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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C모씨가 영상을 사용하는 방식

천형석

야후!코리아 미디어본부장

前 KBS/YTN 기자

 C모씨는 네티즌이라 자처하기엔 쑥스러운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하루 몇시간씩 사이버공간을 떠다니는 헤비유저입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간혹 극장을 찾곤 합니다. 사내 아이 두 녀석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대책 없이 주말을 맞이했을 때 영화가 좋은 대안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사실은 극장 가는데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고 2시간 반 넘게 가만히 스크린 바라보고 있기가 괴롭다고 합니다. 영화를 봐도 흐름이 빠른 것만. 어쩌다 아이들과 본 것이 예외 없이 SF액션이나 외계인 괴물영화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TV 앞에서는 몇 시간씩 누워있기도 하면서 왜 극장에서는 금방 지루해지는 차이가 있는지. 영화는 일반적인 TV 프로그램보다 훨씬 긴 시간을 들여 제작한 영상물이며, 장면 전환이나 흐름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편집 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 차이를 낳는 원인 중의 하나로 리모콘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아무 때나 채널을 바꿀 수 있는 마술지팡이. 저로 하여금 영상에 대한 통제권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보는 사람이 주인(사실은 착각이겠지만)이므로 몇 시간이든 내 맘대로... 다소 늘어진 영상이라도 오케이! 그냥 놔두고 봅니다. 언제든 재핑할 수 있으니까 용서가 됩니다. 극장에선 그게 안됩니다.

 손에 뭔가를 쥔다는 것은 부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모콘이란 물건은 더욱이 눈에 보이는 영상을 쥐락펴락하는 것이니 한층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리모콘처럼 손에 쥐는 물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우스입니다.

 마우스는 채널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해줍니다. 또한 개별 영상 내부의 편집되어진 구조를 벗어나 앞뒤로 건너뛰게 해줍니다. 마우스를 손에 쥔 네티즌은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라 영상을 맘대로 골라 사용하는 유저입니다.

 유저는 손에 쥔 것을 100% 이상 가동하는 무시무시한 권력집행자입니다. C모씨가 웹서핑할 때 손을 보면 잠시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스크롤 버튼을 돌돌돌~ 돌리고 있거나, 읽고 있는 텍스트를 드래그해 까맣게 표시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커서를 빙빙 돌리며 클릭! 클릭! 또 클릭...

 요즘 대부분의 포털이 스포츠 경기 영상을 웹캐스팅하고 있습니다만, 얌전히 영상만 보는 네티즌은 없습니다. 화면을 보는 동시에 쉬지않고 뭔가를 ‘사용’합니다. 경기 중계사이트에는 빠짐없이 관전평을 쓰는 리플창이 달려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질주할 때마다 환호 혹은 탄식을 쏟아내고 그것을 리플을 통해 공유합니다. 어느 선수가 잘 뛰고 있는지 실시간 투표를 하고, 경기에 대한 통계가 궁금하면 검색창을 두들깁니다. 비단 스포츠뿐이 아닙니다. 드라마, 뉴스를 볼 때도 유저의 손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바삐 오갑니다.

 이처럼, 웹에서의 영상은 정보나 유희의 원천에 그치지 않습니다. 웹은 시각, 청각과 손을 사용하는 복합적인 경험 공간이며, 영상이 이 공간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영상은 가장 강력한 전달매체입니다. 새 유저를 사이트로 모이게 하는데는 영상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저마다 독특한 경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는 포털들이 영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그 흡인력 때문입니다.

 영상이 이렇게 웹을 바꿔놨다면, 그 반대로 텔레비전이 변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파를 사용하는 텔레비전이 언젠가 비로소 리턴 채널을 갖춘 데이터통신망 위에서 돌아간다면 그때의 뉴스 영상 역시 어떻게든 변화할 것입니다. 혹시 웹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좀더 지켜본다면 뉴스영상의 미래를 투시해볼 수 있는 단서가 잡히지 않을까요?

 끝으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1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네티즌 C모씨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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