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인권, 언론자유 기자정신을 깨우다
2023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작품이 휩쓸어
시상식, 내달 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서 개최
▲지난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든 취재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 중이다. 지난 10월 26일 국내외 언론에 공개된 이스라엘 남쪽 가자 지구 2km 부근. 키부츠 홀릿
(Kibbutz Holit) - 사진제공 MBC 현기택 차장
전쟁이 기자정신을 깨운 걸까. 올해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인권, 언론자유, 민주주의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선정됐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조직위원회는 2023 제3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최우수작인 ‘기로에 선 세계상’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내부 이야기를 취재한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을 선정했다. 이 작품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하기까지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운동, 전쟁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언론·표현의 자유 보장 요구 등 다양한 사람들 의 이야기와 현장을 담고 있다.
뉴스 부문은 2022년 8월 러시아의 포격과 공습이 끊이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동남부 바흐무트 에 머물며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한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이 보도가 “전쟁이 민간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심층 취재하여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강인한 회복력과 희망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특집 부문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에서 발생한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폭력과 학대를 보도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Russian Soft Power in The CAR)>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권력과 유착해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러시아의 대리자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2018년 바그너 그룹을 취재하다 살해당한 기자들의 취재를 동료 기자들이 이어받아 완성했다.
비경쟁부문 공로상인 오월광주상은 방사능 피폭 위험을 감수하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현장을 영상에 담은 ‘구 소련 우크라이나 중앙TV’ 소속 영상기자 4명에게 돌아갔다. 블라디미르 쉐브첸코, 유리 볼다코프, 빅토르 크리프첸코, 블라디미르 타란첸코는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기의 대형 폭발사고와 수습 과정을 4개월간 취재했다. 보호 장비도 없이 사고 현장을 기록한 이들은 피폭의 여파로 폐암 선고를 받고 사망하거나, 심각한 피폭 후유증에 오랜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아흐메드 아사르·로이터통신 아시아 비디오사진부문 총괄 편집장)는 “세상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 언론인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에 공감하며 수상자들과 전세계 언론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언론인의 청렴, 정확성, 확고한 진실 추구에 대한 맹세를 다시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은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조직위는 앞서 지난 6월 1일부터 7월 21일까지 국제공모를 받아 1, 2차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확정했으며, 지난 9월 13일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만 달러가 수여된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인권과 정의 구현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기 위해 5.18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가 5.18의 참상을 알린 독일인 영상기자 故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이름을 따 2021년 제정한 국제보도상이다. 올해 국제공모에는 영국 BBC를 비롯해 독일,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한국 등 전 세계 14개국 영상기자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이 작품을 출품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힌츠페터 기자가 전한 ‘5.18의 진실’이 한국 시민들의 민주화의 자각과 의지를 끌어냈듯, 우리가 찾아낸 또 다른 힌츠페터들과 그들의 보도가 새로운 국제연대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작을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인권·평화·언론자유를 되돌아보고, 더욱 강건하게 발전하는 동력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게오르크 빌프리트 슈미트 주한독일대사도 “권력자들이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목격자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소를 봉쇄한다”며 “불의와 억압에 투쟁이 중요한 시점에서 1980년 당시 한국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과 민주주의를 향한 인식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기록한 독일인 영상기자 힌츠페터 기자의 이름을 딴 국제보도상 진행에 감사”를 전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