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0 MINUTES & 카메라기자
“자성 없는 위기를 택할 것인가, 자성의 기회를 택할 것인가?”
카메라기자는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의 기록자이며, 사건의 현장을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훌륭한 보고자이며, 취재현장의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하는 동반자이다. 언제나, 현장에 서있는 카메라기자!
그러나 카메라기자의 현실은? 황당하지만 취재파트끼리 취재영상을 주고, 받고, 보내고, 나누기까지 하며, 너무도 쉽게 자료영상에 의지하는 뉴스들이 목격되고 있다. 결국,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POOL, 인원 부족으로 인한 취재의 한계가 자료영상뉴스를 양산하며 카메라기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HD방송, NLE 편집, NPS system 등과 같이 방송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주어진 영상취재에만 급급해한다면,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카메라기자의 존재감을 상실케 하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다. 스스로의 존재감을 되찾기 위해 이제는 카메라기자로서 자신을 되돌아보아야할 때다. ‘땡’하고 기다렸다 뉴스를 보는 시대는 저물가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시청자 스스로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있는 현실이다. 뉴스도 변화를 시작했고, 또한, 카메라기자도 변해야만 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방송의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찾아야 한다. 수많은 현장의 경험과 제작의 노하우는 또 다른 새로운 뉴스를 탄생시킬 수 있다.
영상뉴스, 테마영상, 카메라기자들의 코너들이 지속되는 속에 KBS인터넷 뉴스에 등장한 '온새미'의 시도와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故 최진실 씨의 사건 보도 때는 그 완제품 뉴스가 KBS 인터넷 뉴스검색의 최고 클릭수를 기록 했다고 한다. 카메라기자 스스로가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매우 뜻 깊고 현실의 상황을 개선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며 계속 이어져야 할 일이다.
2580minutes도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기사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조건으로 뉴스를 만드는 노력이 그것이다. 영상으로 기사를 써서 직접 완제품으로 만드는 시도, 인터뷰와 자막을 통해 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형태의 뉴스형식으로써의 2580minutes 시청자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뉴스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인 바로 카메라기자로서 시도할 가치가 있었다.
서민의 생계를 위협한 경유값 폭등에 대한 현실을 동행 취재한 ‘기름 값이 미쳤다.’
‘람사르(Ramsar) 총회’를 개최할 우리나라의 대표 습지를 소개한 ‘우포늪’
애니메이션산업의 현실과 애니메이션이 제시하는 미래를 말한 ‘애니메이션은 미래다.’
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고 내용을 살펴 본 ‘IMF괴담 시즌2’
기름유출사고이후 절망을 넘어선 서해의 현장 르포 ‘다시 살다. 서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2008 여름스케치’
개발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DMZ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골드로드 DMZ’
사생활 보호냐? 범죄예방이냐? 의 논란을 넘어 다양한 쓰임새를 통해 살펴 본 ‘CCTV'
무심히 지나쳐 온 잃어버린 인터넷 한글 되찾기 ‘한글’
르포부터 그래픽 아이템까지 취재영상을 넘어 카메라기자의 역량으로 가능한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보았다. 물론, 촬영과 편집의 실험도 병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이템의 기획! 사전 취재, 섭외, 현장 취재, 기사를 함축하는 자막, 인터뷰이(interviewee)의 진지한 이야기, 완제품 종합편집까지 보다 카메라기자의 역량을 확대해서 정성껏 만든 잘 차려진 뉴스를 생각했다.
만들어진 2580 minutes는 기존의 뉴스와는 상당히 달랐다. 물론 한계도 발견했고, 막상 뉴스로 소화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 방법들이 쌓이면 카메라기자가 전달하는 뉴스가 새로운 뉴스아이템의 한 형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커졌다.
앞으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가장 큰 이유는 2580minutes를 제작하는 카메라기자의 다양한 시선이다. 한국인의 골목길 정서를 통해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부재를 제시한 ‘소통’ (심승보 부장) 나눔의 의미를 짚어준 ‘구호병원’(양동암 차장)에서 보듯, 카메라기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시선과 주제표현에서 새로운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영상뉴스를 넘어 선 방송뉴스 특성을 잘 포함시켜낸 완제품 그 완제품들은 현재를 관통하고 있었다. 카메라기자가 가진 시선들이 무궁무진한 소재가 되어 뉴스로 만들어 질수 있을 것이며 기존의 뉴스와는 다른 새로운 방송 뉴스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바로 그것이다.
성급하지만, 미래의 카메라기자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보다 주체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다양한 논의를 거쳐야할 문제다. 주체가 되어 기획, 제작, 방송하는 카메라기자의 모습! 뉴스 제작 Director로서의 역할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POOL영상, 자료영상으로 모든 언론 방송사가 천편일률적인 영상과 뉴스를 만들어낸다면, 어떤 시청자가 카메라기자에게 박수를 보내겠는가? 건강한 경쟁만이 건강한 결과를 이끌어낸다. 현장에서는 어깨를 맞대는 경쟁자로서, 취재가 끝난 뒤에는 수고했노라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로서, 모두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카메라기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미래를 그려보았으면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는 지금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오늘을 살고 있다. 자성 없는 위기를 택할 것인가, 자성의 기회를 택할 것인가. 위기의 해법은 카메라기자! 스스로의 존재감을 되찾아가는 길에 있다.
정민환 / MBC 보도국 영상취재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