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이번 작품에는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가 소재가 되었다. 이 글은 영화를 보지 않고 다만 영화에 내재된 ‘과학’이라는 모티브만 가지고 왔다.
1. `39-Queen
재건축으로 사라진 런던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1986년의 라이브 공연 중간쯤에는 쉬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퀸의 ‘브라이언 메이’는 어쿠스틱 12줄 기타를 들고 등장했고 프레디 머큐리는 이상한 가사를 읊조린다.
‘39년에 우주로 떠나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1년의 우주 항해 후 돌아와 보니 이미 지구는 39년이 흘렀고 아내 대신 자식이 맞이하네...’ 이런 내용이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에선 시간이 거의 멈추는데 지구에서는 세월이 빛처럼 흘러간다. 이는 ‘상대성 원리’에서 언급되는 ‘시간 지연’(time dilation)인데 서로 다른 중력에 위치한 관찰자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측정된다는 의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주인공인 쿠퍼와 브랜드가 외계 행성에 착륙했다 돌아왔더니 사령선 조종사는 폭삭 늙었고, 임무를 마치고 지구를 구원한 쿠퍼가 귀환했을 때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딸을 만나는 장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퀸의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는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 중에 밴드를 시작했고, 이후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나고 공연이나 음반 작업에서 여유를 찾았을 때 학위를 마쳐 ‘박사님’이 되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대학교 총장이 되었다. 물론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다.
2. Rocket Man-Elton John
이 곡은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음악가의 일생을 다룬 동명 영화의 제목이자 엘튼 존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내용은 지구를 떠나 화성에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우주인의 절망과 우울을 담고 있다.
‘로켓 발사 전날 아내는 내 짐을 싸 주었고, 난 연처럼 떠올라 우주로 왔다네. 먼 시간이 지나 집으로 귀환했을 땐 난 그전의 내가 아니라 로켓맨일 거야. 그렇지만 지금은 지옥처럼 추운 화성에서 난 주5일만 일할 뿐.’
당연하게 우주인들은 이 노래를 좋아했다. 엘튼 존은 나사의 우주 기지를 방문했고, 2011년에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호의 마지막 우주 항해 중 이 노래를 불러줬다. 2012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곡 발표 40주년을 기념해 이 곡을 그날의 음악으로 선정해 기지 내 방송을 통해 재생했다. 2022년에 나사는 이 노래 발매 50주년을 축하해 주었다.
3.Starman-David Bowie
‘난 X 됐어.’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인 ‘마크’는 대원이 모두 탈출한 화성 기지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되고, 생존 신호를 지구로 꾸준히 보내며 우주의 로빈슨 크루소가 되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화성을 탈출하기 위해 로켓 발사 지점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노래는 그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이 곡은 영국의 가장 창조적인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보위’가 1972년에 발매한 ‘지기 스타더스트...’ 앨범에 4번 트랙으로 실려 발표되었다. 앨범은 보위의 아이디어로만 만든 컨셉트 앨범인데 여기에서 스스로를 외계인으로 설정했다. 이 곡은 앨범의 주인공인 ‘지기 스타더스트’가 지구로 내려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탈출 장면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들뜬 마음, 그것을 응원하는 지구인들과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종혁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