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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방송에 대비한 16:9 영상 표준을 마련해야

 현재 한국의 공중파 방송은 기본적으로 4:3 비율로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화질의 HD 방송으로 전환되면 이 방송 비율은 16:9로 바뀌게 된다. 아직까지는 4:3의 기존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영상구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달라질 영상구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TV 수상기의 거의 98%는 4:3의 기존 비율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중파 방송과 위성방송국에서 앞다투어 HD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또 제작에 나서면서 뉴스에서도 16:9의 HD방송용 뉴스를 제작하는 경우마저 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시청자가 4:3으로 보고 극히 일부의 시청자만이 16:9의 고화질 방송을 보기 때문에, 방송을 제작하는 현업에서 4:3을 기준으로 촬영하고 있어서 그저 16:9의 수상기를 보유한 사람은 추가로 양옆의 보너스 영상을 보는 수준이다.

 지난달부터 SBS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방송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HD 방송으로 송출하고 있다. 당연히 방송비율도 16:9를 표준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상취재부의 카메라는 HD 카메라라기 보다는 HD방송에 이용할 수 있는 소니사의 SX 카메라를 사용하여 다만 4:3과 16:9의 비율만 전환시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의 대부분도 4:3으로 보고 촬영하는 카메라도 달라진 것이 없다보니 16:9에 대한 대비에 거의 관심이 없다. SBS의 한 카메라기자는 “뉴스의 경우, 아직까지 인터뷰와 스탠드 업은 4:3 수상기를 보유한 시청자를 고려해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16:9 수상기를 보유한 시청자가 오히려 애매한 구도의 화면을 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자료화면의 경우에도 4:3 비율이므로 사이드에 패널을 채워 방송한다. 따라서 16:9 화면을 계속 시청하다보면, 사이드 패널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게 되어 고가의 수상기를 구입한 시청자들은 당연히 혼동을 느끼게 된다. HD 방송을 시작하는 과도기라 어쩔 수 없다고 위로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안정적인 영상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며 16:9의 표준영상 준비가 시급함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게 시급해졌지만 16:9 표준영상을 연구하려는 움직임은 많지는 않다. 현재 HD 고화질 영상텍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MBC의 영상연구팀의 경우 고화질 방송이 가져올 영향과 고화질 카메라의 사용법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16:9에 대한 고민은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몰라 시작도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그래도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HD 영상 텍스트’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자는 “카메라기자들도 HD 방송에 대비해 16:9 화면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6:9 비율 촬영에 경험이 있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의 노하우를 들어보고, 장비사의 협찬을 받아 HD 장비 시험 운용도 해보고 있다.”고 말하며, 이 부분에 대해 자체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 방송사의 경우 드라마나 쇼, 교양 등을 제작하는 영상제작국에서는 나름대로 HD 방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영상 표준을 만들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방송촬영감독 연합회의 관계자는 협회 차원과 각 사 제작국 차원에서 HD 촬영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왔다고 말하며, 16:9 비율 촬영의 경우, 장르의 특성상 소품이나 인물의 배치 등에 신경을 쓰고 있고, 특히 드라마의 경우에는 영상 표준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이 의미가 없으므로, 16:9 화면에 적응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장면을 연출해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KBS 제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1999년 6월부터 HD 카메라 촬영 요원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착수하여, HD 실무 제작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등 계속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NHK의 경우, 본격적으로 16:9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나 자료화면 확보에 대한 준비 기간이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뉴스 제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HD방송용 수상기의 보급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의 영상구도에서 별 불편함을 못 느끼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라텔레비젼이 흑백텔레비젼을 전환시키는 것이 순간적이었듯이 HD 방송도 어느 순간에 우리가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격적인 HD 방송이 시작되는 데에 대한 표준 영상 준비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터뷰 사이즈, 스탠드 업 등의 구도 연구에서부터 영상편집에 있어서 기존 4:3 화면을 16:9로 늘려서 자료화면을 어떤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방법까지 체계적이고 총괄적인 연구가 이루어 져야 한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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