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이 난분분, 얼어붙은 2025년 봄‘
서태경 영상기자상심사위원장
2025년 첫 ‘이달의 영상기자상’ 출품작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재판과 찬반 시위, 관련 사건들의 취재로 인해 뉴스 인력과 방송 시간이 집중되면서 기획 뉴스나 사회 전반적인 보도에 대한 여력과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제121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작은 단 한 작품뿐입니다.
지역뉴스 탐사 기획 보도부문에서는 목포 MBC 홍경석, 고재필 기자의 “김값은 금값인데... 물김은 헐값에 폐기까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바다의 검은 반도체’라 불리며 해외 수출 1조원을 기록했던 k-김의 위상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지난해 120키로당 30만원 하던 물김 가격이 올해 4만원으로 폭락하면서, 어민들은 팔리지 않는 3천5백톤의 물김을 다시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물김 가격이 무허가 양식장의 난립, 유통 구조의 문제, 원재료와 소비자 가격 간의 괴리등을 지적하며 이를 심층적으로 조명했습니다. 힘겹게 수확한 물김을 다시 바다에 버리는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어민들과 가공업체 그리고 정책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김 수출 호황에도 정작 어민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전달한 뛰어난 보도였습니다.
한편, 출품작이 적었던 만큼 이번 심사평에서는 수상작 외 몇몇 작품에 대한 논의도 함께 다뤘습니다.
뉴스 특종 단독 보도 부문 출품된 “윤 지지자들, 윤 대통령 차량 행렬 막아서기도”는 단독 촬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후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비교했을때 사안의 중대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역뉴스 특종 단독 보도 부문의 “1차 랜딩 기어 작동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연속 보도”는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특종을 보도했으나 주요 장면 대부분이 제보 영상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한 후속 보도에서 무안 공항의 항공기들의 이착륙을 위협하는 주변 새들의 모습이라도 영상으로 담았다면 더욱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뉴스 탐사 기획 보도 부문에서는 “치사율 70% ‘B바이러스’ 의심 원숭이 국내 반입”이 감염병 검역 체계의 허술함과 제도적 공백을 조명하며 긍적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뷰에 몰래 카메라를 사용한 정당성에 대해 공적서에 설명이 없었고, 자료 화면 크레딧이 명확하지 않으며, 원숭이 안락사 리포트에서 화장 장면을 오버랩한 것이 업체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지역뉴스 탐사 기획 보도 부문 “MBC가 간다. 경남 지역 정치인의 입장을 묻다”는 탄핵 이후 지역 정치인들의 입장을 직접 듣고 전달한 점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예상 가능한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이 엇갈리면서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방송이 선출직 정치인을 견제하고 지역민을 대신해 끝까지 질문을 던지는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는 심사 의견이 있었습니다.
환경 보도 부문에서는 “0교시 기후 위기”가 네팔, 방글라데시, 몽골, 베트남등 기후 위기 취약국의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드론과 개인 캠을 활용해 현장감을 극대화한 영상미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의 협조을 받은 점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제작진은 해당 단체로 부터 제작비 지원은 받지 않았고, 단순한 현지 안내 등의 협조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일부 심사위원들은 프로그램이 자칫 특정 단체의 홍보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기후변화 문제를 뛰어난 영상과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특정 단체와 결부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 속에서 최종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 심사평이 인쇄될 즈음이면 봄꽃이 만개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모두가 따뜻한 봄바람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