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화광들에게 극찬 받았다. 제목만으로도 영상기자협회 회원들에게 관심이 갈 것 같아 소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추천을 위한 소개 글에 스포일러가 있어 영화를 먼저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영화는 좀비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다. 좀비 영화라고만 하면 전형적인 B급 공포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잘 짜인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는 약 30분가량 원테이크 샷으로 시작된다. 낡고 오래된 창고에서 피를 뒤집어쓴 분장을 한 배우들이 연기를 하던 중, 감독은 연기가 어색하다며 배우를 심하게 꾸짖고 현장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든다. 출연자와 제작진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수다를 떠는 쉬는 시간. 갑자기 진짜 좀비가 나타나고, 배우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도 감독은 카메라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오히려 상황을 전부 기록하려고 한다.
여기까지만 영화를 본다면 짜임새도 엉성하고 NG 컷도 들어내지 않은 그야말로 B급 영화다. 하지만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 영화의 실체가 드러난다. 사실 영화는 방송국의 요청으로 제작됐으며, ‘좀비물’을 ‘원테이크’로 촬영해 ‘생중계’로 진행해야 하는 어렵고도 어려운 이벤트였다. 이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준비하던 시점부터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모습까지를 보여주며 복선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원테이크에 생중계다 보니 일어나는 돌발상황과 실수들. 그럼에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무사히 방송을 마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한다. 영화 중반에 배우들이 같은 대사를 반복하거나, 뜬금없는 얘기를 하는 등 어색한 상황들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 영화 초반 어색했던 모습들이 기발한 복선이 되어 재미를 안겨준다.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반전을 미리 설명해 버려 아쉽지만, 참신한 소재와 사소한 복선까지도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다. 프레임 안을 완벽하게 구성하기 위해 프레임 밖에서 온갖 고생을 하는 제작진들의 노고를 보면서 라이브 연결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도 떠올랐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프랑스에서 리메이크되었을 정도니 한 번 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상기자인 우리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되니까!
이근혁 /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