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76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카메라기자 18호]  위르겐힌츠페터에 대한 회상

  - 5월, 우리의 원죄에 대한 반성의 씻김굿이 필요하다. -       나준영(MBC)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도 한참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어느 성당에서 ''광주 비디오''를 몰래 상영한다는 정보는 중간고사가 끝나도 마땅히 갈 데가 없던 어린 청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그날 성당을 찾아 자리를 꽉꽉 메웠던 어린 눈들은 ''80년 광주''의 ''끔찍한 영상''을 지켜보며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필름 뒤에 숨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수많은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누가 저런 걸 찍었을까? 저건 사실일까? 혹시 북한 놈들의 소행은 아닐까?''

  다음날 학교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첫 회 상영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두 번째로 상영된 영화를 본 아이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붙잡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학교와 부모에게 통보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전날 보았던 무시무시한 영상의 정체를 밝혀 주며 우리를 안심시켜주셨다. ''좌익용공세력과 북한이 우리 국민을 혼란 시키기 위해 만든 영화가 여기저기서 상영되고 있는데 그건 전부 연출된 것이니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6.10 항쟁이 일어났다.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괴물도 학교 담장 너머에서 거세게 밀려드는 민주화의 함성을 막지는 못했다. ''6.29'', ''직선제대선'', ''광주 청문회'', ''5공 청문회''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어린 우리들도 민주화의 가치와 숨겨졌던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우리들에게는 ''80년 광주''의 충격적인 영상 뒤편에 뭔가 무서운 음모가 있음을 말해 주는 듯한 그의 어두운 모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내가 그를 만난 건 대학의 광장과 로비에서였다. 더 이상 ''그''와 ''80년 광주''는 좌익용공세력의 모습도, 날조된 허구도 아니었다. ''518영상제''가 있던 날, 선배들의 입을 통해서, 대자보와 유인물을 보고서, 또, ''80년 광주''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고서야 나는 처음으로, 고등학교 시절 우리가 보았던 영상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기록한 이가 어느 외국 방송사의 파란 눈을 가진 이방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공포와 두려움이 깨달음과 분노가 되던 순간 수많은 젊은이들이 ''짱돌과 화염병'', ''최루탄과 백골단''이 대립하는 모순의 거리로 내달음 쳤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대학에서 그의 영상 한 편은,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운동가들의 화려한 연설보다, 또, 수없이 쏟아지던 사회 과학 서적들보다 젊은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진실 된 영상의 힘''에 대해 깊은 관심과 고민들을 갖게 해 주었다.

  어느덧 방송사에 입사해 ''그''와 같은 카메라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그''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518''이라는 시대의 사건 속에서 방송과 카메라기자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따져보아야 했다. 나는 믿어왔었다.
''최소한 우리가 방송을 내지는 못했을 뿐 현장에서 기록하였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 가면 갈수록 우리 방송과 카메라기자의 모습, 보도영상의 존재는 너무도 초라하고 부끄러워져 갔다.
518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군인이 통제하고, 광주시민이 분노하는 사이에서 기록자로서 서있지 못했다. 군인들의 총칼에 힘없이 카메라를 내렸고,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지 않는 우리의 모습에 광주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본연의 임무''인  ''기록자의 운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 포기를 통해 ''518''을 딛고 일어선 정권에서 우리는 ''포기에 상응하는 거대하고 달콤한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몇 년의 달콤함은 역사의 발전 앞에서 우리들 스스로가 이야기조차 하고 싶지 않은 ''원죄''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를 다시 한 번 만난 건 2003년 겨울이었다.
나는 신문 기사를 통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그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최초로 80년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송건호 언론상''을 받게 된 독일의 카메라 기자 위르겐힌츠페터.
그는 이미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현장을 취재하며 한국의 정권으로부터 입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에 카메라기자협회가 부랴부랴 간담회를 준비했고, 행사장에 참여했던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에게 그는 ''역사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기록하고 알렸던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에게서 동업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날 행사 내내, 그리고, 그와의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씁쓸하고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비록 그와의 만남의 자리에 ''5월의 그날'' 카메라기자로서 역사의 현장에 남아 ''기록자의 운명''을 걸었어야 했던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80년, 5월의 그날, 기록자의 운명''을 회피했다는 우리 직업의 부끄러운 역사는 ''5월''이 되면 계속 될 한국카메라기자의 거대한 ''원죄''이자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일본의 반성 없는 역사 왜곡의 문제로 전국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5월을 맞이한다. 그 5월의 한복판에서 다시 ''80년 광주''가 되 살아나 뉴스와 드라마를 장식하는 커다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기록한 영상을 대신해 우리의 무거운 짐을 대신해서 져야 했던 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기록한 역사를 보며 그날을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곧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다소 늦었지만, 전국 600여 카메라기자의 이름으로 위르겐힌츠페터에게 ''5월의 카메라 기자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가 우리 카메라 기자들에게 ''518에 대한 원죄''를 한 번 더 반성하고, ''역사의 기록자''로서 우리의 모습을 재정립해 보는 ''씻김굿''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1. No Image

    제32회 한국방송대상 보도영상부문 신설

    제목 없음 제32회 한국방송대상 보도영상부문 신설 한국방송협회는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제32회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방송인 부문에 보도영상부문의 신설을 의결하고, 지난 27일 방송대상 실시 요강을 공고했다. 한국방송협회 민영동 차장은 “ 보도영...
    Date2005.05.30 Views4035
    Read More
  2. TV뉴스 "선호도" 갈수록 줄어든다! 인터넷 속보로 경쟁력 잃어...

    제목 없음 방송 뉴스 ‘선호도’ 갈수록 줄어든다 인터넷 속보로 경쟁력 잃어...1위는 드라마 ▲ 2004년도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연령별 선호장르 및 교육수준별 선호장르 지상파TV의 뉴스 프로그램 선호도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연령별 선호도에...
    Date2005.05.27 Views6169
    Read More
  3. No Image

    문화방송이 경인방송 인수(?)

    제목 없음 문화방송이 경인방송 인수(?) 지난해 말 방송사업권을 박탈당한 <경인방송>(아이티브이)이 계속 방송계의 화제다. 이번엔 <문화방송>이 경인방송을 인수해 2채널 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논란을 촉발시켰...
    Date2005.05.27 Views6194
    Read More
  4. No Image

    방송-통신 통합기구 논의 유감

    방송-통신 통합기구 논의 유감 전신의 아버지 사무엘 모르스는 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 낙관적 확신을 설파했다. 그는 더 빠른 통신이 더 좋은 세상을 창조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1964년 출간된 마셜 맥루헌의 저서 ‘미디어의 이...
    Date2005.05.27 Views5583
    Read More
  5. No Image

    지상파 DMB특위, 망식별 부호 도입 왜?

    제목 없음 지상파 DMB특위, 망식별 부호 도입 왜? 지상파DMB특위의 망식별 기능 도입 결정은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상파 DMB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들은 경쟁매체인 위성 DMB가 본 방송...
    Date2005.05.27 Views6386
    Read More
  6. No Image

    지나치게 친절한 검찰의 피의자 보호

    "지나치게 친절한 검찰의 피의자 보호" 장면1 지난 3월 말 소환 조사에 응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의 서울 중앙지검 출두에 때 아닌 고함과 욕설, 그리고 수십 명이 뒤엉킨 난투극(?)이 벌어졌다. 김의원은 난투극 직전에 이미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친 상태였...
    Date2005.05.23 Views6087
    Read More
  7. No Image

    카메라기자 또한 밥그릇 싸움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지상파의 밥그릇 싸움은 공익이다 최근 비엔지니어 분야에서 일하는 어떤 선배를 만났더니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쟁 때 왜 엔지니어들의 문제로만 여겼는지 참 후회스럽다”며 방송사에 몸담은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방송기술 변화를 학습하고 이해하며 자신의 ...
    Date2005.05.23 Views6047
    Read More
  8. No Image

    카메라기자, 재교육 없는 방송 환경 심각하다!

    제목 없음 재교육이 없는 방송환경 심각하다. 급격한 변화 속에 자칫 소외될 처지 급격하게 변화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카메라기자들이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뉴스영상을 연구하는 한국언론재단의 최민...
    Date2005.05.23 Views6099
    Read More
  9. No Image

    KBS "도자기" 사례로 본 방송영상물 이용과 계약관계

    강 상 구 KBS 법무전문위원 최근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경쟁력 상승과 한류 영향 등으로 지상파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이 복제, 배포되어 국내의 케이블TV, DVD, VHS를 비롯해 해외의 지상파, 위성방송 등 다양한 형태로 시청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기리...
    Date2005.05.18 Views6463
    Read More
  10. No Image

    SBS 위성 DMB 재전송 안한다

    SBS 위성 DMB 재전송 안한다 입력 : 2005.05.11 20:02 58' "위성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에 SBS가 만든 TV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겠다." 안국정 SBS 사장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SBS는 지상파 DMB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
    Date2005.05.12 Views6659
    Read More
  11. No Image

    위르겐 힌츠페터에 대한 회상

    [카메라기자 18호] 위르겐힌츠페터에 대한 회상 - 5월, 우리의 원죄에 대한 반성의 씻김굿이 필요하다. - 나준영(MBC)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도 한참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어느 성당에서 ''광주 비디오''를 몰래 상영한다는 ...
    Date2005.05.12 Views6762
    Read More
  12. No Image

    제2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특별상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수여

    [카메라기자 18호]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제2회 이달의 카메라 기자상 특별상에 위르겐 힌츠페터(68,전 독일제1공영방송 카메라기자)씨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80년 광주의 처참한 모습을 영상에 담아 전 세계에 알렸으며 86년 ...
    Date2005.05.12 Views6781
    Read More
  13. No Image

    카메라기자 그들이 위험하다!

    카메라기자, 그들이 위험하다! 방수복, 방화복, 에어 마스크, 공기통, 방독면, 헤드 렌턴.... 갖가지 보호 장비를 갖춘 소방관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하철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잠시 후 평상복에 손수건 하나로 입을 가린 카메라 기자들이 그 뒤를 ...
    Date2005.05.11 Views6248
    Read More
  14. No Image

    재난취재 안전장비 마련 시급

    안전한 재난현장 취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사전 교육과 전문 장비 마련 등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재난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취재 시 그에 필요한 안전 장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➀ 건물 붕괴 대형 건물 붕괴 사고의 경우 석면 가루나 유독 가스...
    Date2005.05.11 Views6510
    Read More
  15. No Image

    뉴스 오디오에 관하여(MBC 오디오 엔지니어```)

    뉴스 현장 일선에서 보다 나은 뉴스와 보다 나은 화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카메라 기자 분들에게 같은 방송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고생하신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 여러 번에 걸쳐 뉴스를 보고, 또 뉴스를 듣습니다. 보다 ...
    Date2005.05.11 Views6095
    Read More
  16. No Image

    민상기 기자의 현장 에세이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기자로 남겠다."

    KBS에 팀제가 시행된지도 벌써 10개월이 되어 간다. 120여 명의 인원을 이끄는 자리에서 나와 이제는 현장이 익숙한 모습이 되었는데, 느닷없이 현장소감을 글로 쓰라니 난처하지 않을 수 업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지난 10개월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 내가 현...
    Date2005.05.11 Views6518
    Read More
  17. No Image

    "훌륭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

    이성수 부장 인터뷰 81년 11월 입사해 현장에서 만 20년을 보내고 2001년 11월 내근 데스크를 맡았고, 2003년 3월부터 스포츠영상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9일 쇼트트랙 경기를 시작으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현장에 돌아와 보직 부장 때와 가장 많이 ...
    Date2005.05.11 Views6378
    Read More
  18. No Image

    뉴스영상의 원칙 지켜져야

    최민재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소재를 표현하는 영상구성방식의 문제점 부각 최근 방송에서는 6mm 디지털 카메라의 보편화와 VJ 프로그램,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아마추어 작가들이나, VJ, 혹은 소규모 독립프로덕션에서 촬영 제작된 영상물을 방송...
    Date2005.03.24 Views7527
    Read More
  19. No Image

    "NHK, 눈물의 내부고발"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우리의 모습이```

    눈물의 내부고발 “ 私もサラリ-マン. 家族を路頭に迷わすわけにいかない. 4年間惱んだ. しかし眞實を述べる義務があると決斷した. 告發による不利益はあるでしょう”と聲を詰まらせ, ハンカチで目をぬぐった. (”저도 봉급쟁이입니다. 가족들을 길거리로 내몰 ...
    Date2005.03.24 Views7008
    Read More
  20. No Image

    미래 지향적 가치 추구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는길!

    미래 지향적 가치 추구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는 길 ! 곽재우 한국TV카메라기자협회 회장 변화와 개혁은 시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話頭일 것입니다. “협회가 친목단체의 틀을 벗고 카메라기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기대를 실현 시킬수 있는 이익단체...
    Date2005.03.24 Views779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