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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정부에 바라는 방송정책

 방송카메라기자협회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정부 들어 가장 크게 변화될 방송정책은 첫째, 방송·통신융합에 따라 새롭게 발족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과 방송정책 독립성에 관한 이슈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둘째, KBS 2TV, MBC 민영화와 같은 공?민영, 국책방송 등 방송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마지막으로 신문?방송 겸영허용 가능성에 따른 종합편성 채널 정책 변화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운데서 방송정책에 관한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고, 신문과 방송 겸영허용에 따른 방송계의 변화와 이에 대한 해결책에 관해서 선진언론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는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수려한 풍광으로 은퇴한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탬파(Tampa)만(灣)은 바다와 늪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한반도를 연상케 하는 자연환경에 갈매기가 유유히 떠다니는 낙조(落潮)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근심이 다 사라져 버리는 지상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탬파 트리뷴(Tampa Tribune)과 NBC 지역방송국인 채널 8 WFLA-TV 그리고 온라인 매체인 TBO(Tampa Bay Online).COM은 신문방송 겸영허용 정책에 따라 미디어제너럴 언론그룹에 속해있는 언론사이다.  지난 2000년부터 성격이 다른 3개의 언론사가 한 지붕 밑에 ‘슈퍼데스크’를 만들어 신문, TV, 온라인을 통합하는 뉴스룸을 최초로 구축하였다. 신축건물 2층에는 온라인과 TV 보도국, 3층에는 신문사 편집국을 만들었으며 2, 3층은 서로 중앙 홀을 마주 볼 수 있도록 개방하여 이질적인 기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의도적으로 많이 하도록 설계하였다. 중앙 홀에 위치한 타원형 책상에는 이들 3개의 뉴스룸을 통합하는 슈퍼데스크 에디터가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물리적인 통합은 이룩하였지만 어언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속이 틀린 기자들 간의 반목은 여전한 것 같다. 이곳에 근무하는 필자의 지인은 슈퍼데스크 설립의 본래 취지는 “성격이 다른 각 매체의 뉴스룸을 통합하여 각종 정보와 취재를 공유하고 기획부터 매체별 특성에 맞는 기사를 생산해 낼 목적”으로 물리적 통합이 이루어 졌지만 진정하게 마음이 왕래하는 화학적 통합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한탄하였다. 신문카메라기자가 방송카메라기자로 변신하여 업무를 주고받고, TV앵커가 신문칼럼을 쓰고, 신문기자가 하루아침에 방송기자로 변신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고 아직도 여러 곳에서 문화적 충돌이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외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방송과 다른 조직과의 통합은 외형적으로 보기보다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

 국내에서도 신문과 방송 겸영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첫 번째 시나리오는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방송 보도 채널에 진입하는 방안. 두 번째는 종합 PP(Program Provider) 채널이 허용될 경우 신문사가 진입하는 방안과 세 번째로 신문과 지상파방송의 겸영을 허용한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우리의 현실에서 만약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가능하다고 하면 재력이 있는 몇몇 신문사들이 기존의 방송국을 인수하거나 새롭게 방송국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대체로 신문은 방송매체로 진입하는 추세이고, 통신사업자는 방송매체로 진입하고 있고, 방송매체는 수평적 결합을 추진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미디어 사업자의 다각경영은 방송매체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방송에 집중이 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 신문이 방송 겸영을 허용할 경우 신문의 문화가 고스란히 방송경영과 보도에 스며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방송이 정치권력과 무관할 수 없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성격이 강하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영상산업이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핵심전략산업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문·방송의 겸영 문제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언론시장에서 신문사의 여론시장 지배력이 가장 큰 곳이 일본이다. 예를 들어 일본 5대 신문사들은 5대 지상파 민방의 대주주이며 영화사, 뉴미디어 방송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신문사들은 여론형성 과정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대체로 소유권이 지방지 형태이며 동일 지역에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미디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가장 낮은 편이다. 독일의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지방단위에서는 있으나 전국 규모 수준에서는 없는 상태이다.

 신문방송 겸영을 포함한 향후 진행될 새 정부의 방송정책은 기본적으로 ‘합리적 의견수렴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방송정책결정과정에서 공개와 개방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둘째,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전국 순회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반대 논리나 이론이 지배적 여론을 형성할 경우, 허가 대상자는 ‘자발적 양보 조치’(voluntary concession)를 취해 사회적 반발의 무마를 시도한다.

 향후 성공적인 방송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여론 수렴 절차와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정,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와 치열한 이론적 논쟁, 위원들 간의 갈등과 이론 대립의 표출, 국회와 법원, 공익위원회와 같은 다양한 관련 집단의 참여 등이 필수적이다. 지상파방송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은 올바른 지형정립(mapping)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헐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감정적인 개혁적 주장들은 정책의 합리성을 도리어 위협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민규 /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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