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5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2002년 5월 온 국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왜곡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사실에 대해 알지도 못하였고 2004년에서야 동북공정 사무처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내용을 공개하면서 한국에 처음 보도되었다. 이에 격분한 한국정부는 고구려사 문제등과 관련하여 앞으로 역사왜곡은 없을 것이라는 5개항의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이는 외교적으로는 아무 구속력이 없는 구두약속에 불과하였고 2006년 중국의 역사왜곡 작업은 거의 완료되었다. 동북공정의 5년간의 계획은 비록 2007년 1월에 끝이 났지만, 중국 창춘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은 동북공정은 아직 끝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대회였다.

 2007년 1월 28일 후진타오 주석의 개막선언을 시작으로 중국의 공업도시 창춘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이 성대하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 창춘동계 아시안게임은 2008년 하계 올림픽을 앞둔 나라답지 않게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특히 순수한 스포츠행사를 동북공정에 이용했다는 점은 결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중국정부는 개막식 식후행사부터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 칭하며 중국의 땅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고, 각종 관광안내서마다 창바이산의 관광코스를 실어놓았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자국 심판진들에 의한 편파판정이었다. 어느 정도의 홈텃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쇼트트랙에서의 편파판정은 그 정도가 심했고, 결정적으로 안현수의 금메달 실격은 우리 국민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2007년 1월 31일 우후안경기장. 어젯밤 안현수선수 경기의 오심판정 때문인지 빙상장은 일찍부터 중국과 한국응원단으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오늘은 제발 오심 없이 한국선수들이 무사히 금메달을 따기를 바라며 관중석 중간에(이곳엔 따로 ENG존이 없다) 자리를 잡은 나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허탈함을 느꼈다. 분명히 중국선수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을 계속해서 밀고, 잡고, 막았는데도 중국인 심판들은 침묵했고 결국 금메달은 중국에게 돌아갔다. 한국의 여자 계주팀은 한동안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행히 연이어 벌어진 남자 5000M 계주경기에서 깨끗하게 금메달을 딴 남자 계주팀 덕분에 빙상장은 온통 태극기 물결이 되었고 한국선수단은 축제분위기로 돌아올 수 있었다. 허겁지겁 선수들의 인터뷰를 마치고 시상식장으로 향하던 나는 문득 여자선수들의 손에 종이 한 장씩이 들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게 뭐예요?” “저희 세레모니 할거예요.” 뭔가 특별한 세레모니가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시상식 입장순간부터 나의 카메라는 그녀들을 쫓았고, 그녀들이 들어올린 것은 바로 ‘백두산은 우리 땅’이었다. 그녀들의 백두산 세레모니에 한국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중국인 대회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해 하였다. 스포츠행사에서의 정치적 세레모니에 대한 외교적 심각성은 뒤로한 채 나 역시 가슴 시원함을 느꼈고, 내가 취재한 뉴스를 접한 한국에 있는 국민들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백두산 세레모니는 연일 계속된 편파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녀들의 의사표시임과 동시에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사표시였던 것이다.

 2007년 2월 1일. 사태의 심각성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중국정부는 문제의 ‘백두산 세레모니’에 대해 보도금지 명령을 내렸고 일체의 TV와 신문을 통제하였다. 다음날 출국하던 대한 체육회장에게 중국 측 대회관계자가 공항에서 고성이 오고 갈 정도로 크게 항의를 했다하고, 한국 선수단측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우리 취재단도 뭔가가 달라졌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후속취재를 위해 찾아간 중국의 CCTV부스에서는 트라이포드를 세우기가 무섭게 모두들 달려 나와 취재를 거부하였고(첫날 환영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날 저녁에 있던 한국과 중국의 남자 아이스 하키장에서는 아예 취재를 통제하였다. 인터넷 송출을 위해 급하게 호텔로 향하던 나에게 중국의 사복 공안은 여권제시를 요구하며 동행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허술하게만 보였던 취재시스템이 한번 통제하기 시작하니까 정말이지 무섭게 통제가 되었다.

 2007년 2월 4일 원자바오 총리의 폐회선언으로 대회는 끝이 났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공정이 끝났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연개소문 드라마에 발맞추어 중국에서는 설인귀 장군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 설인귀 장군 드라마는 고구려 말기 연개소문과 맞대결했던 당의 장수 설인귀를 영웅으로 묘사한 대형사극이다) 이 모든 것이 그 연장선상임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스포츠선수들의 정치적 세레모니가 결코 옳은 일은 아닐뿐더러 외교적으로 충분히 분쟁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지만, 저마다의 마음속에 이제는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면 세레모니를 한 선수들도 보도를 한 취재진들도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중국의 끝없는 지평선이 부럽지 않았던 것은 그네들 가슴으론 결코 품을 수 없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재영 /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기자


  1. No Image

    편법적인 풀 취재 관행 사라져야

    <할 말은 합시다> 편법적인 풀취재관행 사라져야 국방부의 윤하사 유해운구 풀취재단 구성을 놓고 또 다시 풀취재의 폐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입처 출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한명의 대표 카메라기자와 다수의 취재기자가 함께 구성되는 풀취재관행의 ...
    Date2007.03.27 Views6143
    Read More
  2. No Image

    YTN 신년특집 3부작 "大한민족의 재발견"

    제목 없음 (신년특집 3부작) 大한민족의 재발견 지난 12, 13, 14일 YTN에서는 신년특집 3부작 대한민족의 재발견을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가’에서 ‘민족’ 단위로 세계의 사회, 문화, 경제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민족 이민사가 100년을 ...
    Date2007.02.20 Views6061
    Read More
  3. No Image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여론 빗발쳐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여론 빗발쳐 KBS, EBS 공공기관운영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2항의 적용제외 대상에 KBS와 EBS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일부 개정안 청원 내용을 발...
    Date2007.02.20 Views5787
    Read More
  4. No Image

    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희망조합의 희망, 경인 시청자의 권리 박탈하는 이유 없는 행위 내년 5월 본 방송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온 경인TV는 올 하반기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허가 추천이 중단되는 등 개국 준비에 상당한 차질...
    Date2007.02.20 Views5688
    Read More
  5.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2002년 5월 온 국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왜곡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사실에 대해 알지도 못하였고 2004년에서야 동북공정 사...
    Date2007.02.20 Views6516
    Read More
  6. No Image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한 컷의 영상"

    <만나봅시다 - 제주카메라기자회 홍보부장 부현일(JIBS) 기자>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한 컷의 영상, 한 컷의 사진”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제주카메라기자회가 개최하는 2006 보도 사진, 영상전이 열렸다. 올해 5...
    Date2007.02.20 Views6545
    Read More
  7. No Image

    디지털뉴스룸이 가져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디지털뉴스룸이 가져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디지털뉴스룸 구축에 필요한 기술 요소와 업무 변화 아날로그 시대의 방송기술이 영상제작기술과 통신 기술 중심이었다면 디지털 시대는 최첨단의 영상, IT, 디지털프로세싱, 네트워크 및 유비쿼터스 기...
    Date2007.02.20 Views6240
    Read More
  8. No Image

    새로운 나의 이름, KBS 카메라기자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새로운 나의 이름, KBS 카메라기자 매력적인 이름, 카메라기자 카메라기자 … KBS 카메라기자. 수십 번 적어도, 수백 번 불러도, 수천 번 생각해도 매력적인 이름. 이제 이 매력적인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붙었습니...
    Date2007.02.20 Views6479
    Read More
  9. No Image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혹독하게도 추운 겨울이었다. 뉴스에서는 백년만의 따뜻한 겨울이라고 연일 이상고온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합격자 발표를 초조히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심정은 매일 매일이 혹한기였다. 그렇...
    Date2007.02.20 Views5869
    Read More
  10. No Image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명예카메라기자마당>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 한다더라” 등의 순수한 마음을 실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즐거운 화제였고, 학교 앞 슈퍼의 불량...
    Date2007.02.20 Views5892
    Read More
  11. No Image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립니다

    제목 없음 <만나봅시다 - 영상저널리즘 TF팀 YTN 김재동 부장>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립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에서는 방송위원회에서 지원하는 방송발전기금을 받아 올해 초부터 ‘영상저널리즘’이라는 책의 발간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
    Date2007.02.06 Views5679
    Read More
  12. No Image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년사>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년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회원 여러분께서는 어떠한 계획을 세우셨고, 또 실천해 나가고 계십니까? 저는 올해의 목표를 협회의 재정을 튼튼히하고, ...
    Date2007.02.06 Views6790
    Read More
  13. No Image

    <줌인> 한미FTA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줌 인> 한미 FTA,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진시황이 죽은 후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툴 때, 계속 밀리던 유방이 항우를 결국에 패퇴시키고 해하(垓下)라는 곳에서 포위하게 된...
    Date2007.02.06 Views5783
    Read More
  14. No Image

    감성 경영 시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카메라기자를 기대하며

    <칼 럼> 감성 경영 시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카메라기자를 기대하며 감성적 매체인 영상을 다루는 카메라기자, 지금이 기회이다! <사진 : MBC 보도국 인터넷뉴스팀 이문노 팀장> 감성과 창의성의 시대를 맞아 ‘상상’과 ‘창의’를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디...
    Date2007.02.06 Views5438
    Read More
  15. No Image

    디지털뉴스룸을 향한 첫걸음

    디지털뉴스룸을 향한 첫걸음 변화냐 소멸이냐 양성호 MBC 보도국 디지털뉴스룸 팀장 지구가 생기고 수 억 년 간 생물적 변화 속에서 가장 강한 개체보다는 가장 적응을 잘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 속에서 평범하게 ...
    Date2007.02.06 Views5618
    Read More
  16. No Image

    점심시간 줄여가며... 팍팍한 카메라기자의 일상

    <할 말은 합시다> 점심시간 줄여가며... 팍팍한 카메라기자의 일상 아침 출근. 취재일정에 올라온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벌써 여러 개의 취재일정들이 올라 와 있고 오후에는 FTA 관련 시위가 예정되어 있어 만만치 않은 하루가 예상된다...
    Date2007.01.05 Views5796
    Read More
  17. No Image

    <줌인>자극적 영상의 뉴스 사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자극적 영상의 뉴스 사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지난 7일 일어난 김형칠 승마선수의 경기 중 낙마 사망 사고는 스포츠 경기에서의 충격적인 사고여서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특히 모든 방송 뉴스시간마다 반복해서 전해지는 낙마장면은 ...
    Date2007.01.05 Views5979
    Read More
  18. 나는 카메라기자 남편을 데리고 산다

    제목 없음 나는 카메라기자 남편을 데리고 산다 딩동~ 문을 열었다. 옷이며 신발에 푸른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남편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무슨 일 있었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물어보지만 사실 난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날 평택시위를 ...
    Date2007.01.04 Views6863
    Read More
  19. No Image

    제20대 전광선 신임회장 인터뷰

    전광선 신임회장 인터뷰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22일, 운영위원회에서 제20대 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한 MBC 전광선 후보가 운영위원 선거를 통해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오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를 이...
    Date2007.01.03 Views6510
    Read More
  20. No Image

    카메라기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카메라기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19대 회장 임기를 마치며 “회원들의 뜻을 정확히 읽어내는 협회를 만들겠습니다!” 2년 전 이즈음, 제가 카메라기자협회 첫 직선회장을 맡으며 회원 여러분께 드린 약속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Date2007.01.03 Views618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