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희망조합의 희망, 경인 시청자의 권리 박탈하는 이유 없는 행위
내년 5월 본 방송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온 경인TV는 올 하반기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허가 추천이 중단되는 등 개국 준비에 상당한 차질과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28일 경인지역의 새 지상파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경인TV 컨소시엄은 법인 설립, 사장 공모, 임시사옥 공사 등 개국 준비를 진행해왔고, 11월과 12월에 집중적으로 옛 iTV 희망조합원들의 복직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10월 16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경인TV에 대해 금품 로비설, 이면계약설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10월31일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1대 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국가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경인TV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현재 경인TV는 전체 희망조합원 187명 중 44명을 정식 고용했으며, 부분적으로나마 방송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전반적인 고용 승계는 재허가 추천이 이루어진 이후, 최대한 하겠다는 것이 경인TV의 입장이다. 경인TV의 한 관계자는 “이미 백 회장도 물러난 상황에서 허가 추천을 무기한 미루는 것은 우리 조합원들의 희망뿐 아니라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권리까지 박탈하는 타당한 이유 없는 행위라며, 방송위원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경인TV의 허가 추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스파이 의혹을 불러일으킨 뒤 3개월 여 동안 표류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경인TV 새 사업자 허가 추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고조흥, 열린우리당 김교흥, 문병호, 홍미영, 민생정치모임 정성호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인지역 새 방송 허가추천 촉구 서명 국회의원 기자회견">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여야 의원 87명의 서명을 받은 이번 성명서는 "경인지역방송이 멈춰선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경인지역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지역 지상파TV방송이 없는 지역방송 사각지대"라며 "1360만에 이르는 인구나 경제규모 등을 볼 때 경인지역에 방송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지역언론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서중 교수는 방송위원회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신속히 대처할 방법을 찾아 허가 추천함으로서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권익 보호에 힘써야 하는 것이 방송정책 주무기관으로서 방송위원회의 존재 이유”라고 밝히며, 나중에 져야할 책임이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방송위원회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인지역 민영방송이었던 경인방송(옛 iTV)은 지난 97년도에 설립돼 2004년 12월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과정에서 방송수익 사회 환언 불이행과, 협찬·간접광고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재허가추천이 거부됐다. 이후 방송위는 지난해 4월 영안모자와 CBS를 주축으로 형성된 경인TV 컨소시엄을 새 사업자로 선정했지만 지난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미국 스파이 행적 논란이 불거지자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한 상황이다.
경인지역의 새 지상파 방송을 기다리던 4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1일 재허가 거부 2년을 맞아 “의혹 규명과 행정 절차는 분리해 진행돼야 한다”며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조속한 허가 추천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혹의 진위는 법정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방송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