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현장에서 - 항저우 아시안 게임 취재기]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현장에서_JTBC 이지수 (1).jpg


코로나로 연기된 아시안게임

 ‘아직도 코로나야? 또 한 번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게임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준비하던 나는 2022년 9월 항저우에서 열리기로 했던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왜 그냥 내년 봄에 하면 되지 1년씩이나 연기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취재팀의 특성상 해외 출장은 순번이 있기에 내년에 내가 갈 것이라는 보장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가 싫고 기대가 컸던 만큼 나의 실망도 컸다.


 물론 그 생각이 오래가진 못했다. 정신없이 바쁜 사회부 일정 덕(?)에 금방 잊고 일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영상취재기자로 등록하고 있었다. 이미 내 머릿속은 나의 첫 국제체육대회를 맞이할 생각에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시작부터 이슈가 많았다. 러시아가 참여한다더라, 북한이 온다더라, 코로나로 인해 통제가 심하다더라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모두가 바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바쁘더라도 나에게는 큰 경험이고 자산이 될 것이라 여겼고 걱정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듯 ‘어? 벌써 내일이야? 짐 싸야 하네’ 하는 생각과 함께 바로 출국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치열했던 취재 열기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입국하자마자 타사는 바로 선수들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온 취재진은 일정을 조율하고 짜기 바빴다. 우리도 부랴부랴 준비해야만 했다. 나는 처음 맞는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잘해야 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에 종편이 들어가고 첫 국제 대회인데! 이런 의미 있는 일정을 내가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입국 이틀 뒤 개막식이 열리고, 취재하면서 우리의 설움은 시작됐다. 우리 회사는 중계 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상취재를 하면서 중계권사 기자들이 가장 부러웠던 점은 그들은 확신이 있는 취재를 한다는 것이었다. R카드와 ENR카드는 많은 것이 달랐다. ENG카메라를 들고 경기장 하나를 들어가려 해도 출입이 막히는 일이 허다했다. 우리는 온갖 손짓·발짓과 머릿속에 맴도는 영어를 총동원해야 들어갈 수 있었고 그마저도 막힌 적도 많았다.


 믹스드존(Mixed zone)에 자리를 잡은 중계권사 기자들은 선수 인터뷰를 확실히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비중계권사의 기자들은 운에 기대야 했다. 선수들이 밖으로 나와주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코치, 체육회 등 관계자분들에게 사정해가며 취재해야 했다. 한국 관계자분들과 선수분들이 우리를 도와주려고 해도, 중국 경기장 관계자가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쫓겨나는 일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핸드폰으로도 촬영하고 최대한 경기장과 멀리 나와줄 수 있냐고 부탁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속에서 뉴스는 잘 나갔고, 실패 없이 모두 해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서러웠지만 우리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통하는 순간이라 희열은 컸다.


내가 생각하는 아시안게임의 우리만의 묘미

 출국 전, 아시안게임의 꽃은 메달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선수들과 그들 이 뛰는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아니 해외 출장에서 나의 가장 큰 재미와 묘미는 같은 한국 기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가끔 지나가다 MMC에서 타사 동료들을 만나거나, 다 같이 저녁 자리라도 한 번 있는 날엔 그렇게 재밌고 웃음이 끊이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는 친하지 않던 선후배도 해외에서 만나면 왜 이렇게 친하고 반가운지 ‘같이 식사하실래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한 번 만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있자면 ‘뻗치기 시간이 왜 이리 짧은 거야’, ‘이번 일정은 왜 이렇게 금방 끝나는 거야’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은 지나갔다.


 서로가 체력적으로 고된 상황에 놓여있어서 그런 것일까. 취재 현장에서도 과한 자리싸움보다는 조금 자리를 양보해 주자‘, ’아직 다른 회사가 준비가 안 됐으니 좀 더 기다려 주자‘하는 말이 오고 갔다. 심지어는 선수들과 잡담을 하며 준비 시간을 끌어주시기도 했다.


 낯선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동료애. 이것이 해외 출장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이 한국에 와서도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정말 좋겠지만, 서로가 바쁘다 보니 그런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그 서로가 배려했던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하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장은 정말 재밌기도 했고 힘든 부분도 많았다. 내가 선수인 줄 알고 사인해달라는 아이들도 만나봤고, 서로 자국에서 사 온 배지를 교환하는 모습도 있었다. 중계할 때는 자꾸 만 사람들이 앞으로 지나가려 해서, 있는 장비 없는 장비 다 꺼내서 어떻게든 라이브 자리를 3분만이라도 확보하는 등 여러 가지 사연도 많았다. 이러한 경험과 기억들이 나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됐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고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생각보다 즐거웠고 힘들었던, 나의 첫 국제체육대회 취재.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모두가 아무 탈 없이 원하는 취재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면, 그거로 아시안게임은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_JTBC 이지수 (2).jpg



JTBC 이지수 기자이지수.png





  1. ‘처음’, ‘최초’, ‘새로운’ 그리고 ‘친환경’

    [현장에서] ‘처음’, ‘최초’, ‘새로운’ 그리고 ‘친환경’ - 파리올림픽 취재기 센 강에서 열리는 야외 개막식.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성비가 동일한 최초의 올림픽. 파리올림픽은 새로운 올림픽이 될 것임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
    Date2024.08.29 Views247
    Read More
  2. 나의 첫 올림픽 출장

    [현장에서] 나의 첫 올림픽 출장 - 파리올림픽 취재기 낯선 도시에 첫발을 내딛다. 모든 것은 한 통의 문자에서 시작되었다. "파리올림픽 취재 확정." 그 한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영상 기자로서 수많은 현장을 경험했지만, 올림픽은 또 다...
    Date2024.08.29 Views317
    Read More
  3. "갔노라, 보았노라, 기록했노라"

    [현장에서]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금지 호주 현장 취재기 “갔노라, 보았노라, 기록했노라” 카메라에 눈이 쏠렸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평화로운 3월 10일 일요일 인천공항에 기자들이 몰렸다. 게이트마다 한 팀씩 자리를 잡고 ...
    Date2024.05.08 Views1800
    Read More
  4.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현장에서] '타이완대지진 현장취재기'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이름 모를 타이베이 거리에서 TVU 중계를 마치고 인도에 걸터앉았다.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건 뉴스 시작 한 시간 반 전. 1보를 급하게 막았다. 오늘 아침 출근...
    Date2024.05.08 Views1734
    Read More
  5.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현장에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유치 성공하면 출장 다녀와서 쉬지도 못하겠네?’  출장을 준비하는 나에게 모두가 건네는 염원(?)일지 걱정일지 모르는 관심 속에 파리 출장길에 올랐다.  부산은 오랜 시간 세...
    Date2023.12.21 Views345
    Read More
  6.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현장에서]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실금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다. 괜스레 손을 가져다 대보지만 이물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유리창 바깥에서 난 상처 같았다. 내가 탄 방탄 버스의 양쪽 ...
    Date2023.12.21 Views397
    Read More
  7.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현장에서]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2023년 11월 29일 새벽 6시, 해경 부두에 정박한 3,000t급 대형 함정의 모습은 조금은 겁먹었던 나에게 든든한 위로를 주었다. 비로소 안심하며 생애 처음으로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경제수역...
    Date2023.12.21 Views248
    Read More
  8.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현장에서]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1분 30초, 그 너머를 보다 : RT 50분 10부작  진흙밭을 구르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직관적인 취재를 하고 싶은 욕망,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
    Date2023.12.20 Views905
    Read More
  9. 2023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도 광주처럼]

    Date2023.12.18 Views224
    Read More
  10.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 ▲ 게스빈 모하마드(Gesbeen Mohammad), 알렉산드라 오디노바(Aleksandra Odynova), 바실리 콜로틸로프(Vasiliy Kolotilov), 유리 미하일로비치(Yuri Mikhailovich(가명)  2022년 2월 24...
    Date2023.11.20 Views159
    Read More
  11.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 아담 데지데리오(Adam Desiderio), 줄리아 코체토바(Julia Kochetova,), 벤 C. 솔로몬(Ben C. Solomon)  "바흐무트 전투"는 시청자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행 중인 분쟁에...
    Date2023.11.20 Views162
    Read More
  12.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 캐롤 발라드(Carol Valade), 클레망 디 로마(Clément Di Roma)  우리의 취재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의 계략을 조명하고 있다. 바그...
    Date2023.11.20 Views174
    Read More
  13.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 (왼쪽부터) 故볼로디미르 쉐브첸코(Vladimir Schewtchenco), 유리 볼다코프(Yuriy Bordakov), 故볼로디미르 타란첸코(Vladimir Taranchenko), 故빅...
    Date2023.11.20 Views149
    Read More
  14.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현장에서 - 항저우 아시안 게임 취재기]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코로나로 연기된 아시안게임  ‘아직도 코로나야? 또 한 번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게임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준비하던 나는 2022년 9...
    Date2023.11.15 Views190
    Read More
  15.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현장에서]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진짜 가는 것, 맞아?” 짐을 싸던 아내가 몇 번을 물었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말없이 짐을 같이 챙겨준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눈가에 고인 눈...
    Date2023.11.15 Views217
    Read More
  16.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현장취재기]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상당수가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제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
    Date2023.08.31 Views271
    Read More
  17.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현장취재기]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집중호우로 인해 임시제방이 유실되면서 물에 잠겼다. 그 안에는 시내버스, 화물차 등 15대의 차량이 있었다. 취재진은 ...
    Date2023.08.31 Views253
    Read More
  18.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현장취재기]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올여름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상황도 마찬...
    Date2023.08.31 Views272
    Read More
  19.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현장취재기]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고?’였다. 장화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이 푹...
    Date2023.08.31 Views188
    Read More
  20.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도쿄에서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MBC 한지은 기자  일본 출장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내일모레 시찰단을 쫓아 일본 도쿄로 가라는 것이었다. 시찰단의 동선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아 쉽지 않은 출장이...
    Date2023.06.29 Views540
    Read More
  21.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니가 가라, 프랑스’ 영상취재부장에게 온 문자 한 통으로 첫 해외 출장이 결정되었다. 아이템은 <직지>. 1377년 고려시대 청주목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
    Date2023.06.29 Views48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