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한국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문제적 키워드 중 하나는 ‘혐오’와 ‘갈등’일 겁니다. 여전히 존재하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 그리고 소수의 저항이 뒤얽혀 갈등의 소용돌이는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퀴어축제,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농성 등에 대한 논란이 번졌고, 법체계 안에서 직업적 존중을 받고자 하는 타투이스트, 동반자가 필요하지만 ‘결혼‘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청년들, ‘학교’ 밖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을 감내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는 취지의 기획입니다. 갈등 해소의 실마리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찾아가야 하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정말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화면에 잘 표현해내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했습니다. 타자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고서라도,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해준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프레임 속에서 자신이 과도하게 위축되어 있는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그들은, 수많은 차별과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고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진심을, 그들을 둘러싼 진실을 조금이라도 더 프레임 속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커플이나 청소년 사례의 경우, 동시에 인터뷰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하였고, 지체장애인 동행 취재 때는 실재하는 어려움을 포착하기 위해서 벽에 숨어 다니며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또, 관념적인 내용을 시각화할 수 있을 만한 피사체와 공간을 찾기 위해 사진관, 학교 등 시내 곳곳을 부단히 돌아다녔습니다. 편집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자막의 비중이 큰 인포그래픽형 영상이 컨셉이었던 만큼, 자막의 내용, 배열, 그것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컷의 선별 및 스토리텔링, 색보정을 비롯한 후반작업 등 모든 과정이 잘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편집, 팀 회의, 수정을 쉴 새 없이 반복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뒤따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수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수도권보다 적은 ‘지역’이기에, 발생이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뉴스’였기에,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획을 내보내는 기회는 소중합니다. 힘들게 얻은 기회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제작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지체장애인들이 매일 타고 다니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전동휠체어가 방송차량에 실리지도 않아서, 손으로 몇 시간을 끌고 다니며 이미지컷을 촬영할 정도로 말입니다. 한국영상기자상을 제게 주신 것은, 그 책임감의 가치를 높게 책정해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제작한 취재기자 이이슬 선배와 박영심 작가님, 김희나, 김명진 그래픽 감독, 박삼강 촬영보조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이슬 선배와 나눈 많은 대화와 논의 덕에 오늘의 결과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 제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국,부장님과 보도국 선배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김기태 / KBS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