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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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8일. 가나전이 열렸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취재를 위해서였다. 광장은 추웠다. 저녁 무렵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지만, 시민들은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얼굴에 큼직한 축구공을 그렸고, 또 누군가는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연신 외쳤다.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여럿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응원의 방식은 저마다 달랐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모두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목적지인 거대한 전광판 앞에 도착해서 초록색 핫팩을 하나 뜯었다. 위아래로 연신 흔들어 보았지만, 냉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취재장비들이 온통 쇳덩이인 탓이라 여겼다. 곧이어 경기가 시작됐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태극기가 지나갔다. 맨 앞에 북채를 쥔 응원단이 둥둥 북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와아아~’하는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거대한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 속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감정을 이리저리 바꿔 내보였다. 우리 선수가 기회를 잡으면 환호했고, 상대에게 골을 내주면 속상해했다.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했고, 동그랗게 뜨기도 했다. 조규성 선수가 헤딩으로 멀티골을 터뜨렸을 땐, 너 나 할 것 없이 광장이 들썩였다.

 나는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아마 광장에 있던 대부분의 취재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응원하러 온 시민들과 달리 취재진은 거대한 전광판을 등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응원 나온 시민들이 울고 웃을 때마다 저마다의 렌즈에 그들의 표정, 몸짓을 담아야 했다. 우리 선수가 골 망을 흔드는 순간엔 더욱 그렇다. 골 들어갔다는 해설진의 흥분 섞인 목소리를 그저 귀로 들을 뿐이었다. 눈은 뷰파인더 속에서 바삐 움직여야 한다. 양손은 각각 화각과 초점을 조절해야 한다. 눈은 뷰파인더 속에서, 양손은 카메라 위에서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경기가 끝난 뒤, 결정적인 장면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포르투갈전, 브라질전 취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를 통해 한 가지 느낀 바가 있다. 영상기자란 직업이 무언가 ‘등지는 일’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집회 현장에서 군중을 비추다 보면 단상 위의 발언자를 등진다. 누리호 발사 순간을 기억하러 고흥까지 온 시민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다 보면 로켓 하나가 굉음을 내며 날아간다. 그렇게 등지다 보면 등진 무언가를 촬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눈에 담지 못할 수도 있다.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등질 수 있다는 건, 그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 존재가 우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은 아닐까. 바로 ‘사람’이다. 우리는 뉴스를 만든다. 뉴스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정치, 경제 뉴스부터 사회, 문화, 심지어 날씨나 교통정보 뉴스까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등지는 순간을 덜 아쉽게 생각하려 한다. 등질 수 있는 순간이 내가 이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언제 또 거대한 전광판을 등지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는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좋다. 그 대신 수만 명의 시민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오롯이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MBC / 장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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