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4 12:05

방송위의 초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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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의 초법성

채 종 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초법성은 법에 근거하지 않다는 점에서 위법적 요소를 안고 있다. 마찬가지로 진보 진영의 ‘운동’도 그들의 초법적인 요구 때문에 불법이 된다. 하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탄압의 상처를 극복해 왔던 ‘운동’이 결국 법과 제도를 제대로 바꾸는 역할을 해 왔음을 우리는 안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방송위)의 초법성에 비판이 많다. 그들의 정책에 ‘사람’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인지역 새 민방 선정 과정을 보면 방송위는 크게 두 가지, 절차와 내용 면에서 초법성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지난 10월 25일 행정 행위의 마지막 과정인 ‘사업자 신청 요령 설명회’부터 얘기해 보자. 방송위 관계자들은 심사 기준으로 확정된 중소기업중앙회와 CBS의 5% 이상의 주주로의 참여 ‘지양’의 의미와 그에 따른 감점의 사유에 대해 사업자들의 거센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매체 정책 부장은 그 논의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미 끝났으며, 자신이 말할 내용 또한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사업자 설명회 불과 나흘 전, 그가 발표한 공청회 발제문을 보면 그 어디에도 ‘특별법에 의한 법인과 종교 관련 법인의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설정이 안됐는데 논의를 어떻게 하나. 당시 사회자는 오히려 ‘사업 참여의 자격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발적인 토론자들의 토론 내용까지도 제한했다. 참여 자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생략됐다.

 결국 지난 11월 2일 국회 방송위 예산 심사에서 ‘현행법상 방송사 진입장벽에 대한 방송위의 제한 조치가 초법적인 발상 아니냐’ 라는 김재윤 의원의 질문에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은 “그렇다.” 라고 말했다. 지자체나 정부 산하기관의 방송사 참여를 5% 이하로 열어 둔 점에 대해선 ‘실수’라고 답했다. 고칠 용의는 있냐는 질문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수는 인정하되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두 번째, 내용의 초법성. 전직 직원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방송위의 입장이다. 사업계획서 상에 고용승계 정도를 점수에 반영할 것이냐에 대한 김재홍 의원의 질의에 이효성 부위원장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며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불필요한 논란거리의 진원이자 공장은 다름 아닌 방송위 자신인데도 말이다.

 의원들의 초당파적인 질문공세에 결국 이효성 부위원장은 한 4분 시간을 달라며 미리 준비한 해명의 글을 읽었다. “법적으로 허용된 것을 정책적으로 제한 할 수 있는가 또는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가에 관한 논란이 있었으나 ‘지양’이라는 표현을 써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신청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단어를 치환해 보자. 고용승계에 관해 “법적으로 허용되지는 않았지만 정책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가 또는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가에 관한 논란이 있었으나 ‘지향’이라는 표현을 써서 ‘바람직 한 것’으로 보고 고용승계를 유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재량권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같은 논리다.  

 300여 전직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앞으로 있을 방송위 재허가 심사에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허가 심사는 희소 공공재인 전파사용에 대한 사영방송사를 견제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재허가 심사 결과가 고용 승계의 불투명으로 이어진다면 어느 기자나 피디가 회사의 구사대가 되지 않겠나. 과거 iTV 노동조합의 운동이 생존권을 내 놓고 항거한 마지막 세대가 되는 것은 언론 노동운동사에 불행한 일이다. 이 같은 방송위의 미온적인 입장으로 결국 언론 현업인들의 건강한 내부개혁 운동은 원천적으로 봉쇄 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위에서 비판하는 방송위의 두 가지 초법성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로 부딪친다. 하나는 하지 않았어야 할 초법성이고 하나는 하지 않아 욕먹는 초법성이다. 법과 행정을 실현 시키는 그 중심에는 ‘인간’이, ‘시청자’가, 때로는 노동자, 농민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만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방송위는 법으로 보장된 모든 컨소시엄의 참여를 보장 하며 점수로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다는 입장으로 하나는 정리했다. 하지만 건강한 새 방송을 만들기 위해 열 달이 넘도록 사지에서 애쓰는 수 백 명의 희망조합원들의 고용승계 부분은 정리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이 제도 밖이라는 이유로, 초법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운동’은 선배들의 그것과 닮아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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