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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의 망언과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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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 전범자와 정치인의 역사 인식 (4)


아소의 망언과 실언


일본_이소시멘트공장.png

    태평양전쟁 당시 다수의 한국인들은 일본에 강제연행돼 탄광 등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 많은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 중 하나로 아소 타로(麻生太郞) 일본 자민당 부총재(전 일본 총리)가 사장을 역임한 아소시멘트의 전신 산업시멘트철도(주)도 있었다.

/ 사진= 일본 후쿠오카현 타가와시에 있는 아소시멘트 공장(한원상 제공, 2005년 11월 24일 촬영)


     아소타로(麻生太郞·73) 일본 자민당 부총재(전 일본 총리)는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정부 특사로 한국 을 방문했다. 이날 아소는 청와대 접견장에서 박 대통령에게 “미국 북부 사람들은 남북전쟁을 ‘시민 전쟁’이라 하고, 남부에서는 ‘북부의 침략’이라 한다. 같은 국가와 민족이라도 역사 인식이 달라 다른 나라 사이에는 오죽하겠는가”며 “일본과 한국도 그것을 전제로 역사 인식을 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중앙일보 2022년 12월 22일).


 이날 아소 씨는 노예제도와 식민지 지배를 위한 침략행위를 같은 맥락에서 발언한 것이다.


 이에 격노한 박 대통령은 나흘 후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란 역사적 입장은 천 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역사 문제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한일 정상회담은 2년 8개월 동안 열리지 못했다.


 아소 씨의 발언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 개선보다 갈등의 요인을 만들고 있다. 그는 과연 정치 지도자로서 올바른 역사 인식이 있는 것일까?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들은 강제로 연행돼 아소탄광과 아소시멘트에서 노역에 시달리다가 희생되었다.


 1872년 석탄사업의 창업자였던 아소 씨의 증조부인 아소 타키치(麻生太吉. 1933년 사망)와 부친 아소 타카키치(麻生太賀吉)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아소 씨는 아소시멘트 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면서 아소 씨는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된 후에도 희생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망언만 쏟아내었다.


 2005년 11월 아소 씨가 외상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기에 일본인이 허락했다”는 등의 망언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2019년 9월 17일 저녁, 당시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의 고위 간부들을 총리관저(집무실) 옆 총리공저(공식 숙소)에 초청해 베푼 만찬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소 씨는 건배사에서 “이전의 대동아전쟁이 시작되기 전 주영대사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일본 총리이며 아소의 외조부)를 무관으로 모셨던 사람이 있었다”는 대목에서 과거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대해 ‘대동아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으로 아소 씨는 전쟁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나타낸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1941년 일본이 “유럽에 의한 아시아 식민지 침략을 해방시키고, 대동아공영권 건설과 아시아의 자립을 목표로 한다”는 전쟁 명분을 내걸며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했던 명칭이다. 현재는 ‘전쟁용어’ 로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며 대신 ‘태평양전쟁’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피해 국가들은 “‘대동아 전쟁’이란 표현 속에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2013년 7월 29일 아소 씨는 “나치로부터 헌법 개정 수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 망언이 국내외에서 파문이 일자 사흘 만에 발언을 철회했다. 아소의 발언이 나오자 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이 이어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 도 성명을 내고 “진의를 명확히 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 철회도 기자들 앞에서 적어 온 종이를 그대로 보고 웃으면서 읽었다. 외국의 비판이 못마땅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아소가 군국주의 부활을 향해 나치식 개헌을 주장한 배경도 아소 가계와 무관치 않다.


 아소 가문의 실체를 거슬러 올라가면 증조부 아소 타키치(麻生 太吉)가 중의원 의원을 역임했고, 부친인 아소 타가키치(麻生太賀吉)는 아소광업의 회장을 역임했다. 또 외조부가 전후 보수 성향의 대표적 정치인이었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이고, 부인은 우익 정치인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의 딸이다. 그의 여동생은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사촌인 도모히토(寬仁)의 부인이다.


 당시 아소의 발언은 1933년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 폐기 당시의 정치상황에 연동하여 정권 기반을 확대하는 수법과 비교된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인 1933년 1월 30일은 히틀러가 독일 수상으로 취임한 날이다. 정권이 발족하고 1개월이 지나서 국회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날 ‘대통령긴급명령’으로 인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7개의 기본권이 정지되었다. 이후 3월 5일 총선거에서 나치당(민족사회주의 독일노동당)이 제1당이 되었지만,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하자 나치는 연정을 구성하고 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바이마르 헌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나치정부가 의회를 대신해서 법을 제정하고 헌법을 위반해 악법을 만들어 절대 권력을 잡았고 결국 독재국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초법적인 조치로 정권을 잡은 나치는 유태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로 악명이 높았고, 1939년 폴란드를 전격적으로 침공하는 등 무모하게 침략전쟁을 일으킨 결과 1945년 연합국에 항복하고 말았다.


 최근 일본에서는 내셔널리즘 경향이 증가하고 있고 역사 수정주의를 표방하는 정치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소 씨와 같은 일본 정치지도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나치식 방법을 통한 헌법 개정보다는 올바른 역사의식 정립과 진정성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죄하고는 금방 번복한다. 사죄의 경우에도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주어를 생략한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은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 국민에게 심각한 손해와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사죄를 표명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이 담화를 통해 마음으로 위안이 되었을지 모른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정부의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담화이다. 그런데도 아소는 희생자들에게 반성과 사죄보다 망언을 쏟아내었다. 피해자들은 왜 일본에 반성과 사죄를 계속 요구하는지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한 원 상 (한국영상기자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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