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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중앙일보 ‘사진 조작’ 사건을 보고 - 돌아보는 뉴스 영상 연출

“영상기자만의 상상력! 역량 발휘가 필요하다”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중앙일보 사진 조작 사건을 보고 - 돌아보는 뉴스 영상 연출’이라는 주제로 대담이 이루어졌다. 이번 대담에는 KBS 정현석, 한규석, MBC 김우철, SBS 임우식, YTN 최윤석 기자가 참여했으며, 사회는 본지 편집장인 MBC 장재현 기자가 맡았다. 대담에 참석한 기자들은 중앙일보 ‘사진 조작’ 사건을 보고 들었던 생각과 함께 뉴스 영상 연출의 과거 및 현재, 그리고 연출과 설명 사이의 경계에 대해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재현 : 다들 기사를 봐서 알 것이라고 본다. 중앙일보 7월 5일자 신문에 실린 사진이 조작이라고 밝혀졌다. 사진 설명에는 ‘손님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곳에 나간 ‘취재기자’와 ‘인턴기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에 등장한 두 기자 모두 여자였는데 고기의 양이 너무 많다는데서 의심을 받아 ‘사진 조작’ 여부가 공론화 되었고, 결국 ‘조작’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진의 경우, 현재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연출’, ‘조작’ 여부가 논란이 되어 결국 그 진실이 밝혀졌지만,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

임우식 : 지금도 지금이지만, 예전에는 더했다. 식품회사에서 음료를 출시했다고 하면 해당 회사에서 기용한 모델이 시음하는 사진을 찍어 내놓고 사진 설명에는 ‘그곳에 온 손님이 시음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술을 한다. 지금은 신문을 보면 ‘모델’이면 ‘모델’이라는 설명이 되어 있으니 많이 나아져 있고 나아져 가는 중이라고 생각이 든다.

정현석 : 나 역시 임 기자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나온 중앙일보 사진 조작 건은 조금 의외였다. 그 사진의 경우, 소속 언론사의 정치적(?)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으로 어떤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한 ‘연출’이라기보다는 ‘조작’의 성격이 짙은 건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혀 보여줄 것이 없을 때, 독자를 위한 ‘설명’ 차원에서의 연출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문제는 그 수위, 즉 적절성 여부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중앙일보 사진 조작 건은 인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우철 : 동감한다. 팩트를 어기는 화면구성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재연과 연출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을 떠난 연출과 재연이 녹아있는 화면은 왜곡된 텍스트 보다 더 위험하다. 단, 설명해야하는 기사와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기사는 다소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중앙일보의 사례는 사실에 반한다는 점과 함께 판단의 문제영역을 건드려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연출과 조작에 관련해서는 현재의 취재환경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TV뉴스의 사실성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현장 밀착성이 관건인데, 취재기자보다 카메라기자가 현저히 모자한 현재의 환경은 카메라기자의 관찰과 수집의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이런 측면들이 연출이나 조작의 유혹으로 넘어온다고 본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취재환경의 개선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최윤석 : 그거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시간에 쫓기지 않을 만큼 취재 인원 확보해 주면 좋겠지만, 그것이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백 번 양보해도 있지도 않은 사실을 조작해서 사진을 만들어 내 보내는 것은 기자로서 자질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간에 쫓긴다고, 혹은 데스크가 독촉을 한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가 용납될 수 있을까? 그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재현 : 그렇다. 그 기자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속된 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런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모두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이제 우리 이야기를 좀 해보자. 현재 방송 뉴스의 경우, 재연이나 연출이 거의 없어졌다. 입사 초만 해도 가스관을 타고 올라간 강도 사건 취재를 갔다 하면, 누군가는 가스관을 타야했다. 왜냐? 그림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뉴스 영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사실 그런 영상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닌데, 우리 스스로가 너무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있던 나머지 그런 시도가 수시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런 유형의 아이템 취재를 많이 하고 있는 한규석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금은 어떠한가?

한규석 : 그런 재연은 전혀 없다. 자동차 절도사건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 피의자의 이동 경로를 따라 현장 영상만 촬영해 뉴스를 만들었다. 편집을 해놓고 보니 좀 밋밋한 감은 있었으나 회사 선배들로부터 재연이나 연출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누차 들었기 때문에 시도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우철 : 맞는 이야기다. 사실 그런 재연이나 연출은 무의미할뿐 아니라 각사의 언론윤리조항에도 어긋난다. 그뿐 아니라 모방 범죄의 가능성까지 안고 있어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범행수법의 재연이나, 보는 이마다 시각차가 있는 가치판단 영역의 연출, 그리고 팩트와 다른 연출은 당연히 시도되지 않아야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절대불가한 조작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설명적 아이템에서 뉴스 효율성을 위해 용인되고 있는 연출에 대한 함의가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독거노인의 힘든 점을 보여줘야 하는 아이템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밀착성과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몇일낮 몇일밤을 계속 함께 생활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재의 취재구조에서는 비현실적이다. 가치판단이 아닌 설명적 아이템에서는 이런 상황적 한계 때문에 재연의 기법을 쓰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있다.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이 그들의 사실주의 영화에서 구현했듯이, 사실을 취재해서 사실에 입각해서 당사자의 증언과 행위에 기반한 연출은 불기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무조건 안된다는 규정보다는 현실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현석 : 그렇다. 그런 경우 김 기자의 말도 맞다. 정말 적절한 예를 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준을 세운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우선 원칙은 ‘재연’이나 ‘연출’은 안 되는 것으로 하고, 그 원칙 안에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풍부하고 자세한 설명도 좋지만, 그런 디테일한 내용은 뉴스 영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기사 등을 통해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재연을 해서 보여준다거나 사건 현장을 따라다니며 줄줄 보여주는 것은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영상 기자로서의 센스를 발휘해 사건을 이미지화 시켜 보여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카메라기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우식 : 좋은 이야기이다. 우리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재연이나 연출은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이는 뉴스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기자들이 이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살짝 편집장이 언급했지만, 예전에는 그림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건 취재에 있어서는 피의자를 데려다가 범행 내용 일일이 재연시키는 일도 다반사였다. 현장 검증을 경찰과 기자가 함께 했던 것이다.

 사실 아직도 시사 다큐멘터리 같은 호흡이 긴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재연이나 연출을 할 때가 있다. 주어진 시간과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기다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마저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연출이나 재연을 카메라기자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에 쫓겨 나 역시 그들과 함께 하지만, 그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언론의 생명은 ‘국민의 신뢰’이다. 이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윤석 : 기획 리포트처럼 비교적 호흡이 긴 프로그램의 경우 적절하고 핵심이 되는 화면을 잡아내기 쉽지 않다.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시간에 쫓기다 보니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사실’, ‘실태’를 보여줘야 하는 부분을 ‘연출’, ‘이미지’로 대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취재여건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면 할수록 손때 묻지 않은 무공해 영상을 얻게 될 것이고 이것이 카메라기자 개개인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양초등생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부모들이 자녀들을 직접 등하교시키는 아이템의 취재를 생각해 보자. 끈기를 갖고 잡아낸 화면, 아이를 등교시키고 난 후 근심스런 눈빛으로 뒤돌아보는 어머니의 표정 한 컷이 “자녀 한번 안아주세요”라는 취재진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화면보다 더욱 시청자들의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결국 카메라기자의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지 시스템의 한계도 개선시켜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장재현 : 좋은 말씀 잘 들었다. 취재 여건 상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렵다 어렵다만 하지 말고 ‘언론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공신력’은 언론의 존재의미이다. 언론이 ‘공신력’을 잃으면 우리 역시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재연’이나 ‘연출’ 역시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는 김우철 기자의 말에도 공감이 간다. 그리고 우리의 취재 시스템 상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문이든 방송이든 기자들이 원칙적으로 이를 배제하고 현장을 대하는 자세를 갖는 것인 것 같다. 중앙일보의 예처럼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것은 문제가 된 기자 한 사람 혹은 그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인으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재현 기자의 정리로 대담은 이렇게 끝이 났다. 참석자들은 이런 사건이 계속되면 언론의 공신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어 연출과 설명 사이의 경계에 대해서는 ‘가치 판단’을 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선언적으로라도 ‘재연’이나 ‘연출’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진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영상 기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도 정보 공유나 발전 차원에서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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