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대신 수상소감을 전하게 된 아나스타샤 리지나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할아버지는 말씀하시기 힘든 병환을 앓고 계셔서, 제가 대신 할아버지의 수상소감을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할아버지를 오월광주상 수상자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할아버지는 수상 소식을 듣고 놀라셨습니다. 물론 기쁨이 섞인 놀라움이었습니다. 체르노빌 참사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났고, 세상에는 많은 사건들이 발생해 체르노빌 참사에 대한 관심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개최되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여전히 체르노빌에 있던 사람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체르노빌 취재는 할아버지가 했던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체르노빌 취재는 모든 것이 어려웠습니다. 취재 현장은 방사선 노출, 신체적 위험, 불면의 밤 등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건 모든 사람들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의 취재, 시민의 알권리 보호가 원동력
용감했던 할아버지는 취재 시 발생할 개인적인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원동력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시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매우 자랑스럽고, 불행히도 체르노빌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기에 할아버지가 살아 계셔서 기쁩니다. 할아버지는 건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맑으셔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로부터 훌륭한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할아버지를 수상자로 선정하고 기려 주셔서 감사드리고, 할아버지의 업적이 끼친 영향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오월광주상 수상자들은 볼로디미르 쉐브첸코, 유리 볼다코프, 볼로디미르 타란첸코, 빅토르 크리프첸코, 네 명이다. 이중 유리 볼다코프만이 현재 생존해 있다. 그는 오랜 병환으로 직접 수상하지 못하고, 야나 스키비녜치카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 부대사가 상을 대리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