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취재기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범, 보게나.
이런 것일 거야.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소중한 만남이라는 것이… 문득 아범이 사회에 첫발을 방송국에서 시작하고 싶다고 했을 때가 생각나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는 마음속으로 ‘맞다, 맞아. 다방면에 깊은 관심이 있으니 멋지게 해낼거야’ 했었지. 엄마가 마음 편하게 즐겨보던 다큐멘터리들을 떠올리며, 재미도 있고 좋겠거니 했었거든.
그런데 지금, 영상취재기자인 아범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리 단순치가 않아. 특히, 재난 현장 취재를 갔을 때는 더욱 그랬어. 지난 여름 강원도에서 큰 수해가 났을 때 말이야. 나는 TV로 집이며 나무며 차들이 마구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가슴이 아프더라고. 그런데 그런 현장에서 카메라를 디밀며 취재를 하는 아범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온전히 아범 걱정… 위생상태는 어떨까, 끼니는 제대 챙겨 먹나 하는… 엄마의 마음이라 어쩔 수 없나봐.
또 있지. 강원도 산불로 낙산사가 다 탈 때도 말야. 조그만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취재한다는데, 안전장치는 잘 되어 있는지. 불이 바람에 마구 널뛰기를 한다던데, 그래서 낙산사를 다 태웠다던데, 그 널뛰는 불씨가 하늘로 날아 올라 헬기에 닿지는 않을지. 온 국민이 소중한 문화재가 한 줌 재로 변하는 상황을 보며 안타까워할 때, 우리 가족들은 아범 생각에 애태울 수 밖에 없었지.
뉴스에서 아범이 수중 촬영한 화면이 볼 때도 그 신비롭기 만한 바닷속 풍경을 보는 감동과 기쁨 너머엔 촬영에 너무 몰입하다 공기통이 바닥나면 어쩌나, 놓치기 아까운 장면 욕심 내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온통 걱정뿐이었어. 오죽하면 아범이 스킨스쿠버를 배우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니까.
그리고 지난번 철거 현장에서 온몸에 불이 붙어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화면에 담아낼 때 아범 마음이 어땠을까, 셔터를 누르는 손이 얼마나 떨렸을까, 혹 엄마가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범의 따뜻하고 순한 가슴에 멍이 들진 않을까, 엄마는 온통 아들 걱정뿐이야.
아범이 영상취재기자가 된지 어느새 5년이 되었구나. 영상취재기자라는 직업, 고생스러운 일도 많지만, 좋은 점도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국내외 고명하신 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양한 역사의 현장에서 견문도 넓히고… 그래서 그런지 아범 가슴이 더욱 넉넉해지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아범의 모습을 볼 때, 가족들도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된단다.
이 글이 카메라기자 협회신문에 실린다니, 이젠 아범과 같은 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라도 해야겠구나.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이 땅의 모든 영상취재기자 여러분! 작년 우리 아범이 부서에서 조그맣게 받은 상에 “우리는 그대를 최고중의 최고로 기억하리” 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그 부분에서 여러분들 간의 돈독한 유대감이 느껴져서 눈시울이 뜨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도 이제 여러분을 그대들이라 부르고 싶네요. 그대들이 심혈을 기울여 담아내는 한 컷 한 컷이 불의 앞에 날을 세울 때는 더욱 단호하고, 소박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 담아낼 때는 그대들의 따뜻한 가슴이 느껴져서 이를 보는 우리네 삶이 더욱 풍요롭고 살맛 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도 불철주야 눈과 귀를 열고 계실 그대들과 방송 일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신록이 꽃보다 아름다운 계절에
강종순 /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정상보 기자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