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영상기자협회 특별 세미나>

"디지털 분야에서 영상기자사 이룬 성과 지속될 수 있어야…
진짜 '멀티플레이어' 될 수 있도록 시간·공간 지원 필요"

지난 2월 5일, 2024 한국영상기자협회 특별 세미나 <디지털 비디오 저널리즘과 영상기자의 미래>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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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국내 언론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뉴스 유통 채널의 다변화는 영상기자에게도 ‘영상취재’라는 본래의 업무 외에 많은 역할을 요구해 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영상기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유통 분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기존의 TV뉴스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며 디지털뉴스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영상기자들이 디지털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왔으며, 성과는 무엇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그 내용의 공유는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디지털 뉴스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상기자들의 정보 교류를 통해 영상기자의 미래상을 고찰하고,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영상기자의 위상 강화와 역할 확장 가능성을 살펴보자’는 현장의 제안에 따라 ‘2024 디지털 비디오 저널리즘과 영상기자의 미래’ 세미나를 마련했다.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영상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수도권 소재 7개 방송사에서 과거 디지털 관련 업무를 담당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영상기자 7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는 디지털 뉴스 제작 업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각 사 영상기자 이십여 명이 참관자로 참여해 디지털 비디오 저널리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미나는 나준영 회장, 현기택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재섭 부회장(KBS)의 사회로 진행됐다. 나준영 회장은 “협회원이 발제해서 이야기할 주제를 갖고 자리에 모인 게 오랜만”이라며 “디지털화에 영상기자들이 어떻게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인지와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이 방송사의 기존 정체성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눠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번 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KBS 보도영상국 디지털영상뉴스팀_ 임태호 팀장
•  MBC 디지털뉴스룸 디지털뉴스편집부_ 박동혁 부장
•  SBS 방송제작본부 디지털뉴스제작부_ 김태훈 차장
•  JTBC 영상취재팀_ 유규열 기자
•  MBN 영상제작국 영상취재부_ 김영진 기자
•  OBS 방송영상국 보도영상팀_ 현세진 차장
•  YTN 영상기획팀_ 정태우 기자



 이재섭(아래 사회자) :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디지털 혹은 뉴미디어 분야와 관련해 오늘 참석한 분들이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유규열(JTBC‧아래 유규열) : 현재는 디지털 업무와 관련해 영상취재부에서 하는 게 많진 않은데 과거 2년 정도 파견돼 디지털 전담을 한 경험이 있다.

 정태우(YTN‧아래 정태우) : 지금 영상기획팀에 근무하고 있다. 원래 유튜브를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인데, 지금은 본방송 위주로 제작하고 있다.

 임태호(KBS‧아래 임태호) : 2018년부터 4년 정도 디지털 업무를 했다. 현재 보도영상국 내 디지털영상뉴스팀의 팀장을 맡고 있고, 팀원은 4명이다.

 김태훈(SBS‧아래 김태훈) :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에서 일하고 있다. 2015년 SBS에서 비디오머그 채널을 런칭할 때 처음 참여해서 2년 반 정도 일했고, 지난해 다시 디지털뉴스제작부로 와서 1년 정도 일하고 있다. 디지털제작부 인원은 6명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디지털 뉴스와 관련한 부서 명칭도 변화했다. 처음엔 인터넷뉴스부로 시작해 뉴미디어부(2015), 지금은 디지털뉴스제작부와 편집부로 나누어져 있다.

 현세진(OBS‧아래 현세진) : 현재 캡 업무를 하면서 유튜브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1인 유튜버가 되어 영상취재팀 유튜브를 만들고 있다.

 김영진(MBN‧아래 김영진) : 2022년 혼자 유튜브 TF팀으로 갔다가 이후 디지털국으로 부서 명칭이 바뀌면서 거의 혼자 일을 했는데, 지금은 부서가 없어졌다.

 박동혁(MBC‧아래 박동혁) : 디지털 관련 경력이 따로 있진 않은데, 2020년 캡 시절 사회팀 동료들과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1년 정도 운영했고, 뒤로도 채널이 1년 정도 이어져 관리됐다. 지금 MBC는 디지털 분야가 디지털뉴스편집부, 디지털뉴스제작부, 엠빅뉴스팀 등 세 부서가 있고, 나는 디지털뉴스편집부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영상취재, 편집, 중계 피디, 뉴스센터 진행 업무 등을 해봤는데 디지털뉴스편집부에 오니 각각의 업무 경험이 모두 쓰이고, 해볼 수 있는 여지들이 많았다.

 사회자 : 오늘 세미나는 각사 디지털 뉴스 특성과 영상기자의 역할, 디지털 뉴스 관련 콘텐츠,  디지털 영역과 영상기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먼저 각사에서 디지털 뉴스가 어떻게 시작해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쳐 정착 혹은 폐쇄되었는지 등 디지털 뉴스의 특성을 말해 달라.

 김영진 : MBN은 젊은 연차들이 모여 먼저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다고 제안해서 모였다. 처음엔 취재기자 9명, 영상기자와 뉴스PD 각 1명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뉴스PD는 인원 지원이 안됐다. 취재기자들도 기존 업무를 하면서 같이 일을 했고, 영상기자인 나만 온전히 부서 이동을 해서 제작했다. 결국 혼자 콘텐츠를 제작해 MBN 뉴스 채널의 서브 채널에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다보니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았고, 결국, 부서가 없어졌다.

 현세진 : OBS보도국은 유튜브를 뒤늦게 시작해서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인력도 부족하고 현장의 요구사항이 많지만 뉴미디어 인력들이 현장 경험이 없거나 계약직이 많아 영상기자들의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은 시작한 지 5개월 되어 여러 팀원들이 참여하는 과정에 있다. 채널 이름은 팀 내 공모를 통해 OBS 보도국 보도영상팀 공식 유튜브 채널 ‘바바비디오’이고, 현재 구독자는 1만3천 명 정도다.

각 사, 재밌고 좋은 디지털콘텐츠 제작노력에도 열독률 하락, 조회수 답보의 상황
 김태훈 : SBS는 디지털뉴스편집부와 디지털뉴스제작부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뉴스제작부는 스브스프리미엄 콘텐츠와 비디오머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영상기자는 디지털뉴스제작부에 편재되어 있다. 비디오머그는 SBS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이고, 스브스프리미엄은 유료는 아니지만 회원가입을 해서 구독신청을 해야 볼 수 있다. 예전에 많이 알려진 스브스뉴스는 독립 법인으로 설립되어 떨어져 나갔고, 지금은 기자들이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취재기자와 영상기자는 디지털뉴스제작국, 특히 영상기자는 디지털뉴스제작부에서 일하고 있다.

 채널별 현황을 보면, 오늘자(2/5 기준) 기준 유튜브가 403만 명, 비디오머그 141만 명, 스브스 프리미엄이 일 평균 10만 뷰 내외로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예전에는 구독자 만 명, 10만 명 단위가 중요한 수치였는데, 지금은 열독률이 많이 떨어져서 개별 콘텐츠의 조회수나 영상 보는 시간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이런 현상이 각사의 숙제로 알고 있다. 구독자 수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무리 좋고 재밌는 콘텐츠 만들어도 열독률이 하락하고 조회수가 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임태호 : KBS는 보도본부 내에 디지털뉴스부가 있는데, 조직이 크진 않다. 디지털뉴스부는 주로 유통을 담당하고 있고, 일부 제작 인원도 있다. KBS는 주로 각 부서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인데 보도영상국 내 영상기자는 [현장영상]을 주로 제작한다. 그 외에 현장영상과 비슷하지만 [제보영상]과 [속보영상] 등 주로 세 가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팀원들이 인제스트된 영상을 보고 발제부터 기사 작성, 편집하고 자막 입히고 썸네일 문구 작성까지 거의 1인 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있다. SBS 비디오머그가 성장하던 시절, 영상기자들의 활약상이 좋아서 KBS도 2018년 디지털뉴스부에 영상기자 세 명을 보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취재기자와 같이 디지털 전용 코너도 여럿 만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현재는 3명이 디지털뉴스부에서 돌아왔고, 서브채널인 ‘크랩’팀에 영상기자 1명만 가 있는 상황이고 영상기자들은 보도영상국 내에서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영상취재부 영상기자들이 만드는 인터뷰 형식 방송 콘텐츠 ‘DEEP'이라고 있는데, 월요일 아침 뉴스에 나간다. 이걸 전날인 일요일에 텍스트 기사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과 유튜브에 내고 있다. KBS는 우리 팀 말고도 많은 인력이 디지털 쪽으로 적응해가고 있다.

정태우 : YTN 영상기획팀에서 10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영상기획팀이 온에어 방송만 만들다가 2022년 4월 유튜브를 중점적으로 만들어보자고 해서 ‘왓슈(whatssue)’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됐다. 처음엔 이것저것 만들어 올렸는데 조회수가 안나왔다. 이후 2022년 7월 즈음 네이바르 영상이 스포츠 쪽으로 알고리즘을 타고 다른 콘텐츠에 비해 스포츠 조회수가 많이 나오면서 축구, 야구 등의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또, 영상기자가 직접 출연해 게임 전문가와 게임과 게임 시장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게임 저무는 밤’이라는 콘텐츠, 유튜버를 따라다니며 일상을 모니터하는 프로그램, ‘온실 속 왓슈’라는  환경 콘텐츠 등을 만들면서 구독자를 3만 명까지 늘렸는데 유튜브 업무가 디지털센터가 생기면서 그쪽으로 다시 갔다. 지금의 영상기획팀은 온에어를 위주로 하고, ‘왓슈’는 온에어 방송을 아카이빙하는 정도로 운영하면서 다시 조회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너무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개 올리니 알고리즘 선택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콘텐츠 하나에 조회수가 천을 넘기 힘들다. 디지털센터 콘텐츠는 지금 촬영기자 4명이 내려가 ‘뉴스튀김’, ‘풀버전’ 등을 제작하면서 디지털 업무만 하고 있는데, 채널을 따로 독립시키지 않고 YTN 뉴스 본 채널에 올리고 있다.

유규열 : JTBC는 지금은 영상취재팀에서 디지털을 하는 게 약간 도태되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2016년 즈음 소셜 라이브를 중심으로 시작하면서 소셜스토리 페이지를 개설하고 페이스북 위주로 시작했다. 당시 2년 정도 파견돼 있으면서 인턴, 편집자, 취재기자 등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백만 정도 나올 정도로 잘 나갔는데 페이지명을 바꾸면서 점차 도태됐다.

 유튜브도 개설해서 올렸는데, 페이지명을 계속 바꾸고 여러 사람을 투입했는데, 구독이나 뷰 수가 많이 안 나와서 지금은 지금은 자체적인 JTBC 뉴스 채널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처음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시작할 때 자투리 영상이 아까워 내가 자체적으로 영상을 편집해서 먼저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J 특공대’라는 팀 자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게 본 페이지나 본 채널엔 들어가지 못했다. 만약 그때 본 채널에 들어갔으면 아무래도 이름이 알려지고 발전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보다는 지금 디지털 제작을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 팀은 JTBC 뉴스 본 채널에 실시간 라이브 중심으로 관여하고 있다. 실시간 라이브를 최상단에 올려놔서 바로바로 볼 수 있게끔, 실시간 라이브를 먼저 찾아올 수 있게 해서 구독자 뷰 수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동혁 : 유튜브 콘텐츠가 각 팀에서 유튜브를 위해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고, 메인 뉴스에 올라가는 뉴스 채널 플랫폼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말씀하신 분들은 대부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말씀하신 것 같다. MBC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는 주로 ‘엠빅’이라는 채널에 올라가고 뉴스 채널에도 하루 10개 이상 디지털 리포트들이 업로드 된다. 디지털업무에 영상기자는 그동안 1명이 파견되어 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어 일해 오다가 1년 반 전 내가 올 때 처음으로 2명이 파견됐다. 기존 영상기자들이 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했다면 나는 뉴스 채널에서 라이브를 운영하고 숏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라이브는 유형별로 6가지 포맷별 라이브를 스트리밍하고 있다. 숏폼은 작년 2월부터 테스트로 업로드 시작하다가 2,3개월 후 본격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주로 기존 아이템을 재가공하는 형식으로 업로드되는데 추가적인 조회수과 구독자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최근에는 수년간 방치되고 있던 인스타그램에도 숏폼을 업로드해 관리 중인데 1/4분기 정도 시간동안 약 10% 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박’의 역설… 디지털콘텐츠 영향력 확대로 조직 성장, 초기 영상기자의‘멀티플레이어’의 역할에서‘촬영’ 업무로 돌아가

 나준영 회장 : 10년 전엔 영상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멀티플레이어로 일했는데 최근에는 그 안에서 작은 보도국처럼 취재와 영상이 다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영상기자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영상기자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영진 : ‘온마이크’ 채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유튜브 팀에 들어갔을 때 나는 영상기자의 역할을 한정짓고 싶지 않았다. 뉴스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취재기자와 같이 했지만 기획‧연출‧촬영‧편집을 혼자 다 했기 때문에 취재기자는 출연자라고 생각했다.

 현세진 : 나도 협업이 없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만든다고 지원자를 받을 때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재탄생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초창기에 타이틀, 브릿지 정도만 CG팀 도움을 받은 것 외에 제목, 자막, 썸네일, 업로드까지 모두 혼자 제작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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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 런칭 당시엔 조직이 없어서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원본 소스를 찾아보고 발제를 누가 할 것인가 고민하다 그걸 잘 하는 영상기자가 시작했는데, 성과가 나니 추가로 1명이 보강됐다. 영상기자가 업무를 맡아보니 현장과 소통도 원활하게 되고, 급할 때 편집도 하는 등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또, 그땐 이 영역이 블루오션이라 나가서 뭘 하면 터지는 시대여서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하고 시행착오도 경험했다. 지금은 레드오션이 되고 영향력이 커지니 사람들이 점점 방송으로 보기 시작했다. 디지털 영역에서 콘텐츠 영향력이 커지니 회사도 인원과 조직을 보강했는데, 사람이 많아지니 우리가 했던 역할을 취재기자가 가져가면서 영상기자는 본래의 주 업무인 촬영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임태호 : 2018년 영상기자 세 명이 처음 디지털뉴스부로 갔을 때는 발제와 아이템 제작을 직접 했다. 그런데 취재기자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늘면서 영상기자는 촬영하고 편집하느라 본인 콘텐츠 제작은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러 시도가 있었고 재밌는 콘텐츠도 많았지만 그때 생겼던 프로그램 대부분이 저조한 실적으로 막을 내렸다. 유튜브 채널도 여러 가지 만들었는데 비용만 들고 효과가 없어 거의 다 정리한 상태다. 현재는 디지털뉴스부 내에도 일부 제작 인력이 있지만, 보도국 각 부서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걸 원칙으로 해서 디지털뉴스부는 유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보도영상국에서도 영상기자들이 자체 제작으로 콘텐츠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세미나에 청중으로 참석한 회원들은 영상기자가 본래의 업무인 영상 촬영이 아니라 발제나 기획 등에 좀 더 집중하고 영상촬영은 VJ 등 다른 인력을 활용하는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KBS에서 크랩을 담당하고 있는 고형석 기자는 “크랩 팀은 매주 프리랜서 카메라맨과 편집자를 쓰고 있어 내가 영상기자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기사 작성에 있어) 취재기자와 달리 영상기자는 개인마다 콘텐츠 수준이 균일하지 않아 여러 제약이 있는데, 역량이 적응되면서 성과가 올라오니 영상기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가 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된 이후 전 분야에 걸쳐 인력과 예산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지금과 같은 영상기자의 역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크랩 팀 역시 외부의 프리랜서 카메라맨과 편집자 등 파견직에 대해 인력 감축이 단행되면 영상기자가 촬영에 투입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영상기자들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취재기자 중심의 보도국 문화나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그 기회가 적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사회자 : 논의가 영상기자의 역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이제는 내부에서 디지털 뉴스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실수, 고민, 한계 등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자.

 김태훈 : 9년 전 상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 보면, 예전 콘텐츠 제작 방향은 원-소스 멀티-유징이었다. 방송 뉴스에서 소화하지 못했던 원본 소스들을 구해서 재밌고 의미있는 부분을 찾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켜서 비디오머그 채널이 살았다. 방송 뉴스가 다루지 못하는 빈 시간대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실험적으로 시도한 게 잘 먹혀들어갔다. 그 예가 미니 다큐 <노량진 시장>인데, 당시 한국영상기자상 대상을 받았고, 영상기자들이 기획‧제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TBU나 피딩되는 중계신호 통해 라이브를 하는데, 당시엔 핸드폰만 들고 나가 시청자와 소통하며 SNS를 기반으로 라이브를 했었다. 9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당시에 비해 인원이 보강됐고 장비가 좋아졌지만 예전에 시도했던 ‘날것’의 의미가 퇴색했다. 실험적 시도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디지털 콘텐츠를 다들 방송처럼 생각하고 있어 아쉽다. 실험적 시도와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 수가 줄어들면서 영상기자로서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임태호 : 매일 유튜브와 포털 조회수를 분석해 리포트가 나오는데, 좋은 기사에 조회수가 높게 나오는 게 아니라, 자극적 이슈로 만든 코너가 가장 높은 순위에 있다. 그래서 만들 때마다 고민한다. 아무리 디지털 콘텐츠라 하더라도 뉴스인데, 이게 과연 공익적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만들다 보면 조회수를 안 볼 수 없다. 현장영상 제작을 할 때도 우선 자극적 영상을 찾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제대로 스탠스를 잡기가 어렵다.

 김태훈 : 디지털 콘텐츠의 연성화 아이템, 또는 옐로우성과 관련해 SBS는 올해 1월 저널리즘 준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준칙을 보면 상세한 내용이 나와 있는데, 저널리즘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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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자가 참여하여 제작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박동혁 : 언론사가 존재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국민에게 안전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라이브를 하다 보면 이때가 언론사로서 존재 의미가 가장 크게 발현되는 상황인데, 디지털에서 이 부분을 많이 해결하고 있다고 본다. 기존 방송이 할 수 없는 포맷, 방법으로 시간 제약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나 지진 등 상황이 있을 때 거의 24시간 라이브를 하는데, 재난 상황에서는 지상파도 해결할 수 없는 정보 전달을 디지털로 할 수 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고 있다.

디지털콘텐츠 제작 인력에 대한 영상취재부서, 영상기자들의 관심과 지원 더 키워야

 유규열 : 인력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우리가 메인에 나갈 수 있는 취재를 하는 데 있어 영상기자가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디지털 분야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5명 이상 되면 어떻게든 콘텐츠를 만들어내겠지만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김태훈 : 개인적으로 본인 의지만 있으면 디지털뉴스팀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원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은 시청률이란 지표로 평가되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조회수로 평가된다. 내가 한 아이템이 조회수가 잘 나오고 주변에서 알아봐주면 큰 힘이 된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학교에서 교육용 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이한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뿌듯함을 느끼고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그게 내가 디지털뉴스팀에 온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현세진 : 의지가 있으면 아무리 바빠도 배워서라도 하는 것이고, 이런 생각이 모여 팀이 된다면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과 영상기자의 미래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우리가 각자 ‘난 이것만 하면 돼’에 그치지 않고 자기 영상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이 유튜버가 된다면 출입처에서도 촬영본을 편집해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박동혁 : 저작권과 관련해 조언해 드리고 싶다. 지상파 방영 콘텐츠는 법적 분쟁 등에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 유튜브는 저작권을 세 번 위반하면 채널이 문을 닫게 된다. 지금 국제적으로 스트라이크(저작권법 위반 제기)를 일으키는 ‘꾼’이 다니면서 거대 언론사가 타깃이 되고 있다. 혹시 모르고 계신 분은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을 유심히 보면 좋을 것 같다.

 참석자들은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디지털 콘텐츠를 정규 방송에 내보냈을 때의 반응 등 레거시 뉴스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김태훈 : 처음에는 비디오머그에서 만든 걸 정규방송에 안 내주려고 했다. 우리가 만든 게 3분 짜리라 너무 길다고 했다. 그래서 2분 가량으로 편집해 다시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고, 주말 8시 뉴스에 3분 짜리를 그대로 틀기도 했다.

 임태호 : 이제는 방송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가 크게 구별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도 크랩에서 만든 콘텐츠를 아침 뉴스에 납품한다. 아침 뉴스에 나가던 아이템이 시청률이 떨어지니 우리 팀에 현장영상을 납품해 달라고 했는데, 시청률이 조금 오르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콘텐츠를 방송에 활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정태우 :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때 유튜브용으로만 만들지 않는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여기서 쓸 수 있으면 다른 데서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파격적이거나 예능적 재미를 가미할 수 없고, 그래서 리포트 폼의 한계에 갇혀 있기는 하다. 

점점 무의미해져 가는 방송, 디지털콘텐츠의 경계-영상기자의 미래 고민해야 (굵글)

 김영진 : 실무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유튜브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 게 실패 요인인 것 같다. 사실 다를 필요가 없었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동력은 되는데, 너무 다르다 보니 유튜브 채널을 보는 사람들, 즉 이용자들의 니즈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뉴스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의 차이점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임태호 : 우리는 1인 시스템으로 기사 작성, 편집, 자막까지 입혀 내보내는데, 팀장 승인으로 포털과 유튜브, KBS 홈페이지에 자동으로 나간다. 타사보다 먼저 올려야 조회수를 끌어오니 빨리 내보내려다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어려운 점은 포털은 수정이 가능한데, 유튜브는 영상을 내리고 새로 올려야 한다. 영상을 잘 만들었어도 자막 실수가 있으면 치명적이다. ‘공영 방송에서 자막도 못 쓰냐’는 댓글이 꼭 달린다. 어쩔 수 없이 내렸다 수정해서 다시 올리는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건 맞춤법과 적절한 용어의 사용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충돌’과 ‘추돌’, ‘전복’과 ‘전도’를 확실히 구별해서 써야 한다. 영상기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이처럼 기본적인 걸 다시 습득해야 하기도 한다. 이 또한 우리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사회자 :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영상기자의 미래를 고려할 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태훈 : 우리는 홈페이지 뉴스 페이지에 영상 취재 파일 코너가 있다. 데일리 영상기자도 본인이 취재한 소스를 편집해 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많진 않지만 페이지뷰에 따른 인센티브도 있다. 이걸 하려면 글쓰기 능력, 구성, 편집 능력이 필요하다. 이건 우리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보고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영상기자가 이 일을 한다고 하면 업무 시간에서 배제해 주고 있다.

 임태호 : 디지털영상 제작을 위한 전담팀이 있지만 하던 사람만 계속하고 사실상 지원자가 별로 없다. 우리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나름의 보람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부서원들도 있고 인력난에 가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해 보면 좋을 텐데,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지원을 잘 안 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후배들이 방송용으로 만든 콘텐츠 ‘DEEP’ 내용을 텍스트 기사로 쓰게 해 포털에 유통해 본 것이다. 그랬더니 반응이 좋았던 경우가 꽤 있었다. 네이버에서 70만 뷰, 30만 뷰가 나오면서 기사를 쓴 후배들은, 아침뉴스에 나간 방송은 이슈가 안 되는데 포털 메인에 뜬 기사를 보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디지털 환경에선 우리에게 기회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틈새를 찾아 도전하다 보면 우리 역할을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영상기자가 활약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

 사회자 : 정답이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각 방송사들이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실패의 경험도 다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각자의 경험이 공유되기 어려운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협회이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자주 있으면 좋겠고, 협회에서도 노력하겠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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