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했다 전해라~~~
2015 저널리즘아카데미 영상취재기자과정 2차 in 대구
최근에 이사를 했다.
전에는 출근 시간이 10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새로 이사한 곳은 상황에 따라 빠르면 40분,
월요일 같은 날엔 1시간도 소요되곤 한다. 물론 자가용 기준이다.
수도권에서 출퇴근 하시는 분들은 ‘1시간?? 장난 똥 때리냐!!’ 고 하겠지만, 게으름에 길들여진 이 나약한 미물에게는
미처 적응되지 않은 출근길이 버겁기만 했다. 그렇기에 5일간의 출근 길 후 알람을 꺼놓고 늦잠의 축복을 즐길 수 있는
토요일 아침이야 말로, 일주일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주 토요일 아침은 그 축복을 망설이게 했다. 출석부엔 내 이름조차 없었기에,
가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는 교육이었고, 박현철 선배의 타임랩스 활용이나, 드론 시범 교육은 2년 전
‘멀티형 카메라기자 교육’에서 이미 접해 본 강좌였다. 게다가 일요일은 휴일 당직 근무였기에,
토요일의 휴식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래도 난 일어났고, 조금 늦었지만 갔다. 잘 들었고, 훌륭했다.
이제 어떻게 훌륭했는지 적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내년도 교육을 듣고 싶어지게 하는 것이 나의 글쓰기 목적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타발적이었지만,
지금의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을 현혹하려는 의도는 100% 자발적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첫 번째 강의를 맡은 박현철 강사는 호기심이 많거나 시간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둘 다 이거나.
2년 전 강의를 들은 학생(김남용, 我)이 발전한 것보다, 열 갑절, 스무 갑절은 더 강의 내용이 발전해 있었다.
대전에 있는 대학동기가 강의자료 좀 하나 더 받아 달라고 했지만, 난 추가로 더 챙기지 않았다.
글로 보는 이 강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것보다 멍청한 짓이
영상을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무에서 직접 작업한 8k 타임랩스의 활용도 혹은 화질의 사기성.
전동슬라이더를 사용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팁.
니콘 DSLR 안에 있는 인터벌과 미속도 기능의 차이점-이거 진짜 할 때마다 헷갈림.
타입랩스는 24p로 작업할 것인가, 29.97p로 작업 할 것인가? 일출 일몰 촬영 시 노출은 어떻게 할래?
CCTime Blend는 새로운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한 번 해보면 다시는 하기 싫다는 하이퍼-타임랩스는 왜 자꾸 하게 되는 것인가.
HDR도 모르면서 HDR 타임랩스는 어찌하려고 하는지... 등 실무에서 궁금했지만 어디 물어볼 데도 없던 사이다 같은
강의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읽고도 이게 한국말인지 신조어 인지 잘 모르시겠는 정년 5년 이상 남으신 분들에게,
한 번 들으면 좋고 두 번 들으면 더 좋은, 그리고 실습하면 완전 좋은 강좌임음 강조하는 바이다.
다시 읽어봐도 이건 박현철-용비어천가 수준이지만, 초최신 정보의 실무형 타임랩스 강좌를 이 정도 수준으로,
그것도 한국말로 하는 사람은 국내에 몇 명 없으리라 자신한다. 거기에 공짜라는 옵션이 추가 된다면,
지구에 단 한 명 ‘박현철’ 이 존재함을 확신한다.
두 번째 강좌인 ‘드론입문교육’은 정말 큰 기대가 없었다.
이 또한 지난번 ‘멀티형 카메라기자 교육’때 포함 됐던 과목이었고, 그 당시 만족도가 굉장히 낮았기 때문이다.
강의 평가에 5점 만점에 1점을 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2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드론의 기술력이 높아 진 만큼, 강의의 커리큘럼도 바뀐 것이다. 그 당시엔 이론 교육 후 날개가 8개 달린,
벽돌만한 배터리를 장착한 준중형차 가격의 드론을 전문가가 날리는 모습을 구경만 했다면
(그나마 전파 방해로 날리지도 못했다) 이번 교육에 사용된 팬텀3는 짐벌이 장착된 일체형 카메라를 탑재하고
배터리 포함 무게가 2kg도 안 되는, 노트북 1대 가격의 실습이 가능한 모델이었다. 특히 실습이 대박이었다.
첫 번째 시간인 타임랩스 강의 땐, 궁금증을 가지고도 질문의 손을 못들고 계시던 모 선배가,
이번 강의 땐 선두에 나서 양팔을 휘두르셨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인지 내가 조종하는 드론이 높이 올라가자
어지러움을 느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알지만 실제로 그랬다) 이렇게 드론에 대한 쉬운 친해지기 방식은
드론의 운용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사실 요즘 초등학생도 놀이터에서 날리는 드론을 단지 새로운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감부터 나타내는 (몇 년 전 스마트폰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그렇지 않았을까?) 경향이 있었는데,
실습을 통해 그리 까탈스러운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체득한 이번 강의가 향후 각사의 영상취재팀 장비 목록에
‘드론’이 찍혀 있을 날이 멀지 않음을 감히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비행의 법적 제약도 있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의 소재,
손해보상보험의 문제도 있지만, 강의의 목적인 ‘드론은 쉽습니다.’는 정확히 전달하는 강의 였다.
그렇기에 이번 강의 평가에선 5점 만점에 10점을 주었다.
사실 타임랩스나 드론은 영상의 조미료이지 주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캠핑을 가서 부대찌개에 라면스프를
넣어 본 사람이라면, 조미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만약 자신이 조미료 없이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대가’ 라거나, 전문적으로 조미료를 생산해 주는 무료의 꼬붕 혹은 머슴이 있다면,
조미료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몇 명이나 그럴 수 있을까?
타임랩스는 시간의 압축과 고화질의 구현이다. 드론은 앵글의 다변화 이다. 타임랩스나 드론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극도의 고화질로 시간을 압축하고, 하늘을 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대답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이 어렵고, 그 문이 어디 있는지 모를 뿐이다.
이번 강좌는 경력8년차의 나에게 뿐만 아니라 경력 28년차의 선배에게도, 그 문을 찾고 두드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2016년의 강좌에선 바로 당신이 그런 기회를 얻길 바란다. 그리고 바랍니다.
김남용 /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