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디지털 시대의 영상미학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미학/문화연구)
1. 들어가며
현재 진행 중인 HD급 디지털화 과정은 과거의 후반작업 디지털화 단계와는 달리 촬영-배급-상영에 이르는 영상제작 전 과정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기술과 산업의 편제 및 수용자 반응 역시 크게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콘텐츠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19세기 말 탄생한 영화가 오늘의 포맷으로 정착할 때까지 30여년이 걸렸듯이 말이다. 여기서는 HD 카메라의 상용화에 따라 전체 제작과정으로 확장된 디지털 이미지의 기술적 특징과 그 미학적 의미 사이의 상관관계를 개괄해보고자 한다.
2. 디지털 이미지의 기술적 특징
1) 0과 1로 구분된 비트 단위의 픽셀 매트릭스
우선 텔레비전 이미지는 작은 점으로 분해 되어 전파를 통해 전달된 후 이미지 신호의 순차적 배치를 통해 전체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반면 디지털 이미지는 0과 1로 구분된 비트 단위의 픽셀(이미지와 수치 간의 교환장치) 매트릭스로 나타난다. 이런 픽셀로 이미지를 얻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재하는 대상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거나 사진 이미지를 스캔하여 캡쳐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컴퓨터로 2차원 또는 3차원 모델링 하여 이미지를 합성해내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캡쳐의 대상과 결과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었고, 합성방식 역시 생경하게 보였으나, 기술 발전으로 그 차이가 급격히 줄고 있다. 기술발전이 더 가속화되면 합성 이미지가 캡쳐 이미지보다 더 현실감이 날 수 있다.
2) 프로그래밍의 산물이므로 변형이 자유로움
디지털 이미지는 복사해도 화질 저하가 없다는 점, 처리 과정에서 추상에서 구상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변형이 자유롭다는 유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아날로그 이미지가 원본에 고착되었던 것과는 달리 디지털 이미지는 수학적 언어인 프로그래밍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이미지는 엄밀히 말하면 단지 0과 1이라는 이진법의 수학적 논리에 따라 생산, 처리, 변경된 자료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이미지는 아날로그 이미지처럼 어떤 공간적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만으로 존재하는 비공간적이고 무한한 것,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적인(utopique, 비장소적) 것이다.
3) 시간적 제한을 받지 않는 무시간성
디지털 이미지는 시간적으로도 제한받지 않는다. 원래 사진이라는 것은 “한 때 거기 있었음”이라는 시간성을 갖고 있으나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이런 식의 시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기에 있을 수 있음”이라는 잠재적 시간성을 갖고 선형적인 질서(과거-현재-미래)를 벗어난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이미지는 “무시간적”(achronique)이다.
4) 프레임의 의미가 약화 또는 소멸
아날로그적인 그림, 사진, 필름 영화는 대상의 어떤 시공간적 측면을 "재현"하는 일정한 프레임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원본의 특성을 재현하는 기능이 약화되거나 소멸되므로 프레임의 의미도 약화되거나 소멸된다. 이미지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면 지시 관계로 주어진 것과 주어지지 않은 것의 구별, 화면과 비화면 영역 간의 구별이 흐려진다. 가령 비화면 영역은 마우스를 클릭 하는 것만으로 화면영역으로 전환된다. 3D 그래픽에서 대상을 수직 축으로 회전시키면 대상의 보이지 않던 뒷면이 나타난다. 사용자의 선택 시점의 가변성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므로 주어진 프레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미지를 지각할 수밖에 없던 과거와는 달리 결정적인 것은 사용자의 주관적 시점이다. 시뮬레이트된 시각은 현실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위치와 각도를 가능하게 해주어 마치 그런 시각을 우리가 눈 앞에서 소유한 듯한 느낌을 준다. 디지털 이미지는 게임에서처럼 우리의 시선을 관습적인 육체의 사용으로부터 급격히 이탈시킨다.
5) 초매개화와 무매개화의 경향
영화관에서는 관객의 탈육화된 시선이 카메라의 시선과 동일시되어 영화가 제시하는 프레임 속의 허구적 세계(디에제시스)에 쉽게 빨려 들어간다. 텔레비전은 밝은 조명 하에 여러 가구들 사이에 놓여져 있어 영화관에서처럼 강력한 허구적 통일성과 동일시가 어렵다. 디에제시스의 약화는 텔레비전 이미지에서 처음-중간-끝을 가지는 전체의 개념을 약화시킨다. 물론 전체적 측면을 포기하는 대신 파편적인 이미지들의 계열을 프로그래밍(일종의 지침)화할 뿐이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에서는 통일적 주체가 아니라 분산되고 잡종화된 주체가 생산된다. 더구나 프로그램, 즉 주어진 지침으로 인해 주체의 수동성이 다른 방식으로 강화된다.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사운드 등이 다각적으로 제시되므로 매체의 혼재성과 파편성에 상응하여 주체의 지각형태 역시 더 혼재적이고 파편적이 된다. 컴퓨터 앞에서 사용자는 매체의 한 창에서 다른 창으로 이동하고, 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다른 응용 프로그램으로의 이동하면서 이런 동요 속에서 잡종적으로 구성된다. 주체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창과 형태들 속에서 스스로를 복수화하고 재매개화된다.
"재매개화(remediation)"란 과거 매체들의 특징과 기능을 폐기하거나 대체하는 대신 새로운 매체가 갖게 된 보다 강력한 초매개성(Hypermediacy: 매체의 조작적 성격을 오히려 드러내어 매체를 반성적으로 의식하게 하는 효과)과 무매개성(Immediacy: 대상을 직접 대면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투명성 효과)을 이용하여 이전 매체들의 다양한 기능을 재전유하는 것이다. 고전회화와 사진, 영화가 무매개성을 향한 강한 경향이 있었다면, 모더니즘 회화는 원근법적 재현방식을 반성적으로 해체하면서 회화라는 것 자체가 2차원의 평면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무매개성에서 초매개성으로의 강조점 이동은 현대영화에서도 나타난다. 의도적인 카메라 무빙과 점프 컷은 영화가 투명하게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과 편집이라는 매개적 장치를 통해 현실을 변형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인식하게 하려는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이런 초매개화와 무매개화 경향이 동시에 더 강화된다.
6) 도상-지표-상징적 이미지 복합 사용
디지털 이미지는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수학적 정보처리 프로그램에 의해 생성된다는 점에서 지표적 이미지가 아니라 상징적 이미지이다. 개체화의 측면에서 보면 대상의 재현과 무관하게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는 유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도상적 이미지이다. 사회적 사용의 측면에서 보면 도상-지표-상징적 이미지 세 유형의 측면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7) 시간 이미지 전형 발현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하나의 쇼트 내부에서 자유로운 변형과 편집이 가능하므로 이미지들 사이의 편집과 한 이미지 내부에서의 편집이 잘 구별되지 않는다. 몽타쥬는 본래 자기완결성을 갖는 각 쇼트의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각 이미지 안에는 없던 새로운 것, 제3항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노린다. 이렇게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이 사유를 촉진시켜 새로운 의미 지평을 산출해내려면 이미지들 사이에 간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이런 간격이 기술적으로 최소화된다. 합성 이미지는 이런 간극 자체를 아예 없애버릴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아날로그 영화에서 유지되던 쇼트의 통일성, 사건과 인물과 시간과 공간의 통일성이 사라지고 잡종적인 방식으로 시공간적 가역성이 나타난다. 랜덤억세스를 통해 불연속적인 시간의 잡종적 배합이 언제나 가능하므로 들뢰즈가 말했던 시간이미지의 전형이 나타나는 것이다.
8) 시공간과 주체의 질서가 무질서 속 질서로 전환
아날로그 영화의 주체는 우리가 익숙해 있는 근대적 원근법의 주체였다. 근대적 원근법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질서에 기초한 것이었기에 아날로그 영화의 주체는 유클리드 기하학적 합리성의 주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가상현실에서는 고정적인 중심적 시점의 해체가 일어나고 따라서 유클리드 기하학적인 합리성도 해체된다. 가상현실에서 시각 주체는 연속적 시점의 지속적인 흐름 속에서 주위의 대상과 환경에 작용하고 반작용한다. 이 무한한 연속적 시점은 타자의 시점일 수 있기에 주체와 외부의 구별도 사실상 약화된다. 그러나 이런 약화가 반드시 비합리적 무질서로의 해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이미지의 등장으로 시공간과 주체의 질서가 유클리드적인 질서에서 비유클리드적인 질서, 프랙탈한 새로운 질서(무질서 속의 질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 디지털 이미지의 프랙탈 미학
물론 이런 새로운 기술적 특징들이 무조건 새로운 미학을 산출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이미지가 사회적 사용 속에서 “재매개화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미학의 재활용 이외에도 두 가지 새로운 미학적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는 아날로그 매체가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구현할 수 없었던 미학적 측면을 디지털 매체는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학의 확장보다는 미학의 성격과 지평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클리드적 시공간 질서에서 프랙탈한 시공간 질서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현대, 동질적 시공간 체계의 운동 이미지 깨져
서구 미학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자의 지평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시간과 공간을 등질적 단위로 분할하고 결합하여 반듯한 합리적 질서로 자연과 사회적 삶을 재편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근대도시의 공간과 근대사회의 시간은 모두가 유클리드적인 등질적 질서를 전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고층빌딩과 고속도로 등이 그 전형적인 공간이라면 시간과 분 단위로 정렬된 일상생활의 시간표가 그 전형적인 시간이다. 고전 회화와 사진, 영화와 텔레비전의 영상미학이 전제로 한 것은 바로 이런 유클리드적인 동질적인 시공간과 이에 적응하는 지각 주체들의 감정과 행위들이었다. 들뢰즈가 현대영화가 고전영화와 불연속성을 이룬다고 본 것은 바로 이런 유클리드적인 동질적 시공간의 체계에 기반한 운동이미지의 체계가 현대영화에 와서 깨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시네마1,2>를 저술하던 1980년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영화의 이런 특성을 작가주의적인 미학의 측면에서만 조명했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디지털 이미지의 8 가지 새로운 특징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프랙탈 미학이라는 새로운 미학을 객관적으로 출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전형적인 분수 차원의 공간을 다루는 프랙탈 기하학
프랙탈은 1975년 만델브로트가 자연의 불규칙한 현상들 속에 반복적인 주름 접기를 통해 특정한 질서를 만들어 내는 독특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새로운 공간의 논리를 정식화해낸 새로운 기하학의 명칭이다. 프랙탈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정수 차원의 공간을 측정하는 것과는 달리 비정형적인 분수 차원의 공간을 다룬다. 0,1,2,3차원의 공간이 아니라 0.045 차원, 1.2064 차원, 2.463 차원 등의 공간의 질서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연에는 난류, 계곡, 다도해의 해안선, 구부러진 시골길, 휘어지고 구부러진 소나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이런 공간은 불규칙하므로 추한 것으로 간주되어 배척되었다. 우리가 근대화 과정에서 도입한 서구 근대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주름 접힌 산하와 비뚤어진 전통건축과 미술작품 등은 기술부족이거나 미적 가치가 낮은 것으로 배제된다. 그러나 프랙탈한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주름 접히고 불규칙한 경관과 비유클리드적인 전통건축과 미술작품은 생생하고 역동적인 미적 감흥을 제공한다.
디지털시대, 프랙탈 미학 지평 열려
한반도의 주름진 산하는 사람의 동선과 시선을 주름 접히게 만들기 때문에 시야에 불규칙하고 서로 접히며 급변하는 프레임들을 제공한다. 앞서 말한 (1) 무규정적인 유토피아적 공간성, (2) 무규정적인 시간성, (3) 탈프레임화 혹은 멀티프레임화 (4) 몽타쥬의 성격 변화(시간이미지) (5) 프랙탈한 새로운 시공간적인 질서 등이 나타난다. 프랙탈한 관점에서 보면 시공간과 대상-주체의 관계는 서로 접히고 중첩되며 처음과 끝이 열려 있는 0과 1 사이, 1과 2 사이의 사이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변이와 변형의 과정에 놓이게 된다. 유클리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도 없고 감흥이 일지도 않는 것이 프랙탈한 관점에서는 이해가능하며 감흥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가 열어주는 새로운 프랙탈 미학의 지평이다.
4. 기획개발의 비중 증대와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
급속한 디지털화는 영상제작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용이하게 하며 인력 수요를 줄이는 대신,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의적 기획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기획개발 과정은 매체 융합 환경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예측과 실험, OSMU 전략, 탈장르화, 복합장르화, 재장르화를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복잡하게 발전할 것이다. 기획에서 최종 편집으로 나아갈수록 미학적 밀도와 완성도가 높아지던 과거의 선형적 방식과는 달리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최종 완성도를 함축할 수 있는 비선형적이고 복합적인 미학적 기획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비선형적이고, 복합적인 미학적 기획 요청
합성 이미지로 콘텐츠를 만들 경우 이런 통합전략이 더욱 강도 높게 요구될 것이다. 현재 헐리우드에서는 <Frame Forge> 같은 <3D 스토리보드 소프트웨어>가 사용 중인데, 이는 순서대로 시나리오-스토리보드-미장센-리허설을 마친 후 촬영하며 몇 번 NG 후에 최종 커트를 만들기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여러 공정들을 급격히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자와 촬영감독이 함께 모여 3D 소프트웨어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트된 3차원 동영상 스토리보드 프로그램을 자동 디지털 카메라에 연결하고 배우들이 시뮬레이션대로 액션을 하면, 촬영 감독 없이 자동촬영이 가능할 수 있다. 합성이미지로만 영화를 만든다면 이 과정은 더욱 통합되고 단축될 수 있다.
콘텐츠 미학과 미디어 전략 양면의 다기능적 전문가 필요
이런 흐름 때문에 영상제작교육 역시 대폭 재구성되어야 한다. 분업화된 기술보다는 콘텐츠의 미학과 미디어 전략 양면에서 통합적인 역량을 갖춘 다기능적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상제작과정을 6 개의 기호학적 층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영상물은 내용 면과 표현 면, 그리고 각면은 재료-형식-기능의 층위로 구분할 수 있다. 내용 면은 줄거리를 형식화(플로팅)하여 만들어낸 시나리오 상의 내러티브를 의미한다. 표현 면은 시나리오에 따라 촬영-편집하여 완성된 영상물을 말한다. 작가는 내용의 소재-형식화(장/시퀀스/씬의 분할과 플롯 설계 등)를 거쳐-최종 완성된 시니리오라는 내용의 기능을 거쳐, 시나리오 상의 인물/시공간 배경/사건에 걸 맞는 표현의 재료를 선택(캐스팅, 헌팅, 세팅)하고, 촬영-편집-녹음이라는 형식화 단계를 거쳐, 복합적인 정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표현의 기능) 순서로 작업하면서 초기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반면 관객은 상영된 영상물 속에서 표현의 형식화 과정을 읽어내고, 생략되거나 보충된 애초의 표현의 재료들 상상하고, 내러티브의 소재적 측면의 이면에서 내용의 형식화 작업, 즉 장/시퀀스/씬의 설계 과정과 주제와 이데올로기와 코드 등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즉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으로 것으로 역행하는 순서로 작품을 독해한다.
창작의 순서와 반대되는 감상과 비평의 순서를 장르적 비교의 관점에서 표로 구조화해 보면 다음과 같다.
면 |
단계 |
통합 구분 |
영 화 |
미 술 |
인문학 레퍼런스 |
|
내 용 |
재료 |
기획개발 |
광의프리프로덕션 |
인물, 사건, 시공간 배경과 이야기 줄거리 및 관객 타겟과 트렌드 분석 (시놉시스 및 기획서 작성 단계) |
소재(사건, 풍경 등)와 모티브 설정, 관객 타겟과 트렌트 분석 |
문학, 역사, 정치학, 사회학, 대중문화와 일상생활의 경험 등 |
형식 |
성격화, 초점화, 장과 시퀀스의 구성 등 플롯팅 (트리트먼트 작성 단계) |
장르, 담론, 내러티브 등 설정 |
문학, 연극, 영화와 방송의 극작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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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
형식화를 통해 심화된 이야기의 주제, 코드화된 이데올로기와 메시지 등 (시나리오 작성 단계)의 생산 |
핵심 컨셉과 주제 및 문화적 코드 설정 (전시 시나리오) |
철학, 문학, 인류학, 심리학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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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현 |
재료 |
프리프로덕션 |
캐스팅/헌팅/투자확보와 실행 예산 편성/마케팅과 기자재 및 기술 준비/콘티구성 등을 포함한 제작 준비의 전체 과정 (프리프로덕션 단계) |
매체와 공간 설정 (전시 콘티와 실시 설계) |
건축, 미술, 음악, 디자인, 경영학, 관상학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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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식 |
프로덕션/프리프로덕션 |
프로덕션 (미쟝센 구성과 연기 지도 등 연출과 촬영 및 조명), 포스트프로덕션(편집 및 녹음, 특수효과) |
작품 구성과 수정 보완 및 설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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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
상영용 네가 필름, 최종 완성된 작품을 통해 만들어지는 정서적 효과 |
전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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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상 교역 방식 요구되
기존의 영상교육은 위 표에서 마지막 두 단계, 프로덕션/포스트프로덕션의 기술교육에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급속한 디지털화로 촬영-편집-녹음의 기술적 문턱을 낮춰지고 다른 예술에서도 접근이 용이해지고 있고, 위 표에서 <광의의 프리프로덕션>이라고 부른 부분의 비중이 증대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육방식을 개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시나리오-연출-기획-이론 전공자와 전공 교수들 공동 참여로 시나리오의 소재와 주제 설정, 시납시스 구성 등 초기 기획 단계부터 치밀한 리서치를 수행하고, 창조적인 문제설정과 다각적인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시납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 구성하기
(2) 각 단계별 초안마다 장단점 분석과 개봉된 영화 중 유사 영화와 비교분석 및 트렌드 비교를 통해 개발가치 증진하기
(3) 문화연구, 섹슈얼리티 연구, 여성학, 가족학, 역사학, 기호학, 미학, 심리학, 철학, 경영학 등의 학문적 자원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여 기획 전략을 수립하고, 시나리오의 특장과 수용자 분석 등을 포함한 투자기획서 작성을 병행하기
(4) 기획 개발 과정을 <기획단계>와 <개발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를 다시 소단계로 세분화하여 단계별 방법론을 개발하고 축적하며 이전 단계와 이후 단계의 피드백 과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여 <기획전략>과 <서사전략> 사이의 모순을 제거하며 기획-서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 체득하기
5. 나가며
이런 방식은 미술과 연극 등 다른 예술과의 통합교육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3D 프리프로덕션 소프트웨어>가 계속 발전해간다면 처음부터 내용 면과 표현 면의 고밀도 통합, 내러티브-이미지-사운드의 통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영상미학이 기존의 예술이 성취해낸 여러 미학적 측면들을 적극적으로 재매개화하여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