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문화...변화가 필요하다!
"취재원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과잉취재 경쟁은 이제 그만"
국민이 불신하는 언론, 존재 이유 없어
남보다 더 빨리 더 좋은 내용을 취재하여 보도하려는 욕구는 언론 종사자들의 기본 속성이고 숙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취재 현장에서는 취재 경쟁이 도를 넘어서 과잉 경쟁과 눈살 찌푸리게 하는 무질서가 종종 벌어진다. 과잉 경쟁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언론사간의 속보 경쟁으로만 끝나는 경우는 비일 비재 하다. 정도를 벗어난 과잉 경쟁은 취재원에게는 불필요한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주게 된다. 언론이 국민에게서 믿음을 잃으면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사안의 본질을 망각케 하는 취재 경쟁
작년 취재 경쟁으로 인한 혼잡의 대표적인 경우는 김우중씨 귀국 현장을 들 수 있다. 지난해 6월 인천공항에서는 김우중 씨 귀국을 취재하는 취재진과 경찰, 시민 단체 등 수백여 명이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을 이루었다. 포토라인이 무너지고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정작 당사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무질서가 예견 되었는데도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이 있지만 공항 같은 제한적이고 통제된 환경에서도 취재 과열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 경우다. 떄로는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인해 행사 진행 자체가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최소한의 프라이버시 마저 침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망 사건인 경우 슬픔에 잠긴 유족 앞에서도 지나치게 근접하여 취재를 하거나 인터뷰를 요구하는 민망한 경우도 자주 생긴다.
이렇듯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은 그저 경쟁이 아니라 언론의 윤리 의식 문제로 커지게 된다. 즉, 취재 경쟁도 결국은 취재 윤리라는 큰 맥락에서 생각해야 되는 문제로 일반화 된다.
언론계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비윤리적 취재 방법
취재 윤리 문제와 관련하여 작년 한 해 가장 부끄러운 사건은 황우석 교수팀과 관련된 강압 취재 문제일 것이다.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을 취재한 시사 프로그램의 취재팀은 연구진을 취재하면서 상식 밖의 비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충격을 주었다. 방송사는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중대한 문제는 줄기세포 진위논란에 가려져 잊혀져 버린 분위기다. 언론계 전체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이 사건에 대해 언론 종사자들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언론 종사자들의 윤리 의식과 자질 검증 필요
과잉 경쟁과 취재 윤리 위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이라는 언론의 기본 속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환경과도 영향이 있다. 다양한 매체에 종사하는 수 많은 취재 인력들이 언론 종사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윤리 의식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력에 대한 적절한 선발 절차나 교육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상업적 성과만을 거두려는 언론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 취재 인력에 대한 이해 부족
특히 영상 취재 인력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한 데도 이유가 있다. 영상 취재 기자들은 취재원들을 가장 가까이 접하며 현장의 사실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 현장에서 영상 취재 기자는 언론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동시에 일차적인 취재를 맡느다. 따라서 기본적인 취재능력 말고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었는지, 상식 적인 수준의 윤리관을 가졌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취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취재 방법에 대해 거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최소한의 지위가 있어야 한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런 독립된 취재 인력으로서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있다.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다보니 인력에 대한 검증이 소홀함은 당연한 결과다.
취재 윤리 위반에 의한 피해 심각
취재 윤리 위반이나 과잉 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다. 신뢰성이라는 언론 제일의 가치가 훼손된채 사회적 공기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언론은 한탕주의와 냄비근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선정적인 보도만을 생산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은 보도를 내용 그대로 믿지 못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볼 것이다. 언론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것은 민주주의나 시민의식이 퇴보하는 것 만큼이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민 의식이 성숙하고 인터텟의 발달로 그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음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언론이 제공한 정보를 국민들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수용자가 공급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급자가 필요한 만큼의 자질과 윤리 의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년 한 해에도 종일 방송이 시작되고 DMB 방송이 개통되는등 언론의 양적 팽창과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언론 환경의 빠른 양적 팽창에 걸맞는 언론 종사자들의 의식과 역할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KBS 보도본부 영상취재팀 유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