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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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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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은 윤 대통령 내외가 온다고 보도했는데 왜 이날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을까. 후속보도가 필요했다. 명백한 외교 결례 아닌가. 

 #장면2. 11월 24일 김은혜 홍보수석은 프랑스 파리에서 “팀 코리아와 함께 1분 1초를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 윤석열 대통령의 혼신의 대장정은 이 시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엑스포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실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술을 마셨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김 수석의 브리핑은 방통위와 방심위가 혼신을 다해 색출하려는 명백한 ‘가짜뉴스’ 아닌가.

 #장면3. 11월 27일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언론은 일제히 함정취재를 지적했다. 한술 더 떠 해당 영상을 ‘인용’한 JTBC 보도를 방심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로 이첩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물론 북한 문제 관여 발언의 위험성은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유독 영부인 관련 의혹 보도만 신속하게 통제 대상이 되는 건 아닌가.

 이 세 장면의 중심엔 ‘취재 보도를 잊은 언론’, 더 정확히는 ‘진실을 숨긴 언론’이 있다. 권력이 숨기려는 사실을 찾아 보도하는 게 언론의 본령이다. 관치보도 일변의 엑스포 보도는 언론 참사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언론은 “각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지지한다”며 승산 있음을 연일 부추겼다. 게다가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의 후속보도는 거의 없었다. 현장 취재 기자들은 왜 ‘29표’ 밖에 못 얻었는지, 도대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취재하고 밝혔어야 마땅하다. 끝까지 ‘119 대 29’의 ‘참패’를 ‘석패’라 보도하고 “유치는 실패했지만 외교 역량은 성장”했다며 진실과 거리가 먼 보도를 또다시 확대 재생산했다. ‘막판 뒤집기’ 신화에 매달렸던 우리 국민과 특히 부산 시민들이 겪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어찌 보상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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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당시 정부와 한국의 언론은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1997년 12월 3일 우리정부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협상을 체결해야 했다. (1997.12.3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요즘 언론의 정부 관련 취재보도행태, 1997년 IMF구제금융 사태와 흡사
 요즘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한 보도 기조는 IMF 구제금융 당시와 흡사하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체결 직전 언론은 “위기 넘겼다”,“위기 아닌 과도기”라며 낙관적 전망만 늘어놓았다. 당시 언론은 객관적 검증이 안 된 정부 입장과 발표를 그저 실어 나르기만 했고 취재 보도는 부실했다. 국가 부도를 맞은 날, MBC 이인용 앵커는 IMF 법정관리 소식을 전하며 결국 “국치일”이라 했다.

 엑스포 홍보에 뿌려진 상찬의 댓가로 처리해야 할 청구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알아야 할 진실이 너무 많다. 사우디에서 사열 받을 정도로 외교 현장에서 활발했던 김 여사가 다우닝가에 왜 동행하지 않았는지, 파리에서 대통령실이 촌각을 다투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술자리를 가졌다면 술값은 누가 냈는지,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국가에 지불해야 할 29표의 약속 비용은 얼마인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취재 기자들은 진실을 알 것이고, 알았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방심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비롯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정책이 보도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위축시킨 건지 깜깜하기만 하다.

 진실보다 정치적 ·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일방에 의한 정보 왜곡이 범람할 경우, 진실은 묻히고 허위 정보, 과장된 보도가 주류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성 언론의 이러한 ‘탈진실(post truth)’ 추구 현상은 총선을 앞둔 내년 더욱 우려된다. 2024년의 봄은 언론인들이 올바른 목적을 갖고 선량한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맞이하기 어렵다. 

 특히나 영상 저널리스트는 해석의 구체적 자료를 제공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전문 언론인이다. 용기 내봤자 손해 보고 피해만 보는 요즘 세태에 용기 내라 말 건네는 것조차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MBC 이기주 기자가 <기자 유감>에서 밝힌 “권력이 기사를 발주하고 기자는 그 발주를 수용하는 형국”만큼은 거부할 용기가 있길 바란다. 언론사주에 의해 회사 이익만 추구하다 국익은 커녕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면 기자라는 직을 가졌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진실의 외장하드가 활짝 풀리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외부기고는 본 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선영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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