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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도 변신하지 않는가?

- 새로운 매체와 콘텐츠에 대한 편견 버리기

 뉴미디어? 생소하신가? 아니, 그 정도면 잘 아신다구요? 실제로 뉴미디어에 관해 피부로 느끼고 대응하는 카메라기자는 어느 정도나 될까. 미디어 종사자로서 세상의 변화를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당신은 혹시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지 않은지. (편집자 주: 이 글은 기존에 발표된 DMB관련 자료들을 종합,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DMB는 기계에 관심있는 자들의 장난감?

 기본적으로 DMB는 비즈니스다. 방송사가 기존에 벌어둔 자금으로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보너스 성격의 서비스가 아니다. DMB는 그 자체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사업이다.

 DMB의 연도별 수요예측을 측정한 결과는 ETRI 기술경제성분석팀의 예측과 TU미디어의 예측이 유사하다. 지상파 DMB의 가입자 수가 위성 DMB의 가입자 수를 크게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지상파 DMB의 가입자 수는 위성DMB 가입자 수의 최소 1.3배~2.4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서비스 도입기인 2005~6년에는 두 서비스의 가입자 규모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 지상파가 전국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2007년 이후에는 급격한 격차로 증가한다고 통계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면, DMB의 조기 수용자인 얼리어댑터층은 지상파 및 위성 DMB의 선택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으나, 대중시장으로 전개됨에 따라 지상파 DMB를 수용하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DMB를 들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한때 휴대폰 안쓰는 걸 선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대체 들고 다니면서 볼 만한 방송은 뭐야?

 지상파 DMB는 공중파 방송과 유사하게 드라마, 음악 및 뮤직비디오, 뉴스, 오락프로그램의 선호가 높았으나, 위성DMB는 이동성이 강화된 개인화된 매체로서의 속성으로 발휘하여 엔터테인먼트와 정보형 서비스에 대한 이용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지상파 DMB는 공중파 재전송의 강력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 대중시장으로의 진입과 이용자 집단이 특정 연령층으로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휴대인터넷과의 차별화도 DMB서비스의 과제이다. 소형 단말기의 대표주자인 두 서비스 중 휴대인터넷은 양방향성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동시에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를 중심으로 , DMB는 실시간 방송의 다양한 채널으로 선호하는 이용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즉, 요금 수준에 민감하고, 방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특별히 높은 이용자들은 DMB를 이용할 것이고, 전송속도가 빠르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수용할 이용자들은 휴대인터넷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은 사진 촬영에 대한 욕구 증가로 촉발되었으나, 향후에는 안전 확인이나 화상통신과 같은 편의성, 안전성 등의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개인 프라이버시의 상징이 되어버린 휴대폰은 보안기능을 강화해서 이동결제수단으로 굳건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된다는 거지?

 지상파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고, 디지털 위성방송은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현실 속에서 DMB의 콘텐츠가 어느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서비스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은 기존의 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자신들의 전송방식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치중하다가 실패한 사례를 말한다. 고객은 원하는 컨텐츠를 서비스 받아야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한다. 즉, ‘컨텐츠’를 중심에 놓고 ‘서비스’를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기능은 그저 부록일 뿐이다.

 DMB, IPTV, 무선인터넷 등 다양한 신종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면 당장 콘텐츠 수급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매체와 채널은 급격히 늘어나는데 정작 방송용 콘텐츠가 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결국 방송 콘텐츠의 주요 공급원인 지상파 방송사와 거대 자본력을 가진 통신업체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굳혀질 수 밖에 없다. 거대 방송사와 거대 통신업자가 독식하는 시장을 두고 ‘방통융합’이라 부르게 된다면 그건 안될 말이다. 미래가 원하는 것은 그렇게 ‘장악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안주하려 한다면 당신은 도태된다.

 서비스 사업자는 현실적으로 대형 방송사, 통신사업자가 중심이 되더라도 실제 콘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사업자는 실로 다양한 영역을 포괄해야 모두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의 인터넷 시장에서 수많은 콘텐츠들이 방송이나 DMB서비스로 가지 못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도하 바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일부 방송사, 대형 포털, 이동통신사들이 시장을 분할하고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는 구조를 뜯어 고쳐서, 벤처사업자, 기획사, 프로덕션의 소규모 콘텐츠라도 금세 알려지고 제 값을 평가받으면서 안정되게 채널에 공급할 수 있는 선진시장 형성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단일 시장에서 방송사는 창구의 다변화를 위한 프로그램 판매 수익 증대를 위해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가장 적은 프로그램 (LOP, Least Objectionable Program)을 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상파의 경우 단일한 창구라는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케이블채널이나 다른 채널에서도 각광 받을 수 있는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뭔가 바뀌기는 하는 모양인데?

 디지털TV로의 전환은 이제 과거시제가 되어 버렸다. 이미 콘텐츠 생산, 미디어의 자료관리, 텔레비전 신호의 분배는 디지털화 되어 있으며 사업자들 사이에서 실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이 과거가 되었다면 방송국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방송사는 콘텐츠 공급자나 패키징 업자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변화의 핵심이다. 콘텐츠를 재이용하고 다른 방식으로 패키징하는 능력을 가진 직원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확장된 멀티미디어를 사용하고,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능력이 이를 결정하는 바로미터이고, 곧바로 방송사의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NHK의 시도는 주시할 만하다. PC로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클릭 한번 만으로 그 프로그램의 홈페이지로 연결되고, 방송에서 모두 소개하지 못한 정보를 모바일로 받아 볼 수 있으며, 스포츠 중계였다면 해설을 추가해서 듣고, 같은 시청자들과 채팅으로 함께 응원하며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이 휴대폰 DMB서비스로 합쳐지면 웬만한 트래픽은 피하고 원활하게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수신이 가능한 휴대폰은 다시 매력덩어리가 된다.

 그럼 어떤 회사가 망하는 거지?

 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성장의 주요한 요인으로는 전송기술의 발달, 콘텐츠의 혁신, 정부 규제의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즉, 콘텐츠의 디지털화로 인해 콘텐츠의 수평이동이 가능해졌고, 그 중심에 인터넷이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콘텐츠는 미디어의 각 영역을 넘나들게 되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매체 양식의 융합에 따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장르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통신과 방송네트워크를 지닌 업체들이 콘텐츠 중심의 업체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방디 유니버설의 경우 카날플뤼(CANAL+)라는 방송네트워크와 이동통신사인 SFR과 유선통신사인 CEGETEL을 기반으로 영화, 출판, 음반, 게임 등의 콘텐츠 영역을 확보한 사례였다.

 일본의 NTT는 CS디지털방송사업에 진출했고, 영국의 BT 역시 방송사업권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SK텔레콤도 위성DMB를 통해 방송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이렇게 통신업체들의 융합행보는 대체로 기존 콘텐츠와 미디어 기업을 인수하기 보다는 위성방송 사업 등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통신업체들이 브로드밴드 사업과 방송콘텐츠를 융합하는 비즈니스 모델 역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콘텐츠업체들은 동종 업계에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 특징이 있다. 결국 어느 회사가 살아남고, 어느 회사가 사라지느냐의 문제는 세 가지의 키워드로 결정된다. 네트워크 효과 증대를 위한 인수, 합병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신규 사업 진출에서 위험 요소를 분산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목숨이 오간다. 또한 수익 모델을 개선하고 콘텐츠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있는 회사가 살아남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케팅회사는 스마트칩을 내장한 신용카드회사, 그리고 프라이버시와 위치정보등을 보유한 무선통신사업자와 만나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려 하게 되고, 이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가진 프로덕션이 그들과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명색이 언론사가 광고주와 손을 잡아?

 향후 미디어 산업의 구분은 크게 콘텐츠 영역과 콘텐츠를 전달하는 네트워크 영역으로 구분될 것이다. 그들이 공조하는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방송사 ABC는 PANASONIC과 협력해 1999~2000년에 걸쳐 Monday Night Football을 세계 최초의 HDTV 정규프로그램으로 제작하였고, 미츠비시는 CBS와 손잡고 HDTV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산업과 매체의 만남을 아직도 광고주와 매체의 불손한 결탁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대단히 뒤처진 생각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수십가지가 넘을 것이다. IT업계와 방송의 유대관계? 그들은 오늘도 한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사는 새로운 인류의 특성 중의 하나는 감성세대라는 점이다. FUN, TRUST, PRIDE라는 세가지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미래 세대의 구성원들은 매체를 민감하면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 아마 ‘우리’가 - 추구하는 것은 물질적인 개념으로서의 ‘부’가 아니라 물질과 정신의 복합적인 ‘풍요’인 것이다.

 이 시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자신감을, 당신은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

주 범 기자  joobu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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