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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도박1.jpg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더운 여름날‘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 대해 취재하게 되었다. 폭염에 지쳐 있을 무렵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도박에 빠져있습니다.’ 하고 겉핥기식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 연관되어 있는 불법 대부업자 등 깊게 파고들만 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본사와 달리 매일 뉴스 메꾸기도 벅찬 지역 총국 인력 사정상 두 명이 고정으로 빠져야 되는 것이 가능 할까 걱정부터 들었다.
 
 그렇게 걱정을 안고 취재를 나갔다.
 
 대전에 있는 모 고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하교시간에 맞춰서 학생들이 하나 둘 나왔고 우린 무작정 가서 물어봤다. 물어보는 학생들 마다 스마트폰 도박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정도까지는 예상한 바였다. 처음에 물어본 학생들은 깊이 있게 얘기해주진 않았다.
 
 두 번째로 만난 학생들은 그야말로 깊게 빠져본 학생들이었고 현재까지도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한다고 했다. ENG카메라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는지 아이들은 물어보는 족족 다 얘기해주었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도박을 한다고 한다(반에서 2/3정도는 게임하듯이 다 한다고 했다). 물론 이들이 하는 것은 불법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도박이다. 처음엔 용돈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돈을 따기 시작한다.
 
돈이 불어나기 시작하면서 베팅하는 금액도 점점 늘어나고 그만큼 잃는 금액도 커진다. 잃었다 땄다를 반복하며 서서히 중독이 되고, 빚이 생기기 시작하고, 처음엔 용돈으로 시작했다가, 친구들에게 빌리기도 하고, 없는 시간 쪼개서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빚이 적은 사람은 2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있다.
 
직장인들도 빚이 4000만원이면 갚아나가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학생들이 그 정도의 빚이 있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이들이 성인 도박 중독자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나도 BETMAN이라는 국내 유일의 합법적인 사이트에서 가끔 베팅을 해 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내 돈을 걸고 베팅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경기들은 이미 결과가 나와 있다.
 
 행복회로가 200%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이건 확실해‘’, 이번엔 무조건 땄다’ 가 이어지면서 중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서 충당할까?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는데 그들이 사채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빚이 수천만 원이라는 점도 믿기 힘들었는데 이번엔 사채란다. 어떻게 그들이 사채에까지 손을 뻗을 수 있었을까, 페이스북을 통해서 소액으로 몇 백만 원씩 대출해주는 소위 ‘형’들이 있다고 했다. 그 ‘형’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40%씩 떼어간다며 불만을 표했다.
 
심지어 그 ‘형’들은 학생들 중에 몇 명을 뽑아서 총책을 시키고 40만원씩 용돈을 준다고 한다. 아침에 회사를 나오며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구나 느꼈다.
 
 역시 정답은 현장에 있었다. 애들이 도박을 하면 얼마나 할까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당사자들에게 직접 듣고 나서 확 바뀌었다.
 
 뉴스 제작을 위해 돌아가면서 취재기자와 피드백을 나눴다. 단발성 뉴스로 끝낼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파고들어 학생들에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형’들과, 사설 도박업체를 운영하면서 스포츠 문화를 좀먹고 있는 사람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취재하며 열정이 이만큼 끓어올랐던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속 취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날 만난 학생들이 다시 만나기를 거부하는 점도 있지만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학교를 가거나, 다시 그 학교로 가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취재기자들이 한 아이템을 깊게 파고들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좋지 않다. 매일 매일 그 날 뉴스 만들기도 인원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성과가 부족할 때는 위에서의 압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우리 촬영기자들도 인력 부족에 허덕이며 인력 충원에 목말라 있지만, 취재기자들도 양질의 취재를 위해서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하루하루 시간을 메꾸기 위한 뉴스를 하다 보면 취재기자도 안일해지지만, 촬영기자들도 매일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그 상태에서 고착화되기 쉽다.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 대한 얘기가 지역 기자들의 인력난으로 끝났지만, 이렇게 깊이 파고들어 오랜 기간 취재가 필요한 아이템의 경우는 구성원들의 희생과 양해가 없는 이상 지역 총국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렇지만 아직 이 아이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고쳐가고 싶다.

 
유민철 / KBS대전   유민철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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