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협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
카메라기자의 권익과 영상 발전을 위해 노력한
20년을 회고하며
이 땅에 민주화 운동의 뜨거운 열기가 채가라 앉지 않았던 시절인 1987년 11월7일, 뜻있는 소수의 카메라기자들이 모여 “자유언론 발전과 방송문화 창달 및 TV카메라기자들의 자질향상과 친목을 도모하고 카메라기자의 권익향상과 보도영상 발전”을 모토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창립되었다. 이제 카메라기자협회는 그간 여러 풍파를 헤치고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비록 시작은 소박하였지만 ‘청년기’에 접어든 협회는 현재 630여명의 회원과 34개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견실한 협회로 발전하였다. 협회 사업도 초창기 단순 친목단체 모임에서 벗어나 한국 보도영상전, TV카메라기자대상이나 이달의 카메라기자상과 같은 시상식 행사를 주관하고 있고, 방송보도 관련 정기세미나와 지방 카메라기자 세미나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카메라기자협회 신문 발행이나 다양한 출판기획 사업 등 학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카메라기자 수련대회와 회원 재교육 및 연수와 각종 영상촬영 교육지원 및 강사 파견 등 다양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제 카메라기자협회는 여러 언론관련 직능단체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단체 가운데 하나로 훌쩍 성장하였다.
카메라기자협회가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단순한 생존 가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청년의 나이를 먹을 만큼 역사가 지속되었다는 것은 그 동안 언론업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언론업계에서는 협회의 존재를 고유한 언론자산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카메라기자협회를 비롯한 여러 직능단체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단순 친목단체에서 벗어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직능단체로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직능단체들이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친목을 위해 탄생하였지만 이 같은 초기 정신이 너무 강조되다 보면 자칫 폐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회원들 간의 친목을 뛰어넘어 협회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사회에다 환원하는 의미에서 수준 높은 나눔과 베푸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열린 직능단체로서 사회의 아픔을 끌어안고 공동선(善)을 향해 나아가는 직능단체의 성숙된 모습이 기대된다.
둘째, 중요한 현안을 감성적이고 즉흥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과학적이고 학문적으로 정리하는데 협회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현장의 이야기를 집대성하여 협회 회원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다양한 현안을 학문적 안건으로 승화시키는 협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현업에 기반을 둔 영상관련 협회와 관련 학계가 공동으로 Visual Communication Quarterly(VCQ)와 같은 격조 높은 학술지를 공동으로 발간하고 있다. 현장과 학문을 접목한 학술적 가치로 인해 VCQ와 같은 학술지는 현업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그 명성이 매우 높다. 20주년을 맞이하는 협회도 이와 같이 학계와 연합하여 학술지를 창간하는 작업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셋째,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이하여 방송카메라기자의 역할과 위상에 관한 직능단체 단위의 성찰과 아울러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카메라기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영상매체 특히 TV는 다른 어떠한 매체보다도 현장성과 동시성이 높은 매체이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에 접어들면서 TV 카메라기자들은 자신의 역할과 미래의 방향에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법과 제도적 측면과 더 나아가 정책적 측면에서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협회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적 백서를 발간하는 작업이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자국의 이데올로기적 논리에서 벗어나 세계와 연합하여 평화 지향적인 협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세계의 여러 유사한 협회와 연대하여 나아갈 필요가 있다. 가까이는 동남아시아부터 시작하여 유럽과 미국 등 성격이 유사한 협회와 활발하게 교류하여 공동의 관심사를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교류를 통한 문화 간 다양성을 존중하며 상호협력을 통해서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주년을 맞이하는 카메라기자 협회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좁은 협회가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는 넓은 협회가 되길 기대한다.
다섯째,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회원들과 더 나아가 언론계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협회는 창간 20주년을 맞이하여 회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개발하여 전파해야 할 것이다. 100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개발하여 선포하고 향후 협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회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마치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이 매우 빠른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걷는다’는 행위가 인간에게서 다른 행위와 대체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듯 방송에서 카메라는 다양한 뉴미디어 시대에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시대에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더욱 더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고 있지만, 걷는 것이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듯 카메라속의 방송행위는 더 이상 배제될 수 없는 매체임을 회원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알리고 전파하는 사업이야 말로 협회 20주년을 맞이하여 시급하게 진행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협회 창립 2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협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민규 /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