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초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 도전하다!
1년여 전 쯤 이었습니다. 늘어만 가는 몸무게와 뱃살,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는 막연한 걱정 그러다가도 어김없이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면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는 술집들....
그러던 중 어느 날 목욕탕에서 체중계가 저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과체중을 넘어서 본격적인 비만이 다가왔음을 이제는 숫자로 확인받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릎도 많이 아픈 것이 불어난 체중을 견디지 못해 나타난 부작용이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바로 운동을 결심, 집 앞 헬스장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바쁜 회사생활에 짬을 내어 운동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1달에 3-4번 운동하기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저는 사정사정해서 환불을 받았습니다. 환불받은 30여 만 원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한선배의 권유로 드디어 첫 자전거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저의 자전거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전거를 사오자 제집사람은 ‘또 시작이구나. 얼마나 오래가나 보자’는 고깝지 않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더군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거타고 출퇴근 할꺼야’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적응기간 2주 지나고 나서 바로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집에서 행주대교를 건너 서강대교를 건너오는 제 딴에는 ‘이 정도는 돌아줘야지’ 하고 떠난 길, 무려 4시간 30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집에 와서 몸살을 앓으면서 생각이 들더군요. ‘자전거 괜히 샀어.’
하지만 집사람의 그럴 줄 알았다는 비웃는 듯한 시선, 도저히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저질 체력이 문제였어’라는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리고 본격적인 체력훈련에 돌입합니다. 처음에는 1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를 꾸준히 연습한 결과 45분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됐어 자전거 타고 회사 가는 거야!
첫 자출에 부상당하다!
제집은 화정동입니다. 화정동에서 서울역까지 강변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 25Km정도, 2시간이면 되겠다 싶었죠. D-day는 일요일 야근 날, 아침9시까지 출근이니까 넉넉하게 6시30분쯤 출발하면 되고 조금 늦어져도 부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아침 햇살도 좋고 강바람도 너무 시원한 게 ‘이런 맛에 자전거 타는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더군요. 성산대교쯤에서 시간을 보니 1시간이 채 안 걸렸네요. ‘어허! 이러다 너무 빨리 회사에 도착하는 거 아냐?’하는 걱정까지 생기더군요. 한강대교를 올라와 삼각지방향으로 뻗어있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속도를 올려 밟아대고 있는데 갑자기 신호등이 바뀌면서 횡단보도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급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이건 또 뭡니까! 나도 모르게 허공을 날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군요. 횡단보도에서 자빠지다니! 하필 옆에 서있는 버스. 뒤따라오던 승용차 건너고 있던 수많은 시민들. 일요일이라 그나마 사람이 적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재빨리 자전거를 다시 집어타고 부리나케 줄행랑쳤죠. 그런데 얼마 가다보니 양쪽 무릎이 쓰라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까졌습니다. 무릎을 살펴보니 피가 철철 나더군요. 약국 아저씨는 아침부터 별 이상한 놈을 다보겠다는 시선으로 쳐다보시더군요. 어찌어찌해서 출근은 했습니다. 출근해서 무릎에 약 바르고, 아프다고 징징거리고 있는데 선배가 말씀 하시더군요 “용호야! 너 내일 퇴근은 어떻게 하냐?”
‘자전거’는 여러분에게 어떤 단어로 다가 오십니까?
어떤 분에게는 아이들의 장난감정도? 또 다른 어떤 분에게는 시장에서 짐 실어 나르는 수단정도? 어떤 의미라도 좋습니다. 저에게도 자전거는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면 알수록 끌리는 그런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느 코미디언의 유행어가 생각나는 군요. 자출해봤어? 안 해봤으면 얘기를 하지 마라!
최용호 /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