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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저널리즘 세미나 지면중계>

AI저널리즘시대, 해답은 뉴스콘텐츠의 '퀄러티'
학자, 현장기자들 한목소리 "정부·기업·언론으로 AI협의체 구성해 윤리 강령 제정해야"



 최근 들어 AI를 활용한 방송영상제작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커져감에 따라, 지난 11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과학종합대학원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한국전파진흥협회가 공동주최한 ‘AI저널리즘의 미래와 취재제작윤리’세미나의 내용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이날 세미나는 AI 기술이 가져올 저널리즘의 변화를 예측해 보고, 미디어업계가 취재·보도·제작 영역에서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학교수), 김창룡·오태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등이 발제를 맡았다.

편집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미디어 기업과 잇달아 뉴스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악셀 스프링어와 계약을 체결했다. 챗GPT 학습과 챗봇 답변에 악셀 스프링어 계열 미디어의 뉴스 기사를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지난 7월 이미 글로벌 통신사인 AP통신사, 아메리칸 저널리즘 프로젝트와도 뉴스 콘텐츠 사용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이니셔티브팀을 꾸리고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인 잭 스워드를 영입했다. 스워드는 어떤 경우에 AI를 활용해 기사 제작을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AI 활용 사실을 공개할 것인지 등 NYT의 AI 사용 원칙을 만드는 임무를 맡았다.

 챗GPT 등장으로 세계 미디어업계가 새로운 가이드라인 제정과 저작권 협상 등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가운데 ‘AI저널리즘의 미래와 취재제작윤리’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AI 활용에 대한 윤리 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AI가 1초 만에 기사 만들어내는 시대…언론 살아남으려면 ‘퀄러티 저널리즘’이 답”
 ‘AI 기자 시대, 미디어의 미래는?’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는 현재 언론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먼저 짚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생성형 AI(챗 GPT)가 1초 만에 기사를 만들어낸다. 보도자료, 기자 간담회, 발생 사건, 토론회나 컨퍼런스도 AI 기자가 단박에 요약, 정리, 번역해낸다. 

 최 대표는 “AI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뉴테크놀로지가 몰려오고 있지만, 미디어업계의 실질적 변화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언론이 아닌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굴지의 방송사 뉴스 구독자보다 훨씬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는 등 전통 미디어를 이기는 ‘신흥 미디어 권력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특히 유료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인 ‘서브스택’의 도약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제의 취재 현장에 언론사 기자보다 크리에이터가 더 많은 현상, 과거 언론의 취재 관행과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MZ 기자들도 지금 우리 언론에 두드러지는 변화이다.

 최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업계가 △뉴스 플랫폼을 모바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달라진 뉴스 고객의 패턴을 먼저 이해해야 하며 △전문성을 갖추고 언론사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비언론 크리에이터와 경쟁하기 위해 깊이있는 뉴스 제작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망해 가던 뉴욕타임즈는 2011년 기자가 아닌 웹 디자이너와 개발자, 데이터과학자, 비디오그래퍼 등 디지털 기술 인력으로 과거와 전혀 른 온라인에 특화된 디지털 콘텐츠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특히 AI 퍼스펙티브를 도입해 혐오, 악성댓글을 걸러내 고품격 콘텐츠 지향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퀄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NYT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대한민국 언론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N 보도국장 출신이기도 한 최 대표는 “제일 큰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곳은 언론사인데, 과거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다.”며 “세상은 새로운 움직임을 요구하는데, 현재 기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지는 않고 레거시에 익숙해진 기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후배들을 향해서도 “기사만 쓰는 기자는 앞서가지 못한다”며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거나 유튜브 방송을 하는 등 지금 세상이 요구하는 얘기를 할 때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벽을 깨는 도전을 하고 기자들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사, 영상, 번역 등 다양하게 생성 AI 활용하면서 윤리 강령은 없어”
 ‘AI 저널리즘, 가짜뉴스, 윤리와 법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창룡 교수는 국내 주요 언론사의 생성형 AI 활용 실태를 살펴봤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선 방송업계에서는 AI 아나운서, AI 기자, 대통령 후보 관련 보도 등 방송 콘텐츠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또, 게시판 자동 응답이나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 등 시청자층 맞춤형 방송 편성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기상 특보나 속보, 사진 추천 등 방송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도 AI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언론사들은 뉴스 기사 뿐만 아니라 영상, 번역 등에 다양하게 AI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1~2년 전부터 생성 AI를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AP통신사는 지난 8월 윤리 강령에 AI 활용 관련한 내용을 추가했는데, 우리나라는 AI 활용 관련 윤리 강령이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은 실정”이라며 “국내 방송사가 AI를 이렇게 많이 활용하면서 어떤 윤리강령도 만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 기업, 언론 등이 함께 참여하는 생성 AI 협의체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루 빨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표하고 강령을 지킬 것을 사회와 약속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I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AI 사용할 수 있는 기자 돼야”
 오태연 교수는 ‘생성 AI의 현황과 실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오 교수는 “기존의 AI는 인풋을 넣었을 때 예측 가능한 아웃풋을 내놓는 형태인 판별 AI였는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창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아웃풋을 내놓게 된 것이 생성 AI”라며 “데이터를 처리할 때 로데이터를 넣었을 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는 생성형 모델 발전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어떤 기술의 발전이 특이점을 만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시대를 바꾸게 되는데, 지금 특이점이 왔다”며 “기술적으로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예측력, 판단력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최근 게임 회사의 남혐 캐릭터 논란을 들어 기업이 사람보다는 AI와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웹소설의 일러스트 제작을 위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생성형 AI가 웹소설 표지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특히 미디어 분야에서는 생성형 AI 기술들이 인간을 많이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AI가 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만, AI 시대에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AI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 기자들이 AI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AI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이승용 MBC 선임기자실장은 “신문과 방송이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신문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생성 AI 분야에 투자 여력이 없는 언론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AI가 학습을 위해 가져가는 데이터의 원천 소스는 대부분 기자들이 생산한 기사인데, 그에 대한 비용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이 AI를 바로 쓰는 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선거 기간에 힘들게 현장을 다 쫓아다니지 않고 AI를 학습시켜 내보내는 것도 허용해야 하는지, 허용한다면 영상기자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협회, 학계 등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 협회, AI 시대 저널리즘 고민 담아 내년 가이드라인 개정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챗 GPT 등장과 함께 저널리즘 문제에 맞닥뜨린 지금 기자 활동의 확대·발전이 아니라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협회의 ‘이달의 영상기자상’ 심사 과정에서도 AI를 통해 만든 이미지나 그래픽, 사진 보도가 현실을 왜곡한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왜곡된 인식과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나 회장은 이어 “인간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기자가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2019년 제정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내년에 개정할 예정인데, 개정 방향은 기술 발전 시대, AI 시대에 저널리즘과 기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저널리즘이 등장할 때 관련 법규와 저널리즘 관련 취재 제작 윤리가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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