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문인이다. 한 백과에 따르면 그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로마제국 최초의 공인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3대 황제 칼리굴라 시대부터 5대 황제 네로 시대까지 벌인 여러 악행들과 별개로, 남긴 여러 작품들이 라틴어 원전으로 사용될 정도로 상당히 수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세네카의 라틴어 작품들은 키케로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저작과 함께 로마 시대 고전 라틴어의 표준으로 여겨진다. 동양에 《논어》가 고전의 표준이라면 세네카의 책은 서양의 고전으로 여겨질 정도다.
내가 소개할 책은 세네카의 「인생론」이다. 책의 부피가 아주 작고 챕터가 짧으며 문장이 길지 않아 우선 읽기 수월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아주 심오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한 문장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푸른 하늘을 보며 음미해 본다면 그 문장이 주는 울림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책에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대로 죽는 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뭐 그리 힘든가? 제대로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제대로 살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죽고 사는 문제에 큰 가치를 두기보다는 생사를 덧없는 것이라 여겨야 한다.’ -156p
‘고귀한 철학자들은 영원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줄 것이며, 아무도 끌어내릴 수 없는 자리에 오르게 해 줄 것이다. 이는 유일한 존재인 우리가 더욱 오래 살 수 있고 불멸의 길을 향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110P
‘아무리 인생이 짧다고 해도 충분히 즐기고 남을 정도로 길다.’ -91p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사는 것은 현재를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내일에 기대어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75p
여름휴가를 가서 세네카의 「인생론」을 읽으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생의 플랜을 구성해 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복잡한 인생사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 없이, 플랜 없이 가다 보면 길을 잃기 마련이다. 지친 일상에 포위되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 어느덧 몸은 늙고 후회뿐인 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고 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오롯이 내 자신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나가보면 어떨까? 세네카의 「인생론」은 그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
김정은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