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6mm 디지털 카메라와 방송
방송 프로그램은 문화 상품임과 동시에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과 질을 표현하는 문화적 컨텐츠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의 질 향상은 방송발전을 도모하고 공공의 이익을 제고하며 궁극적으로 시청자의 방송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한다. 특히 영상의 시각적 이미지는 동시대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소형 6mm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1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VJ라는 직종이 생겨 났는데, 6mm 디지털 카메라의 사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6mm 디지털 카메라가 지닌 저예산 테그놀로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것이 무분별 하게 방송에 등장하면서, 방송의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가져오며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가 받는 피해로 작용하는 것이다.
6mm는 저가라는 이유로 방송사내에서 서브카메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IMF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방송국의 제작비 절감이라는 명제를 등에 업고, 이제는 이 6mm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 만든 프로그램들이 공중파의 상당부분을 메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6mm 디지털 카메라는 배타적 장점을 살려 개척 할 만한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영상으로 자리매김 한다는 인상을 지을 수가 없다.
카메라를 조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셔터를 넣고 끊는 작업이 아니다. 이 역시 미학적이고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위한 다양한 기술적인 선택과 조작이 필요한 것이다. 이 기능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표현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치명적 약점을 안게되고 이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부적합하게 된다.
6mm는 방송용 ENG카메라의 대체품이 아니다. 방송국 내에서의 6mm의 사용은 6mm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한정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상대적으로 6mm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에만 선택적으로 사용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제작비의 절감이라는 당의성에만 치중하다 보면 결국은 6mm의 사용이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6mm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른바 VJ의 1인 제작 시스템은 현재 방송사에서 실행중인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제작 시스템과 비교 될 수 없다. 가령 아이템의 기획에서 취재, 촬영, 편집 단계를 1인이 제작해서 15분물을 1주일만에 완성하였다면, 현재 방송사의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제작 시스템에서는 15분 물을 하루에 한 작품이상으로 제작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혼자 모든 제작 과정을 책임지다보니 노동 강도가 기존 작업의 몇 배가 되고, 또한 촬영 중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를 위험 또한 혼자서 감내 해야 한다.
그러므로 경제적 논리와 창의성, 영상취재의 전문성, 취재 현장에서의 위험 요소등에서 VJ의 1인 제작 시스템은 비생산적 구조를 갖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방송사 경영진들은 1인 제작방식의 경제적인 혁신성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최근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1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 편성되었으나 과연 저런 프로그램도 6mm로 찍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때가 많다.
또 아무리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작품이 미학적인 질보다는 리얼리티 등의 장점으로 어필하는 특성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미학적 질의 한계는 곧 시장 경쟁력의 저해 요인이 되고, 이는 곧 문화 콘텐츠인 방송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 방송사의 품위(이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6mm카메라를 가지고 취재원 인터뷰를 하는 것과 ENG카메라로 인터뷰하는 것은 취재 당사자에게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소형 6mm로 접근 할때 나타날 수 있는 비신뢰성이 곧 방송사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한다는 명제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는 상위 개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도구, 어떠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할 것인가는 결국 운용하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회사 측의 제작비 절감이라는 무형의 압박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의 근시안적인 편의성의 추구 때문에 6mm 디지털 카메라가 프로그램에 알맞게 사용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6mm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맞게,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각 방송사에서는 HDTV시험방송을 포함하여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좀더 좋은 화질,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고자 시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구 무분별한 6mm카메라의 사용은 시청자들에게 내용과 형식적인 면에서 좀 더 고급스러운 프로그램을 제공할 기회를 방송사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6mm카메라가 지닌 기능의 우수성을 폄하 하는것이 아니라 6mm카메라는 정말 필요한 적시 적소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6mm카메라는 6mm카메라만의 배타적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영역안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이정남 기자 newscam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