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8 08:01

아내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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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대담>

 

지난 29일, 홍대 인근 레스토랑에서 ‘아내들의 수다’라는 주제로 대담이 있었다. 이번 대담에는 입사 15년차 내외의 카메라기자 아내들이 참석해 ‘카메라기자의 아내’로 살면서 느낀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KBS 최연송 기자 아내 현계화 씨, MBC 송록필 기자 아내 이미금 씨, SBS 김대철 기자 아내 유재숙 씨, 그리고 MBC 송록필 기자 아들 송준규 군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의 진행은 KBS 영상취재국 정민욱 기자가 맡았다.

 

정민욱 :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다.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이런 자리, 선뜻 수락하기 어렵지 않은가? 남편으로부터 이 자리에 초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현계화 :

각 방송사 카메라기자 아내의 대표로 나가는 것처럼 느껴져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문에 내 사진과 내가 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생각하니 약간 흥분(?)되기도 했다.

 

이미금 :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남편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녀오라”는 말에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막상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어제 남편에게 나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했지만, 이미 정해진 것이라 그럴 수 없다고 더 말도 못 붙이게 했다. 그래서 마음 비우고 나왔다. 맛난 것 먹고 이야기나 듣고 오자고…

 

유재숙 :

나는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같은 직업을 가진 남편을 둔 아내들이 만나 이야기한다는 것, 흔치 않은 경험 아닌가? 각각 속해있는 방송사도 다른데 이렇게 만날 기회가 또 있겠는가? 맛있는 것 먹고 수다 많이 떨고, 즐거운 시간 보내다 가리라 마음먹고 왔다.

 

정민욱 :

생각보다 말씀들을 잘하셔서 놀랐다. 서로 안면이 없는 사이라 어색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마음이 놓인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질문!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이미금 :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너무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이야기하자면 역사의 현장에서 보통 사람들이 눈으로 보기 어려운 진실을 찾아내 시청자에게 영상으로 확인시켜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재숙 :

나는 어깨가 넓어야 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눈이 예민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어깨가 넓은 우리 남편에게 딱 맞는 직업이다.

 

현계화 :

‘영상으로 뉴스를 만드는 직업’이다. 너무 재미없는 말인가? 앞에서 다 말씀하셔서 이 말 외에는 생각이 안 난다.

 

정민욱 :

그럼, 아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카메라기자라는 직업 이점은 안 좋다, 어떤 것이 있을까?

 

현계화 :

무엇보다 ‘위험’에 노출될 일이 많다는 것이 나쁜 점인 것 같다. 우리 남편의 경우, 6개월 전 ‘쌀 직불금 문제’ 취재를 갔다가 지게차에 다리가 깔려 부상을 당했다. 부장님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몸이 떨릴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 직접 병원으로 가 눈으로 보고는 오히려 조금 안심은 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뛰거나 발가락을 굽히거나 하지는 못한다.

 

유재숙 :

전쟁터나 시위 현장 등에서도 카메라기자는 표적이 될 수 있어 불안하다.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 신분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피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점이 가장 나쁜 점인 것 같다.

 

이미금 :

그렇다. 다른 직업에 비해 ‘위험’에 노출될 일이 많은 것이 가장 아내로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항상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취재를 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무리가 되는 것 같다. 가끔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마음이 아프다.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의 나쁜 점을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다. 항상 긴장되어 있고, 일이 힘들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긴 한데,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드시면서 집에 일찍 들어오셨으면 좋겠다.

 

정민욱 :

여러모로 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우리 남편이 멋있다고 느꼈을 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어떤 때가 멋있나?

 

현계화 :

남편이 잠깐 제주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우연히 남편이 취재를 간 현장에 나도 가게 되었는데 남편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사실 우리 남편은 집에서 TV만 본다. 야구와 축구를 오가며 늘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모습만 보다가 일하는 모습을 보니 색달랐다.

 

이미금 :

타 방송 뉴스를 보면 가끔 남편의 일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가 있다. 그 때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굉장히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타 방송사 뉴스도 자주 본다.

 

유재숙 :

나는 뉴스에 우리 남편 이름이 나올 때, 자랑스러우면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남편이 내근직을 맡고 있어 뉴스에 이름이 나오는 일이 거의 없지만, 전에는 그랬던 것 같다. 오죽 열심히 봤으면, 이름이 나오지 않아도 영상만 보고 ‘우리 남편이 취재했구나’하고 알 정도였다. 앞서 두 분도 이야기하셨지만, 남편이 가장 멋있게 느껴질 때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할 때 인 것 같다. 이것은 우리뿐 아니라 많은 아내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민욱 :

다들 열심히 일하는 남편의 모습이 멋지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오라는 의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한 가지 물어보자. 휴일 근무를 많이 해 수당을 벌어오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수당을 벌지 못하더라도 집에 있었으면 싶은가?

 

현계화 :

얼마 전까지는 쉬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런데 요즘 약간 생각이 바뀌려고 한다. 남편이 특집팀에 있다 보니 일찍 퇴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을 꼬박꼬박 챙겨주려니 좀 꾀가 난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당도 벌 겸 가끔 휴일 근무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미금 :

쉬는 날에는 쉬었으면 좋겠다. 주 내내 힘들게 일하는데 휴일만이라도 제대로 쉬어야 재충전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야 일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재숙 :  

휴일에는 당연히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돈은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정민욱 :

다들 부부의 정이 돈독하신 것 같다. 남편이 귀찮아 돈이나 벌러 갔으면 하는 사람도 많던데… 그런 마음으로 평생 함께 하시길 바란다. 그럼, 이번에는 내 남편이 가진 직업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떤 것이 있나?

 

이미금 :

매사를 기록하려고 한다. 귀찮지도 않은지… 그것이 남편이 가진 직업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계화 :

우리 남편도 그렇다. 일단 찍어놓고 본다. 그래서 그것을 저장해 놓은 CD만도 엄청나다. 요즘은 아이들도 아빠에게 배워 찍는데 재미를 붙였다. 직업으로도 하는 일인데 지겹지도 않나 보다.

 

유재숙 :

그것도 그렇지만, 가족들을 항상 조심시키는 것도 직업병인 것 같다. 너무 무서운 것들을 많이 보다 보니까 불안을 느끼나 보다. 게다가 우리는 딸만 둘이라 남편의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다. 학원과 집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밖에 안되는데도 꼭 데리러 간다. 나에게까지 그렇게 조심을 시키니 말 다했지 않은가?   

 

정민욱 :

이해가 간다. 나도 이 일을 하면서 최악의 경우를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쁜 상황을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럼, 혹시 남편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해주는 것이 있나? 아침 식사는 챙겨주시는지?

 

이미금 :

아침밥은 꼭 해준다. 아들도 아침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술 먹은 다음 날은 해장국을 꼭 끓여준다. 얼마 전부터는  시어머니께서 약을 지어주셔서 아침에 그것을 먹고 출근한다.

 

현계화 :

나 역시 아침식사는 꼭 챙겨주고 있다. 남편이 아침식사를 꼭 해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거를 수가 없다. 밥 외에 건강을 위해 따로 해주는 것은 없다. 밥이 보약 아닌가? 천연 조미료를 가미한 맛있는 식사(?) 그것이 내가 남편 건강을 위해 해주는 전부이다.

 

유재숙 :

나는 전문가를 믿는다. 일단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선식으로 하며, 점심, 저녁은 전문가인 회사 영양사가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국 역시 전문가인 해장국집 조리장에게 맡긴다. 간단히 말해 아침은 챙겨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을 챙겨 먹이고 있다. 고가의 건강식품이니 효과가 좋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함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앞뒤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일단 남편 편을 들어주며 같이 흥분해 주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른 분들도 한 번 해보시길. 절대적인 내 편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 이상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것은 없다.

 

정민욱 :

다들 훌륭하신 것 같다. 해장국을 끓여주는 분도 계시고,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주는 분도 계시고, 함께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분도 계시고… 그럼,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계화 :

몸조심 했으면 좋겠다. 다치고 나니 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취재를 하다보면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반찬투정 좀 그만했으면 한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유재숙 :

무엇보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취재하다 다치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흘려버릴 것은 흘려버리고 잊을 것은 잊고, 마음 가볍게 살았으면 한다.

 

이미금 :

별로 바라는 점은 없다. 뭐 특별히 얘기하자면 요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데, 꾸준히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민욱 :

이 자리에 함께한 준규 군에도 한 가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아빠한테 바라는 것이 있나?

 

송준규 :

예전엔 나와 함께 놀아 주지 않으시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었다. 그런데 요즘 늦게까지 일하시고 힘든 얼굴로 들어오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죄송하다. 엄마의 바람대로 아빠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정민욱 :

여러분 이야기 잘 들었다.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여러분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 자리를 마무리 하겠다.

 

 이렇게 ‘아내들의 수다’ 대담은 끝이 났다. 참석자들은 대담을 마무리하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 평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젊음의 거리에 나와 좋았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협회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담은 카메라기자 남편을 둔 아내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남편의 일에 대한 아내들의 이해를 높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잠깐이나마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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