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대한 유산 100경_하늘에서 본 낙동강 오디세이
제36회 한국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코로나19의 시름 잊게 한 자연문화유산 영상답사기
학창시절부터 이제까지 상하고는 친하지 않았는데, 위대한 유산 100경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나서 이렇게 큰상을 받게 돼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작년 5월에 100편의 마지막을 제작한지, 꽤 됐다고, 생각하던 차에 생각지도 못한 수상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상 소감이라면 보통 고마운 사람을 표현하던데, 저도 그럼 몇 분 언급하겠습니다. 일단은 100경의 늪에 발을 담그게 해 주시고, 100경의 뼈대를 만드신, 국주호 선배님께 먼저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매주 8분이라는 짧다면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촬영, 편집, 종편까지 가기 싫을 때도 있었고, 날씨나 현장 사정 등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에는 모든 걸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즐거운 프로그램에 살포시 밀어주신 고마운 선배입니다. 100편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100경에 글로서 생명을 불어넣어 준 박선민 작가님께도 고마움을 남깁니다. 정말 섭외의 여왕과 같이 일해서 언제나 후방이 든든했고, 그림의 부족함을 글로써 채워준 박 작가님은 정말 멋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원하던 직장에서 신입 카메라 감독을 하고 있는 우리 조연출 김민석. 언제, 어디서든 현장에서 늘 저를 지켜주고, 타임랩스 만든다고 수고한 우리 조연출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잦은 출장으로 가정을 자주 비운 저를 대신에 덩치 큰 아들 둘 잘 챙기며, 가정을 지켜준 든든한 나의 아내 김금진에게 고마움을 남기고 싶습니다.
2002년 입사하여, 400A카메라를 처음 사용할 때만 해도, 촬영이 이렇게 복잡해지고, 촬영 후에도 할 일이 많아질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예전엔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모든 촬영이 다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보도촬영만 해도 드론에 작은 액션캠하는 정도는 챙겨 갈 때가 많은데, 미니 다큐의 포맷으로 촬영되는 100경의 경우, DSLR 두 대와 렌즈 5개, 드론, 짐벌, 슬라이드, 가끔은 미니 지미집까지, 인원이 되면, 오디오맨 포함 3명 안 되면, 2명이서 운용하기에는 벅찰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산도편 촬영 당시 통영 시내에서 궁수까지 불러서, 활 쏘는 모습을 촬영한 메모리가 오류로 영상 전체를 날렸을 때는 정말 멘붕이 와서 컴퓨터 앞에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황매산에서 억새를 촬영할 때는 신나게 드론을 날렸는데, 들어와서 보니 HD포맷이라서, 조용히 황매산 정상을 홀로 다시 간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서는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촬영하고 나서도, 몇 천장 되는 로우파일로 타임랩스 만들어야지, 촬영 원본 백업도 해야지, 서울 녹음실에 편집본을 보내고, 음편도 맡기고, 종편도 해야 하는데, 컴퓨터는 느려서 중간중간에 멈추고... 다양한 제약들이 조금만 편집공간 안에서 발생하는지는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결국엔 이 또한 지나가서 이렇게 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의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군대’라는 말하고 싶습니다. 한 번을 할 수 있지만, 두 번은 하기 싫은 그런... 하지만, 군대 얘기가 재미있듯이 저 또한 100경의 추억을 재미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100경을 촬영했던 장소를 집사람과 한 번씩 다녀봅니다. 계절에 잘 맞춰서 가면, 백경에 나온 장소들은 정말 멋진 장소들입니다. 만약에 딱 한 군데를 추천하라고 하신다면, 5월의 남해 고사리밭으로 꼭 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한 번도 못 본 광경을 접하게 되실겁 니다. 사실 다른 곳들은 부산‧경남에서 주로 촬영하는 저로서는 대부분 가봤던 곳이거나, 소개가 많이 되어서 그렇게 낯설지 않았지만, 그렇게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고사리밭은 처음 봐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장소였습니다.
1인 시스템의 제작 환경을 후배들에게 한 번쯤은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100편까지 아니지만...
사실 10년 넘게 보도영상만 제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한번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15년쯤 일하니, 한 해 동안 돌아가는 보도의 패턴도 보이게 되고, 왠지 모르게 의욕 부족이 왔을 때, 5년 정도 제작카메라감독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드라마도 촬영하고, 지미집도 배우고, 쇼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정신무장도 다시 하게 됐습니다. 이제 그만하고 영상기자로 돌아오라고 할 때쯤부터 100경을 촬영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에서 한 번쯤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인 시스템은 영상기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분명합니다. 일단, 영상기자는 촬영과 편집이 원활하게 되니, 1인 시스템의 50% 얻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작비 정산에 음편, 종편, 자막 폰트까지 회사 들어오고, 처음 하는 업무들이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지만, 단언컨대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제작비만을 절약하기 위한 1인 시스템만 아니라면...
수상 소식을 들은 회사 선배님의 한마디가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협회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네가 열심히 한 거라고...”
초심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전재현 / K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