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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현장과 언론, 그리고 피해자의 트라우마

 

 

지난 6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쯤 세월호 참사유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참사 직후 팽목항에서 먼걸음 뒤에서 본 후 1년여 만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걸음이었을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 끝나지 않은 슬픔을 (그들 말마따나 ‘인간도 아닌’) 기자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방송에 온에어가 되고 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방송뉴스. 짧은 취재기간 동안 취재원의 심리상태를 고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까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1년간 느껴온 기자들은 ‘쓰레기’, ‘인간말종’, ‘감정 없는 기계’ 이었습니다.
이날 촬영기자들의 참사현장 취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습니다.

– 참사 며칠 뒤 ○○○방송사 촬영기자가 유가족과 방송에 꼭 내보내 주기로 약속하고 혼자 유가족 배에 올라타 촬영한 다음 육지에서

아무말 없이 홀연히 사라지고, 방송조차 나가지 않았던 이야기.

– 진도체육관에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유가족이촬영기자들에게 ‘대통령과 이야기 할 수 있게’ 비켜달라고 이야기 했을 때,

유가족에게 고성과 욕설을 내뱉던 촬영기자 이야기.

– 진도군청에서 브리핑 장에 무수히 많은 촬영기자들 때문에 유가족들은 브리핑 내용조차 듣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브리핑장에서 유가족이 실신해 쓰러졌을 때 촬영기자들이 응급조치 보다는모조리 달려들어 찍기에 혈안이 되어있던 이야기.

– 사전에 아무 양해 없이 유가족들에게 조명과 카메라를 들이 밀던 촬영기자들 이야기.과연 좋은 그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동물원의짐승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트라우마를 주면서까지 취재할 권리가 있을까요?

피해 유가족의 신뢰로 단독그림 확보했으면 불방후에 불방의 이유라도 유가족들에게 진실하게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브리핑 현장의 경우 협회중심으로 POOL운용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누가 촬영기자에게 유가족과 대통령과의 만남 가운데에서 만남을 방해하고 욕을 할 권리를 주었습니까?
우리는 취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유가족과의 대화를 마치고 많은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보도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취재원에 대한 ‘공감’이란 부분이빠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피해자 대면취재가 많은 촬영기자들부터 피해자들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협회차원에서의 재난보도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 제정과 재난 상황에서의 POOL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 별첨: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의 김수진 정신과 전문의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되 “저도그 아픔을 이해합니다.”와

같은 말로 접근하지는 말라고 조언합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정신적 감정의변화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분노’의 감정이라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아니면 그 아픔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취재를위해 거짓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피해자의축적된 분노의 정도가 폭발 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100%공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등 다소 과장된 리액션이나 제스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취재진이 했던 질문 중 가장 힘들었던 질문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는데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가 가장 듣기 싫고, 취재진에 대한반감을 일으키는 질문이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해오던 질문 이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제일 큰 질문이었던 것입니다.

 

 

 

 

 

45.jpg


윤성구/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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