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꾸준히 전하겠다. 

포항MBC / 박주원


  1.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강릉 경포동 산불 당일 차 안에서 촬영한 첫 컷 ▲강릉 경포동 산불 ▲강릉 경포동 산불 당일 KBS강릉방송국 취재진 밤사이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걸 짐작할 ...
    Date2023.04.26 Views345
    Read More
  2.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지난 2021년 한국영상기자상 멀티보도부문 수상작 안동MBC 임유주 기자의 ‘화엄’이 대만 Daii TV에 방송이 확정되었다. 또한, 태국, 이스라엘, 남아공에서도 수입...
    Date2023.03.03 Views273
    Read More
  3.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개정·취재트라우마 극복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Date2022.12.28 Views517
    Read More
  4.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처음이자 마지막일 도시 월드컵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이 모두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큰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의 차이점은 올림픽은 ‘도시’를 ...
    Date2022.12.28 Views316
    Read More
  5.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지난 11월 28일. 가나전이 열렸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취재를 위해서였다. 광장은 추웠다. 저녁 무렵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
    Date2022.12.28 Views224
    Read More
  6.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다른 언론인의 피해, 나의 취재자유와 안전이 침해 당하는 위기로 공감해야 더 안전하고 좋은 준비와 자원을 가진 언론인들이 더 좋은 품질의 뉴스보도 올해 2월,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제 ...
    Date2022.11.01 Views211
    Read More
  7.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영상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시에, 영상은 매우 위험한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
    Date2022.11.01 Views329
    Read More
  8.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 라이펜슈톨 주한독일대사로부터 특집부문 상을 받는 윤재완 독립PD. 2021년에 콜롬비아의 다리엔 갭을 통해 파나마, 멕시코, 미...
    Date2022.11.01 Views406
    Read More
  9.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수상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게 된 건 알 자지라의 도하 본부와 예루살렘 지부를 통해서였고, 한국인 언론인 동료도 수...
    Date2022.11.01 Views241
    Read More
  10. [현장에서]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ENG 이걸 꼭 써야 되나요?” 영상기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한 지망생이 내게 직접 했던 말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들의 눈에 비춰진 ENG는 크고 무겁고 이제는 성능조차 백만원짜리 미러리스에 비해 한...
    Date2022.08.31 Views2139
    Read More
  11. [현장에서]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저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10여 년 전 영상기자가 되었습니다. 콜롬비아 외딴 지역에서 노조와 농민단체들과 일했는데, 엘리트 계층과 외국 회사들에 의한 살인, 살...
    Date2022.07.01 Views328
    Read More
  12. [현장에서]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2021힌츠페터국제보도상’에 참여하게 된 건 동료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제 다큐멘터리를 출품한 적이 없어 수상 경력이 없었습니다. 저는 동료가 요청한 대로 출품 양식을 작성했고, ‘힌...
    Date2022.07.01 Views380
    Read More
  13.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폴란드 국경지역 취재기] 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엇갈린 전쟁예측, 다시 역사의 현장 속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임박해지면서 위험지역 출장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국경지역 요르단과 쿠웨이트에서 취재 경험이 있는 나...
    Date2022.05.03 Views433
    Read More
  14. [현장에서]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거대한 산불의 화마 앞에 사람도 동물도 모두 아비규환 3월 4일, 동료 취재기자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울진에 산불이 났다는 소방본부 문자를 받았다. 곧이어 전화가 울리자마자 우리는 본능적으로 밥을 신속히 입에 ...
    Date2022.05.03 Views1130
    Read More
  15.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베이징 겨울 올림픽의 취재 현장은 주최측이 정한 폐쇄루프를 벗어날수가 없었다. ‘오미크로 변이’ 확산 속에 올림픽 취재 위해 계속 된 검사, 검사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한다. 처...
    Date2022.03.08 Views417
    Read More
  16.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장영근 기자가 취재한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경기도중 미끄러지는 모습. 올림픽은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동시에 취재·방송하는 사람들에겐 경기장에 펼쳐지는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
    Date2022.03.08 Views459
    Read More
  17.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코로나19와 싸움 속에서도 새로운 이슈들로 치열했던 2021년의 뉴스현장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지난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전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영상기...
    Date2022.01.07 Views501
    Read More
  18.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시대의 올림픽 취재 올림픽 취재의 첫 단계는 5월 초 코로나19백신 접종이었다. 5월 중순부터는 코로나 관련 입출국 및 취재 유의점에 대한 이메일 자료, 교육 등을 받았다. 올림픽 취재 한 달 전...
    Date2021.09.24 Views842
    Read More
  19.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최 강행이냐, 취소냐 이야기가 많았지만 일본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행을 선택했다. 개최가 결졍되고 선수와 임원, 올림픽 지원인력?등 각국...
    Date2021.09.24 Views883
    Read More
  20. Olympics, Enjoy the Moment!

    Olympics, Enjoy the Moment! ‘사상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만큼 ‘전례 없는’ 올림픽. 그리고 영상기자로서 ‘첫’ 종합대회 출장. 평소 같으면 기대가 앞섰을 출장이지만 이번엔 출발 전부터 각종 악재와 우려로 마음이 천근만근이었...
    Date2021.09.24 Views812
    Read More
  21.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빗 장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순방 이후 한동안 해외를 나가지 못할 것이란 현실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0년 전 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19의 여파는 삼청동에 자리 잡은 청와대 춘추관에도 미...
    Date2021.07.06 Views4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