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TV제주 김용민
<4·3 재건의 서사>

“우리는 역사의 아픔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4·3 재건의 서사’를 제작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제주 4·3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기억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작업만큼은 감정을 과장하거나 슬픔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의 호흡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혹독한 추위 속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표정과 침묵, 그리고 공간에 남아 있는 숨결까지 기록하고자 했다.
이번 기획은 제주 4·3을 단순한 비극의 역사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까지 이어져 온 공동체의 기억과 삶의 역사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치유·희망·연대’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를 살아낸 사람들의 시간이었다.
침묵이 강요되던 시대 속에서도 제주의 심방들은 유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공동체의 슬픔을 함께 감당했다. 해녀들은 거친 바다로 나가 가족의 삶을 지켜냈고, 이름 없이 시대를 견뎌낸 여성들은 서로의 삶을 붙들며 공동체의 연대를 이어왔다. 역사는 거대한 사건과 기록 중심으로 남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이렇게 이름 없는 사람들의 버팀과 시간이 공동체를 지탱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조용하지만, 위대한 시간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제작 과정에서는 AI 기술 활용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기술적으로는 시대를 재현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했다. 그러나 긴 고민 끝에 AI 생성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래된 사진 한 장, 빛바랜 얼굴, 낡은 마을 풍경에는 실제로 그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보다, 기록 그 자체가 가진 진실성과 사실성을 더 존중하고 싶었다.
대신 원본 사진의 업스케일링만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배제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역사 기록물의 원형을 지키고 해석이나 왜곡이 개입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역사의 진실을 다루는 작업일수록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보다 무엇을 덧붙이지 않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작업은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함께 현장을 지켜준 김경임 기자와 김용원 기자는 긴 시간 같은 고민을 나누며 보이지 않는 기록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써주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아준, 고맙고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결국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역사를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제주 4·3의 기억 역시 누군가의 아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살아 있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평가를 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