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2의 인생’ 설계한다면 ‘편집’을 배워라”
“영상 이론 미리 정리하고 강의력 키울 것…회사는 기자들에게 강의 기회 줘야”
최기홍 (前 KBS 뉴스시스템혁신팀장, 現 한국영상기자협회 고문)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7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6%가 넘었다. 보고서는 의학의 발달로 건강한 노령층 비율은 늘어난 반면, 노후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노인들이 노동 시장에 다시 참여한다는 분석이다.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퇴직 이후 일을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고, 부부 등 가족 관계에도 훨씬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언론계에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은퇴 이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인 영상기자들이 많다. 현업 시절 쌓은 노하우를 퇴직 이후에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기홍 KBS 전 뉴스시스템혁신팀장(사진)에게 ‘평생 현역’이 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Q.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영상기자들이 퇴직 이후에도 영상기자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일을 이어갈 수 없을까 고민해 왔다. 관련해서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이 많을 것 같다.
A. “사람마다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얘기하겠다. 영상기자로 정년퇴직을 맞는 기자들은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해 온 사람들이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걸 하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해 온 게 가장 좋다고 본다.”
Q. 퇴직 이후 영상기자들이 전문성을 살려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A. “현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의를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던 일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 내가 직접 일을 하면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알기 쉽게 가르쳐 주는 일은 별개의 영역이다. 내 일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 없다.”
Q. 실무 능력에 더해 이론을 겸비하라는 얘기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A. “편집 실력을 갖춰야 한다. 예전엔 영상기자들이 촬영과 편집을 같이 했는데, 이게 분리된 지 꽤 오래됐다. 이게 대세처럼 되어서 연차가 높은 기자들 대부분이 촬영은 잘 할 수 있지만 편집은 잘 못한다. 현업에 있을 때 촬영과 편집 업무가 분리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바깥 세상은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Q. 실제로 편집 등의 업무 때문에 강의에 차질을 빚거나 어려움을 겪은 후배를 본 적이 있나.
A. “언젠가 퇴직을 한 PD가 연락을 해 왔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 보니 직접 제작을 하지 않으면 못 하겠더라고 하더라. 현업에서 일할 때 AD나 작가, 카메라맨, 편집자 등의 업무를 조정하는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실제 촬영, 편집은 해 보지 않았는데, 강의할 때 필요하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가르쳐 줬다. 영상기자들은 4명 정도 기억이 난다. 이론적으로 정리가 안 돼 있다 보니 이론 정리와 편집 툴 등을 알려줬고, 그 친구들이 대학교에 강의도 나가고 있다. 취재기자도 세 분 정도 지도를 했는데 대학교 강의를 잘 하고 있다고 들었다. 영상기자로서 전문성을 살려 강의를 하고 싶다면 이론 정리와 함께 웬만한 편집 툴은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퇴직 전에 편집 툴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 두면 좋겠다.”
Q.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하나.
A. “일반인이 많이 쓰는 프리미어나 맥용 영상편집 프로그램인 파이널 컷프로, 컬러 그레이딩을 할 수 있는 다빈치 리졸브 등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중국에서 나온 프로그램 중 무료나 저가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런 걸 사용하면 비용을 안 들이고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보도 영상은 필름으로 시작해 비디오 방식으로 넘어갔고, 지금은 비디오 방식과 함께 더 좋은 화질을 위해 Raw 데이터와 로그(Log) 방식을 쓴다. 로그 방식은 정보량을 아주 적게 담아서 그 걸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인데, 촬영과 편집 이후 ‘컬러 그레이딩’이라고 해서 색감을 보정하면 훨씬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뉴스에서는 로그 방식의 카메라를 잘 안 쓰는데, 밖에서는 DSLR에서도 로그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쫓아가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Q. 요즘은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해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많이 촬영한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해 한 사람이 취재, 촬영, 편집, 송출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저널리즘을 체계화하기도 했는데, 모바일 촬영과 편집에 대해서도 조언해 달라.
A. “현재의 스마트폰은 4K UHD 해상도로 저장을 할 수 있어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HD ENG 카메라보다 화질은 더 좋다. 방송은 HD, 일반인은 UHD를 쓰는데,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것을 편집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어플 가운데 ‘캡컷(CapCut)’이 있는데, 무료이지만 PC용 수준만큼 기능이 많다. 우리가 밖에 나가 누군가를 가르칠 대상은 많다. 중,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가르칠 수도 있고, 일반인이나 때로는 전문인을 가르칠 수도 있다. 구청 등 지방 자치단체에서 여는 프로그램을 보면, 강사들이 전문가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갖춘 우리 후배들이 그런 방면으로 나가면 좋겠다.”
Q. 많은 프로그램을 모두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A. “퇴직 이후 KBS아카데미에서 강의하면서 수많은 편집 프로그램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고, 답을 찾았다. 단축키를 똑같이 만들면 된다. 여러 프로그램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능은 단축키를 통일하고, 툴마다 다른 기능들만 기억하면 된다. 자기만의 단축키를 만들어라.”
Q. 편집 역량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에서 누구에게 배워야 할지 고민이 될 것 같다.
A. “나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퇴직 전부터 혼자 공부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에 웬만한 내용들이 나와 있다. 물론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서 배우면 시간이 훨씬 단축될 것이다. 회사 안에 편집을 잘하는 후배들이나 지인을 통해 배우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Q. 각 방송사나 협회 차원에서는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까.
A. “KBS, MBC, SBS는 모두 방송 인력을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각 방송사는 바쁘다는 이유로 내부 일만 시키지 말고, 기자들이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나도 KBS 퇴직 이후 한동안 KBS 아카데미에서 영상 편집 전문 강사로 일을 했다. 회사가 그런 기회를 배려해야 기자들이 강의 준비를 하면서 이론을 정리하고, 실전을 통해 강의력도 키울 수 있다. 협회는 다양한 교육을 자주 마련해 기자들이 트레이닝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후배 영상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아무리 실력이 대단해도 편집을 못 하면 나가서 가르치는 일은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꼭 미리 준비를 했으면 한다. 퇴직이 임박하면 마음이 조급해져 못할 수 있으니 시간이 있을 때 한 가지씩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보길 바란다. 특히 연차가 많은 후배들은 컴퓨터를 잘 모르고 다루는 것도 미숙한 것 같다. 책을 사서라도 컴퓨터를 꼭 배워두길 바란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