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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빼든 KBS 수신료 분리 징수…“방송 장악’노골화” 반발

헌재, KBS수신료는 시청여부와 관계 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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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주도한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제안’ 투표결과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소속 방송사 노조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이라는 이름으로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정부여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방송통신위원회, KBS, MBC에 대한 검찰 수사, 세무조사, 감사 등과 맞물려 공영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9일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최근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다.”며 “수신료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들려달라.”는 글을 게시했다. 대통령실은 한 달 동안 공개 토론에 부친 결과 96.5%(4월 10일 기준 찬성 5만6226건, 반대 2025건)으로 마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 시스템이 “동일인 중복 투표(어뷰징)가 가능하다”고 보도하면서 투표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조작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뒤따랐다.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에 대해 KBS는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이고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된다는 점 △프랑스의 경우 주민세 폐지로 인해 함께 부과되던 수신료가 폐지되는 대신, 전체 수신료와 동일한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기로 한 점 등이 누락돼 있어 “참여자들에게 오해와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KBS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때마다 나왔던 이슈지만 과거에는 KBS의 공정성이나 공영언론으로서의 역할에 불만을 가진 일반 시민이 제기했다면, 이번에는 대통령실이라는 위로부터의 논의라는 점에서 예전과는 사례가 다르다.”라며 “94년 한전이 통합 징수를 한 이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수신료는 단순 시청료가 아니라는 점과 통합 징수의 효율성에 대해 명시했는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나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MBC에 대한 감사, YTN 민영화, TBS 지원 폐지 등의 맥락 속에서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KBS를 길들이기 위한 저의가 깔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 KBS-1TV 광고 가능성 제기, 전체 방송광고시장 경쟁 심화 
 광고업계에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방송 광고 시장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면 징수율 하락으로 그동안 수신료로 운영해 온 KBS-1TV가 재원 마련을 위해 광고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고, 이 경우 방송 광고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송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동안 전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방송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3%에서 8.8%대로 급락했다.”며 “KBS-1TV가 광고 매체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새로운 지상파 방송사가 하나 생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끼리는 물론 종편, 케이블 등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의 경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계에서는 KBS가 광고 경쟁력이 높은 프로그램을 광고가 없는 KBS-1TV에 편성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며 “하지만 그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의 역할이고,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것이 시청자에게도 훨씬 이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책적 고민과 공론화 절차 없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장악시도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심미선 교수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는 분리 징수에 따른 공영방송의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우선 고민해야 하며, 공영방송의 수신료 징수 방식을 바꾸는 문제 역시 정책적 고민과 합당한 공론화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민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TV수신료 징수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는 “미디어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만큼은 정치적 이해에 휘말려서는 안되며, 합당한 정책적 고민과 공론화 절차 없이 추진될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접으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두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해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민의힘은 19일 단독으로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을 논의하고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는 27일 본회의에 방송3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가처분 결정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와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법사위가 직무 유기, 책임회피, 늑장 심사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도 성명을 내어 “국민의힘이 방송법 개정안을 헌법재판소로 끌고 간 목적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본회의 통과를 막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회피하고자 하는 정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명분도, 현실성도 없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매달릴 시간에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을 제출하라.”며 “합리적 대안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법 개정을 막아 공영방송을 집권의 전리품처럼 장악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겠다는 반민주적 행태를 계속한다면 이미 떠나고 있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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