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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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가라, 프랑스’

 영상취재부장에게 온 문자 한 통으로 첫 해외 출장이 결정되었다. 아이템은 <직지>. 1377년 고려시대 청주목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1800년대 말, 프랑스 영사 콜랭 드 플랑시가 프랑스로 가져가 경매에 넘겨졌으며 소중한 우리 유산임에도 현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런 직지가 대중에 공개된 것은 1973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전시회 이후 50년 만으로, 직지의 본고장인 청주에는 직지 원본을 촬영할 수 있는 굉장히 의미 있는 출장이다. 현재 아카이빙된 대부분의 직지 관련 자료들은 복제본으로, 직지의 원본을 촬영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청주에서 직접 취재, 촬영하는 것이 향후 '역사 자료'로 남을 아카이빙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여 프랑스행 출장이 결정되었다.

 다행히 동기 취재기자와 가게 되어 많은 소통을 하며 준비할 수 있었다. 기존 취재 방향은 출장 복귀 후 리포트를 제작하는 것이었으나 동기와 이야기하면서 직지 공개 당일인 4월 12일에 MNG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엔 ‘첫 해외 출장에 첫 MNG라니. 파리에서 방송사고라도 나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앞섰다. 선배들께 여쭈니 '직지 공개 첫날'은 시의성과 의미가 있으니 MNG 연결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취재기자와 함께 프랑스 국립도서관 앞에서 MNG 중계할 것을 데스크에 제안했다. 현지 연결로 직지가 프랑스에서 공개되고 있음을 좀 더 현장감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MNG 연결은 충북 지역에서는 처음 연결한 해외 MNG로 그 시도 자체에 나름의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MNG 외에 가장 고민됐던 것은 ‘직지’라는 우리 문화유산이 타국에 귀속되어 전시되고 있는 실상을 어떻게 ‘시각화’할까 하는 점이었다. 직지 원본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도를 통해 ‘직지를 비롯해 고향을 떠나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전시회에만 국한해 직지를 촬영하면 리포트가 전체적으로 정적이고 직지가 공개된 곳이 한국인지, 프랑스인지가 잘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전취재를 하면서 청주 고인쇄 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2년 전, 직지를 그대로 재현한 복제본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거다!’ 싶었다. 직지 복제본을 에펠탑, 개선문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촬영하면 '직지', '프랑스'가 더 시각화되어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인쇄 박물관 측에 복제본을 요청하여 에펠탑 앞에서 직지 복제본을 활용한 이미지컷을 연출했다. 이때의 촬영본으로 직지 프랑스 타이틀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과정도 과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취재를 통해 작게나마 문화재 환수에 유의미한 움직임이 생긴 것이 가장 뿌듯하다. 직지는 2018년 압류 면제법이 자동 폐기되고 환수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 보니 그 이후로 지역에서 환수 및 임대 형태 반환 등 직지 환수 움직임이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이번 보도로 직지가 타국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고 청주시와 담당 기관인 고인쇄 박물관에서는 본향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KBS 보도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또한 아무리 약탈이 아닌 매매 방식이라 해도 전국민적 반응은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해외 소재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입사 후 첫 해외 출장은 공개 당일 총 4번의 MNG 연결과 현장 제작 리포트, 귀국 후 4부작 리포트를 마무리로 끝이 났다. 파리를 떠올리면 에펠탑 앞에서 비 맞으며 타임랩스를 촬영한 저녁, 인터뷰와 전시회 스케치를 10분 분량으로 컷 편집해 보내는 데 장장 6시간이 걸려 뜬눈으로 밤새 동동거렸던 새벽, 촬영보조 없이 카메라 2대와 트라이를 들고 프랑스 국립도서관 전시회 스케치하던 순간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니 전부 웃으며 추억하는 경험으로 남았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던 첫 해외 출장. 그 부담감이 촬영기자로서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욕심내게 하는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첫 해외 출장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또 어떤 취재를 하고 어떤 출장을 가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끝으로, 막내인 내게 좋은 기회를 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청주 보도국 촬영기자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꾸벅)

KBS청주 김성은 기자 KBS청주_김성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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