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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밀려온다] 인도네시아 해수면 상승 기후위기 연속보도>
MBC 장영근



제36회 한국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인도네시아에서 기록한 나의 기후위기 해방 일지


빙하가 녹고 있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피해는 지구 중심, 적도에서부터 시작한다. 해수면 상승 기후위기, 섬나라인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 자카르타를 포함해 여러 지역의 마을들이 이미 바다 아래에 잠겼거나 잠겨가고 있다. 지난해 10, 물이 밀려들어 오고 있는 삶이 일상이 된 인도네시아의 기후위기 현장을 취재했다.


실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대부분 물에 잠긴 마을부터 찾아갔다. 수도에서 약 400km 떨어진 데막이란 지역의 베두노마을이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드론부터 띄웠다. 하늘로 높이 올라간 드론이 비춘 마을은 이것저것 비어있었다. 높아진 바닷물 때문에 마룻바닥을 겨우 높인 수상가옥만 여러 채 보였다. 그뿐이었다. 삶이 보이지 않았다. 논이 잠겨 농부가 보이지 않았고, 목장이 잠겨 가축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배를 모는 어부들만 조금 보일 뿐이었다.


어부 한 명을 만났다. 이름은 이콴(Ikhwan). 베두노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수더분한 성격을 가진 그는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어릴 때 다녔던 초등학교는 물에 잠겨 폐교했다. 지금 사는 집은 도로가 물에 잠겨 배를 타야지만 오갈 수 있다. 동네 주민들도 하나둘 떠났다. 마을은 그대로 적막이 일상이 됐다. 이슬람 경전 구절이 마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올 때만 사람들이 조금 보인다 말했다. 이콴 역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 다른 동네로 떠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우리를 자기 집에 초대했다. 열악한 마을의 실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배를 타고 바다로 조금 나가니 그의 집이 보였다.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집. 이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이들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홍합, 꼬막 등 식자재는 대부분 해산물이었다. 모아놓은 빗물로만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원래 바닥보다 1~2m 정도 높인 나무 평상에 몸을 뉘었다. 피곤한 동료들은 금세 코를 골았다. 반면 잠귀가 밝은 나는 바닥 아래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튿날, 데막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자카르타로 이동했다. 수도는 지방과 달리 해수면 상승에 나름대로 대응을 해왔다. ‘자이언트 씨 월(Giant Sea Wall)’이란 이름의 거대한 방파제를 쌓아 올린 것도 그중 하나다. 길이만 32km, 높이는 3~4m 되는 거대한 방벽이었다. 우리는 방파제 일부 구간을 찾았다. 해수면 상승 기후위기를 암시하는 그라피티가 방벽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일부 구간은 틈 사이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왔다. 또 다른 구간은 이런 걸 막기 위해 몇 번이고 덧댄 흔적이 보였다. 자연의 힘을 인간의 힘만으로 이겨내기는 쉽지 않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인도네시아 취재는 57일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경험 부족에 어설펐던 순간도 있었고,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었다. 바닷물이 밀려들어 오는 이 현장의 심각성을 어떻게 담아야 시청자들이 공감해 줄지 고민했다. 특히나 환경 문제는 다른 사회 문제와 달리 남 얘기 같고, 먼 미래 얘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이 덜 느껴진다. 이 느낌을 줄이고 싶었다.


기후위기 직접 체험해 보기내가 찾은 답이었다. 바닷물에 잠겨가는 집에서 자보고, 빗물로만 씻고, 높은 방파제 위에도 기어 올라가고, 땀범벅이 되기를 선택했다. 아름답게 찍기보다 더 다가가서 담았다. 다소 거친 결과물이었지만 현장감을 담을 수 있어서 기뻤다. 물론 당장의 리포트로 이 위기가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세상도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는다. 나의 기후위기 해방일지가 인도네시아 해수면 상승 편에서 멈춰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영근 / MBC 17-2 장영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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