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위기의 카메라기자
최근 들어 각 방송사들의 구조조정설이 터져나오면서 시절이 하수상하다. KBS의 팀제 개편, MBC의 구조조정, SBS의 인원 동결 등 둘러보아 시야에 잡히는 것은 내내 악재들로 보인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천지가 개벽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취재하는 사람은 있어야 할 터,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은 방송보도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용감무쌍한 사람들도 일부 있기는 하다. 과연 그럴까.
매일 이어지는 뉴스제작 중에 카메라기자들이 발제를 한 아이템은 얼마나 되는가. 현장 취재가 이루어지기 이전까지의 과정에서 기획에 참여한 아이템이 어느 정도나 되는가. 연합뉴스, 인터넷 등등의 빠른 업데이트를 보면서 그 중에 방송뉴스가치를 판단하며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자는 몇이나 될 것인가. 혹시 수동적인 제작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학한다고 하지 말자. 우리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지만 시험대에 오를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자만하지도 말자.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기 싫든 간에 조직 내부에서 우리를 독립된 기자로 인정하는 층은 그리 넓지 않다.
뉴스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자. 뉴스는 정보에서 출발한다. 각 사의 풍부한 정보 보고 내용들을 보라. 전체 인원과의 비중으로 볼 때 카메라기자의 취재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취재원들이 취재기자들만 상대한다고 푸념하지 말자. 우리가 카메라를 놓고 퇴근을 한 후에도 취재부서의 정보 수집은 계속된다. 공석에서, 사석에서 흘러 다니는 이야기들을 ‘정보화’하는 주체는 취재기자인 경우가 많다. 이것이 힘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다. 정보의 흐름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누가 할 것인가.
출입처의 세분화, 장기화를 통해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취재기자의 출입처가 바뀌어 새로운 기자를 동반자로 만났을 때, 그를 위해 출입처의 제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베이스는 필수적이다. 출입처의 취재원들이 면식 몇 번 가지고 내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얼굴 아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하다. 그들의 머리 속을 누비며 깊은 정보와 분석력을 기르자.
취재원에게 명함도 건네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도 귀찮아 하면서, 취재원이 나에게 정보를 주리라는 기대는 티끌만큼도 하지 말자. 출입처의 발생 상황은 기본적으로 챙기고 그 일이 끝나면 곧바로 기획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노력이 없다면, 그는 기자가 아니다. 취재기자인 척 살자는 말이 아니다. 취재기자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가 하자는 말이다.
출입처의 세분화에 필수 요건이 있다. 팀간 배려다. 평소에는 철저하게 팀간 구분을 확실하게 하되 긴급한 발생에서는 서로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 직업의 재도약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술 사주고 밥 사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다. 더군다나 지금 횡행하고 있는 각 사간의 원칙 없는 카피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다. 달콤한 맛에 취해 뱉어내지 못한다면 급기야 엄청난 독이 되어 우리의 숨통을 옥죌 것이다.
사족 한마디. 주인의식을 가지고 ‘경영’마인드를 기르는 것은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경영자’라고 착각하는 중간간부들의 마인드를 우려한다. 중간간부에게는 사측에 우리의 취재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그것을 관철하는 마인드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