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뉴스 - 타쿠야 와타나베.jpg

 영상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시에, 영상은 매우 위험한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고, 때로는 역사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만큼 강력합니다. 9·11테러 때 테러리스트가 조종하는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는 장면이 한 예시로서, 이는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여론을 동요시켰습니다.

 영상이 인상적일수록 대중들의 마음에 강하게 와 닿아 사건을 단순화하고 배경을 명확히 이해하려는 욕구를 억누릅니다. 훌륭한 영상보도들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영상기자가 정보를 보도하고, 촬영하고, 방송할 때는 아래 사항들을 고려하여 주의해야 합니다. 이원론적 세계관에 빠져 보도 대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별하지는 않았는가. 한쪽에 일방적인 보도는 아닌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가.

 이러한 사항들은 최근에 제가 방문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적용되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혹한 속 동굴에 거주하는 사람들, 기아 직전의 영양실조 아이들, 속수무책인 부모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영속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배경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영상에 담긴 이미지들은 이 모든 재앙의 창조자가 탈레반을 지목하는 것으로 단순화될 수 있습니다. 사실, 재앙의 배경에는 수많은 초강대국들과의 수십 년간의 갈등과 미군과 나토군의 점령하에서 자라난 부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게다가, 영상의 힘은 정부와 군대에 의해 쉽게 악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자국민의 생각과 감정을 조종하려 영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한 구실로 거짓 영상을 정기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반면 분열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에 의한 대량 학살로 미사일 공격 직후 도시 지역에 민간인의 시산이 안치된 장면으로 대중의 여론을 이끌어내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러시아 감정을 부추겼습니다.

 우리가 처음 보는 많은 영상들은 첫 번째 영상기자의 열정적인 취재가 이뤄지기 전에 스마트폰에 의해 촬영됩니다. 이 스마트폰 영상들은 영상기자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됩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상기자로서 속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취재 대상을 단순화하지 않으며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인 보도를 해야 합니다.

 전시에는 항상 언론인들의 활동이 심하게 제한되어 왔고, 가짜 뉴스의 선전은 작은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전 여론을 쉽게 접할 수 없고, 영상보도가 통제되던 전시 일본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러니, 세계 각국 제3자의 입장을 가진 언론인들이 그곳에 가서 현장에서 직접 본 사실들을 보도해야 합니다.

 물론 가짜 뉴스와 선전 속에 위험한 분쟁지역에 들어가 보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분쟁지역 속 언론인 간의 정보 교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국내 뉴스에서는 언론인들이 경쟁하며 서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위험한 현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분쟁 지역에서, 저 또한 많은 외국 언론사의 언론인들과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이는 제가 위험한 장소를 취재하기 전에 위험을 가늠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어떤 경로를 통해야 하는지, 다른 언론인들은 어떤 위협을 직면하고 느꼈는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가능한 한 개개인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 언론인이 '가짜'라고 보도한 사실을 해당 당국이 부인하려 할 때는, 다른 언론인이 독자적으로 검증하고 입증할 수 있어 진실성이 강화됩니다.

 한국과 일본 언론은 중국, 러시아, 서구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한 민주주의 아시아 국가로서 두 나라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과 일본의 글로벌 미디어 보도는 세계에 대한 소통 능력 부족으로 서구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언어 장벽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나 방탄소년단,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만큼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영상 저널리즘이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우리는 영상기자의 영상보도가 세계적인 영상 저널리즘에 필적할 수 있는 영향력을 구축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022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뉴스상 수상자 / 와타나베 타쿠야 (일본, 일본 TBS 영상기자)




  1.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강릉 경포동 산불 당일 차 안에서 촬영한 첫 컷 ▲강릉 경포동 산불 ▲강릉 경포동 산불 당일 KBS강릉방송국 취재진 밤사이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걸 짐작할 ...
    Date2023.04.26 Views345
    Read More
  2.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지난 2021년 한국영상기자상 멀티보도부문 수상작 안동MBC 임유주 기자의 ‘화엄’이 대만 Daii TV에 방송이 확정되었다. 또한, 태국, 이스라엘, 남아공에서도 수입...
    Date2023.03.03 Views273
    Read More
  3.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개정·취재트라우마 극복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Date2022.12.28 Views517
    Read More
  4.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처음이자 마지막일 도시 월드컵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이 모두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큰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의 차이점은 올림픽은 ‘도시’를 ...
    Date2022.12.28 Views316
    Read More
  5.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지난 11월 28일. 가나전이 열렸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취재를 위해서였다. 광장은 추웠다. 저녁 무렵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
    Date2022.12.28 Views224
    Read More
  6.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다른 언론인의 피해, 나의 취재자유와 안전이 침해 당하는 위기로 공감해야 더 안전하고 좋은 준비와 자원을 가진 언론인들이 더 좋은 품질의 뉴스보도 올해 2월,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제 ...
    Date2022.11.01 Views211
    Read More
  7.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영상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시에, 영상은 매우 위험한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
    Date2022.11.01 Views329
    Read More
  8.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 라이펜슈톨 주한독일대사로부터 특집부문 상을 받는 윤재완 독립PD. 2021년에 콜롬비아의 다리엔 갭을 통해 파나마, 멕시코, 미...
    Date2022.11.01 Views406
    Read More
  9.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수상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게 된 건 알 자지라의 도하 본부와 예루살렘 지부를 통해서였고, 한국인 언론인 동료도 수...
    Date2022.11.01 Views241
    Read More
  10. [현장에서]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ENG 이걸 꼭 써야 되나요?” 영상기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한 지망생이 내게 직접 했던 말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들의 눈에 비춰진 ENG는 크고 무겁고 이제는 성능조차 백만원짜리 미러리스에 비해 한...
    Date2022.08.31 Views2139
    Read More
  11. [현장에서]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저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10여 년 전 영상기자가 되었습니다. 콜롬비아 외딴 지역에서 노조와 농민단체들과 일했는데, 엘리트 계층과 외국 회사들에 의한 살인, 살...
    Date2022.07.01 Views328
    Read More
  12. [현장에서]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2021힌츠페터국제보도상’에 참여하게 된 건 동료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제 다큐멘터리를 출품한 적이 없어 수상 경력이 없었습니다. 저는 동료가 요청한 대로 출품 양식을 작성했고, ‘힌...
    Date2022.07.01 Views380
    Read More
  13.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폴란드 국경지역 취재기] 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엇갈린 전쟁예측, 다시 역사의 현장 속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임박해지면서 위험지역 출장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국경지역 요르단과 쿠웨이트에서 취재 경험이 있는 나...
    Date2022.05.03 Views433
    Read More
  14. [현장에서]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거대한 산불의 화마 앞에 사람도 동물도 모두 아비규환 3월 4일, 동료 취재기자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울진에 산불이 났다는 소방본부 문자를 받았다. 곧이어 전화가 울리자마자 우리는 본능적으로 밥을 신속히 입에 ...
    Date2022.05.03 Views1130
    Read More
  15.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베이징 겨울 올림픽의 취재 현장은 주최측이 정한 폐쇄루프를 벗어날수가 없었다. ‘오미크로 변이’ 확산 속에 올림픽 취재 위해 계속 된 검사, 검사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한다. 처...
    Date2022.03.08 Views417
    Read More
  16.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장영근 기자가 취재한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경기도중 미끄러지는 모습. 올림픽은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동시에 취재·방송하는 사람들에겐 경기장에 펼쳐지는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
    Date2022.03.08 Views459
    Read More
  17.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코로나19와 싸움 속에서도 새로운 이슈들로 치열했던 2021년의 뉴스현장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지난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전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영상기...
    Date2022.01.07 Views501
    Read More
  18.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시대의 올림픽 취재 올림픽 취재의 첫 단계는 5월 초 코로나19백신 접종이었다. 5월 중순부터는 코로나 관련 입출국 및 취재 유의점에 대한 이메일 자료, 교육 등을 받았다. 올림픽 취재 한 달 전...
    Date2021.09.24 Views842
    Read More
  19.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최 강행이냐, 취소냐 이야기가 많았지만 일본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행을 선택했다. 개최가 결졍되고 선수와 임원, 올림픽 지원인력?등 각국...
    Date2021.09.24 Views883
    Read More
  20. Olympics, Enjoy the Moment!

    Olympics, Enjoy the Moment! ‘사상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만큼 ‘전례 없는’ 올림픽. 그리고 영상기자로서 ‘첫’ 종합대회 출장. 평소 같으면 기대가 앞섰을 출장이지만 이번엔 출발 전부터 각종 악재와 우려로 마음이 천근만근이었...
    Date2021.09.24 Views812
    Read More
  21.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빗 장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순방 이후 한동안 해외를 나가지 못할 것이란 현실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0년 전 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19의 여파는 삼청동에 자리 잡은 청와대 춘추관에도 미...
    Date2021.07.06 Views4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