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9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까르네.png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서부터 취재를 위해 등록한 자동 메일까지 안 그래도 바쁜 연말에 카톡 하나, 메일 한 통이 얼마나 큰 대수인가? 12월 26일. 대한 상공회의소를 통해 중국 세관으로 받은 메일 한 통 역시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약 3개월간의 피말리는 소명 작업에 매달렸다.


 중국 세관에서 보낸 메일은 아주 간단했다. 지난 2022년 1월 베이징 올림픽 취재를 위해 발급한 일시적 수출입 신고인 ‘까르네’가 중국으로부터의 재수출 확인이 되지 않아 그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아주 무미건조한 몇 줄의 영어 문서 마지막 줄은 만약 소명 자료가 인정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재수출은 뭐고 베이징 올림픽이면 11개월 전 이야기인데 뜬금없이 이제야 뭘 소명하라는 건지?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전달되었기에 우선 상공회의소로 문의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요?’


 내용은 이랬다. 방송 장비나 전시회 등의 목적으로 해외로 반출되는 고가의 물품에 대해서는 수출입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국가 간의 협약이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서류가 ‘까르네(Admission Temporary Admission Carnet : 무관세 임시 통관증서)다. 보통의 방송장비들이 면세범위를 넘어가는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해외출장을 위해서는 까르네 신고절차가 필수적이다. 까르네 신고는 한국에서 출국할 때, 해외 특정 국가에 입국할 때, 다시 해외국가에서 출국할 때, 한국으로 입국할 때 총 4번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완전히 절차가 종료된다. 간혹 해당 국가의 사정에 의해 그냥 통과하게 되면 신고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문제는 필자처럼 해당 국가에 입국할 때 신고했는데 출국할 때는 확인을 안 받는 경우다. 이럴 경우 고가의 장비가 해당 국가 내에서 세금 없이 재판매되었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판단해서 적절한 소명이 되지 않으면 신고가액의 20%에 가산세 10%까지 더해진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시킨다. 필자의 경우 약 8천만 원이 보험가액이니 30%인 2천4백만 원이 세금으로 부과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2천 4백만 원이라니? 아니 도장 하나 안 받아왔다고 설마 2천4백만 원을 내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2021년에도 모 방송사에서 유사한 상황으로 세금을 납부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해외 유사 사례는 물론이고 까르네 협약의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하는 등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아 나섰다. 비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마저 고려했다. 그러다 결국은 까르네 국제 협약에 나와 있는 8조 2항의 한 줄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까르네 협약에 따르면 기한 내 재수출을 증빙할 수 없는 경우 해당 물품이 제3국에 있음을 증빙할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있으면 된다고 되어 있었다. 세관을 통한 공식 서류 발급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세관은 당시 물품을 확인받은 기록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서류 발급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증빙자료가 필요했다. 결국 해당 장비를 회사로부터 수령했고 올림픽이 끝난 후 모든 장비를 회사인 MBC로 반납했음을 증빙하는 서류를 사내 절차를 통해 만들었고 이를 다시 중문으로 번역해 증빙자료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고 한 뒤라 이제 더 이상 다른 뭔가를 할 수 있는 기력도 없었다. 세금이 부과되면 회사에 보고하고 징계받거나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구정을 코앞에 두고 출입국 증명서 등의 추가 증빙자료를 함께 대한 상공회의소를 통해 중국 세관으로 보냈다. 그리곤 약 2달 뒤인 3월 중순에 대한 상공회의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축하드립니다. 중국 세관에서 인정을 해줬네요. 까르네 클레임이 해소되었습니다.”


 까르네 클레임이 해소되었음을 알리는 것도 역시 단 한 통의 메일이었다. 두 통의 메일에 정말 3개월 동안 천국과 지옥을 몇 차례나 오갔던가? 다행히 이번은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클레임 해소를 위한 과정에서 다른 출장의 까르네 서류들 역시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것들투성이었다. 타사의 경우도 비슷해 보였다. 


 까르네를 발급받고 수출입 신고를 할 때 꼭 알아야 유의 사항이 있다. 대부분의 까르네 클레임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 혹은 그 이후에 제기된다. 이러한 클레임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재수출기한을 1년짜리로 발급받기를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재수출기한이 6개월이 아닌 1년이었으면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기한이 길어지면 보험료가 올라가는데 모든 까르네 절차를 완벽히 수행한 서류가 있으면 출장 복귀 후 보증보험료 환급 신청을 할 수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보험료를 환급받는 절차까지는 진행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또 4번의 까르네 신고절차 중 4번 모두를 안 하는 건 아예 기록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신고 절차를 행한 경우에는 한국으로 귀국 즉시 우리 세관과 상의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조치를 완료해야만 추후 까르네 클레임을 피할 수 있다. 


 주변의 동료들이 대부분 까르네를 출입국 과정에서만 필요한 증빙 자료로만 인지하고 있고 나 역시 그 정도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까르네는 출입국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담담히 꺼낼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피가 말라가는 듯했다.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똑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마음으로 부끄러운 경험담을 공유한다.


현기택 / MBC




  1.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힘겹게 만들고 지켜온 공적방송과 이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시민으로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천...
    Date2024.08.28 Views70
    Read More
  2.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로 ‘영상기자상’ 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
    Date2024.05.08 Views245
    Read More
  3.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
    Date2023.12.21 Views317
    Read More
  4.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
    Date2023.12.21 Views239
    Read More
  5.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국제교류행사 참여기>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누군가 ‘왜 기자가 되었는가?’라며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고이 모셔둔 ‘사회에 보탬이 되는...
    Date2023.12.21 Views228
    Read More
  6.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통역 자원봉사 참여기>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언론 쪽으로 관심이 많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인 저에게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제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든 ...
    Date2023.12.21 Views191
    Read More
  7.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에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영화를 보러 가며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오래전 첫사랑을 재회하듯, 기대감과 실망감 언저리의 정의할 수 없...
    Date2023.12.20 Views363
    Read More
  8.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166
    Read More
  9.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187
    Read More
  10.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296
    Read More
  11.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가짜’에 상을 수여한다는 희괴한 소식을 들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최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 기념토론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천만 원이나 지원한다니 ...
    Date2023.08.31 Views206
    Read More
  12.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약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
    Date2023.08.31 Views209
    Read More
  13.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175
    Read More
  14.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Date2023.06.29 Views244
    Read More
  15.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265
    Read More
  16.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2]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브루노 페데리코 (Bruno Federico,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권력과 자본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고발을 위해 시작한 영상기자로서의 삶 저는 영상저...
    Date2023.06.29 Views234
    Read More
  17.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272
    Read More
  18.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2023 광주민주포럼을 다녀와서…>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채종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2차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실존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측과 구조 속에 인간됨을 이해하려는 측, 과연 ’인간은 주제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서양 사상...
    Date2023.06.28 Views237
    Read More
  19.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
    Date2023.06.28 Views494
    Read More
  20.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책 추천]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문인이다. 한 백과에 따르면 그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로마제국 최초의 공인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3대 황제 칼리굴라 시대...
    Date2023.06.28 Views228
    Read More
  21.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
    Date2023.04.26 Views4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