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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 광주민주포럼] “평균 위험 노출 10.1개…영상기자 복합 PTSD 심각”  '외상 후 번아웃' ...
     영상기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취재 현장은 시각적 충격과 신체적 위협, 그리고 고강도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쉴 새 없이 축적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들이 기록한 진실의 무게만큼 영상기자들의 가슴에 생긴 상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온 게 현실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최연송)는 서강대 레메디아 연구단(단장 조재희 교수)과 공동으로 5월 16릴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광주민주포럼 공동 세미나 '분쟁지역 영상저널리스트의 기록과 상처'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상기자들의 정신 건강 실태를 집중 조명하고, 나아가 이긓이 다시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인정'의 가치와 공적 치유 체계 구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편집자 주2026 광주민주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영상기자들, 한국영상기자협회 임원진의 기념촬영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재희 교수(서강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는 한국 영상기자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강도 트라우마의 실태를 공개했다. 조재희 교수 연구팀은 영상기자들이 직무 중 맞닥뜨리는 직접적 사건 유형 9가지와 취재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되 는 취재 사건 유형 14가지 등 총 23가지의 세부 위험 유형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영상기자 75.6%가 고강도 위험 상시 노출…현장 취재 누적이 ‘번아웃’으로 직결 한국영상기자협회 소속 회원 119명의 영상기자를 대상으로 지난 4월 6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무려 75.6%가 연구팀이 제시한 23개 위험 유형 중 7가지 이상을 직접 경험했고, 조사 대상 기자들이 지금까지 경험한 위험 사건은 평균 무려 10.1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위험 노출 구간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23개 유형 중 7개에서 11개 사이의 위험 사건을 경험한 기자가 41명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했고, 12개에서 16개 사이의 사건을 경험한 기자도 36명(30.3%)에 육박했다. 17개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기자도 13명(8.4%)이나 됐다.  조 교수는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현장의 경우 단일 사건의 충격만으로도 PTSD로 직접 연결된다”면서 “(특히 영상기자들은) 여러 가지 유형의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복합적으로 PTSD들이 연결된다”고 밝혔다. 영상기자가 매일 접하는 현장이 개별적으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여러 현장 경험이 누적되면서 고강도로 축적돼 복합적인 PTSD 증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해지는 시각적·감각적 자극의 누적은 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부트스트랩 5,000회’를 적용한 경로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외상 유발성 사건 경험 ➔ PTSD 증상 발생 ➔ 직무 이탈성 번아웃 발생'으로 이어지는 손상 구조를 확인했다. 고통스러운 현장을 지속적으로 목격한 기자는 직무를 기피하고 조직을 이탈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토론자로 참석한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복합콘텐츠연구소 임인재 선임연구원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그리고 최근의 12·12 계엄 사태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동적인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시각적 기록을 담당해 온 영상기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최초로 실증 모델을 통해 탐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계에 매우 의미 있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해 데이터의 구체성과 신뢰도를 높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제2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자인 필립 콕스 기자가 영상기자의 직업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온라인 화상 토론을 하고 있다 “동료들의 지지, 가족의 인정이 카메라를 다시 들게 하는 힘” 그렇다면 참혹한 현장의 기록자들이 심리적 붕괴를 극복하고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게 하는 요인은 뭘까.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공적 인정(Recognition)'과 '조직 및 가족 내부의 존중 커뮤니케이션 풍토'를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재희 교수 연구팀은 1980년 광주의 진실을 목숨 걸고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상이 위험 지역을 누비는 현역 영상기자들에게 실제로 어떤 심리적 의미와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기 위해 국내외 수상자 8명(국내 4명, 해외 4명)을 대상으로 심층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과 같은 권위 있는 공적 포상은 영상기자들에게 단순한 명예를 넘어,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고 극복하게 만드는 강력한 ‘직업적 확신’의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영상기자들은 공적 수상을 경험하면서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목숨을 걸고 수행한 이 직업적 업무가 옳았구나,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었구나, 우리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구나’라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된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직업적 확신은 트라우마에 주저앉지 않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과 현장 업무를 끝까지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인터뷰에 응한 수상자들은 “상을 받았지만 진짜 영웅은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싸운 시민들이고 나는 단지 그것을 세상에 전달한 매개자일 뿐”이라며 직업적 겸손함을 내비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포상이 내가 현장에서 감수해야 했던 생명의 위협과 정신적 고통의 가치에 타당성을 부여해 준다는 점에서, 심리적 회복에 실제로 거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만 이들은 수상 이후에도 현장의 비극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에서 오는 ‘미종결 사건 의식에 따른 도덕적 긴장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도 밝혀, 지속적인 심리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2022년 ‘뉴스상’ 수상자이자 이날 포럼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필립 콕스(Philip Cox) 기자도 공적 인정의 치유 효과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했다.  프리랜서 영상기자인 필립 콕스기자는 2004년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자비로 취재하기 시작한 이래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전 세계의 가장 참혹한 비극의 최전선을 카메라에 담아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수단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심층 취재하던 중 친정부 민병대에 납치되어 사막 한가운데서 인질로 억류되었고, 이후 정부의 비밀 구금시설에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는 등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온 기자다. 콕스 기자는 저널리스트의 취재 환경을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거친 ‘바다’에 비유했다. 그는 “현장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위험하다. 선원의 진정한 능력은 잔잔한 바다가 아니라 거친 폭풍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증명되듯, 돌발 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안전 훈련과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흑 같던 독재 정권이 무너진 수단으로 다시 돌아가 제작한 심층 다큐멘터리 <수단의 스파이더맨>을 작업하면서 비로소 내면의 치유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군사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우는 젊은 활동가의 역동적인 모습을 백인 기자의 시선이나 내레이션 없이 온전히 수단 현지인들의 목소리로만 담아낸 이 작업은, 그에게 일종의 ‘엑소시즘(치유의 의식)’이자 영상이 가진 사회적 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아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는 “프리랜서로서 이 위험한 결과물이 세상에 제대로 공개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감과, 현지 취재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을 때 들려온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 소식은 나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안도감과 공적 인정의 기쁨을 선사했다”고 회고했다. 콕스 기자는 “2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기자 생활을 했지만, 대한민국 국회와 광주 시상식에서처럼 언론인의 사회적 역할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환대해 주는 정치·사회적 환경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며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광주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금 뼈저리게 확신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공적 인정 외에 일상적인 직장 내부의 소통과 가장 가까운 가족의지지 역시 기자를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버팀목이 된다는 현직 기자의 증언도 나왔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을 취재했던 KBS 신봉승 기자는 “기자에게 재난과 참사, 분쟁 지역 취재는 숙명과도 같다”면서도 “거대한 참사의 자극도 크지만, 때로는 현장에서 마주친 아주 사소하고 감각적인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는 강력한 트라우마로 각인된다”고 고백했다.  그는 조 교수가 언급한 ‘공적 인정과 조직 내 존중의 힘’에 공감했다. 신 기자는 “KBS 내부 사내 시스템에서 매일 아침 전 직원의 조회가 가장 높은 항목은 다름 아닌 ‘오늘의 편집회의’ 결과”라며 “어제 어떤 기사와 영상이 좋았고 누가 수고했는지를 공식적으로 격려하는 데스크와 동료들의 평가, 이 작은 소통이야말로 현장 기자들이 갈구하는 첫 번째 ‘인정’의 형태”라고 짚었다.  가족의 지지와 인정 역시 카메라를 다시 들게 하는 원동력이다. 신 기자는 “일 핑계로 주말에 집에서 누워만 있어 아이에게 ‘핸드폰만 보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언론상을 수상할 때 아이를 데려간 이후 아이가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을 자부심 있게 말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공적 인정을 매개로 가장 가까운 가족과 동료들이 보내주는 지지와 존중이 있을 때, 아무리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위험한 현장이라도 다시 뛰어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공적 인정의 상징이 외부의 힌츠페터상이라면, 매일 부딪히는 조직 내부와 동료들의 존중 커뮤니케이션은 번아웃을 예방하고 PTSD를 극복하게 만드는 가장 즉각적인 주체”라고 덧붙였다. 중소 언론인, 프리랜서, 자원봉사자 등 ‘사각지대’ 깰 공적 치유 체계 ‘시급’ 참석자들은 영상기자들의 PTSD 극복을 위해 해당 언론사의 사내 복지 차원을 뛰어넘는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공적 지원망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강도 위험에 노출된 기자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개인적 대응 전략은 '트라우마에 대한 회상과 소통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회피 전략이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두려워 동료나 가족에게 현장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기자들이 심리적으로 무뎌져 치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제도적이고 강제적인 공적 보살핌이 개입해야 한다.  조재희 교수는 “자신이 겪은 상처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가둬두었다가 전문가의 체계적인 도움없이 홀로 밤에 잠들기 전 갑자기 끄집어내어 되짚어보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대로 된 심리적 안전장치 없이 상처를 독자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또 다른 형태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며 “안전한 환경에서 상처를 끄집어내는 ‘의도적 반추’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망을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는 거대 언론사의 조직적 시스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언론사, 지역 언론 및 인터넷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처한 정신건강의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필립 콕스 기자는 거대 언론사의 완벽한 사내 복지 시스템을 즉각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프리랜서나 영세 언론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즉각적 치유책으로 '동료 간 상호 지원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콕스 기자는 “트라우마를 받아들이고 내면에서 소화해 내는 속도와 방식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전쟁터나 재난 현장을 먼저 경험한 베테랑 경력 기자들과 이제 막 현장에 진입해 충격을 받은 신입 기자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신체적·정신적 안전 상태를 살피며 고통을 공유하는 대화와 연대의 문화를 현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치유 체계 구축의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언론사 경영진을 향해서도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저널리스트가 결국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더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어낸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봉승 기자는 “내가 속한 대형 방송사(KBS)에는 다행히 사내 심리 상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프리랜서 영상저널리스트나 규모가 작은 언론사, 인터넷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PTSD를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유해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신 기자는 이어 과거 아프리카의 참상을 촬영한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진기자 케빈 카터의 비극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도 언제든 이런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적 지원 체계의 수혜 대상을 언론계를 넘어 현장과 연대하는 시민사회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기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연구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었음에도 아무런 국가적 돌봄을 받지 못했던 대학생의 사례를 소개하며 “특정 재난이나 참사 현장에서 함께 상처받은 시민 봉사자들과 언론인 모두를 아우르는 ‘공적 차원의 트라우마 통합 지원 체계’가 구축될 때, 우리 사회 전반의 재난 극복 역량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상기자의 트라우마와 극복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경청하며 필기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언론인 맞춤형 PTSD 척도 마련 필요” 한편, 임인재 연구원은 이번 포럼에서 도출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연구가 한 단계 더 발전적으로 지속되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임 연구원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가졌던 역사적 부채의식과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이 “현재의 젊은 기자들에게도 기성세대와 동일한 무게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이어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외상유발사건 경험 척도’를 ‘언론인 맞춤형 진단 도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소방관들이나 재난 구조대원들의 경우 직무 특수성을 반영해 화재나 사체 목격 등 유형별 고통의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특화 척도가 존재한다. 그는 “연구에서 활용된 구체적인 설문 문항들을 후속 연구나 현장 매뉴얼에 상세히 공개한다면, 위험에 노출된 기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하는 실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6-06-25
  • 수사의 종착점은 하나가 아니다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6)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사기관에 출석, 조사받는 때를 포함해 형사절차의 흐름에 따라 단계별 대처방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형사절차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큰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누군가 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거나 고소하면 수사기관은 범죄가 있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재판에 넘길 만큼 증거는 충분한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수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과거 수사는 경찰에서 시작해서 검찰로 끝나는 단선적 과정이었다. 지금은 조금 복잡해졌다. 경찰이 시작해서 검찰이 끝낼 수도 있고, 경찰이 시작과 끝을 도맡을 수도 있다. 이러한 수사의 복선화는 이른바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변화다. 이번 호에서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어떻게 종결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수사과정이 단선에서 복선이 되었기 때문에 수사종결의 유형 역시 경찰과 검찰 각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몇 가지 결정을 내린다.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검찰로 보낸다. 이를 ‘검찰송치’라고 한다. 쉽게 말해, 해당 사건은 재판에 넘길 만해 보이니 검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반대로, 범죄가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하면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경찰의 판단으로 수사를 끝내는 것이다. 이 점이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핵심적인 변화다. 과거 수사를 종결할 권한을 갖지 못했던 경찰에게 현재는 1차적 수사종결권이 생겼다. 불송치라고 해서 항상 ‘범죄가 아니다’거나 ‘범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불송치에도 다양한 하위유형이 있다. ‘혐의없음’은 범죄사실이 성립하지 않거나, 증거가 불충분해서 재판해도 유죄가 나오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죄가안됨’은 겉으로는 범죄처럼 보여도 정당방위, 긴급피난처럼 정당화시킬 만한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다. ‘공소권없음’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친고죄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철회하는 바람에 재판의 필수적 요건이 결여된 경우다. 마지막으로 ‘각하’는 고소나 고발 자체가 부적법하거나 수사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 내려진다. 이 외에도 피의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내리는 ‘피의자중지’ 결정, 핵심 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는 경우 취하는 ‘참고인중지’ 결정도 있다. 검찰송치, 즉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 드디어 검사가 사건을 들여다본다.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기록과 모은 증거를 검토하고, 필요하면 직접 추가 조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후 범죄 혐의가 수집된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으며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재판으로 넘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기소’다. 기소가 되면 사건은 법원의 재판 단계로 넘어가고, 피의자의 신분 또한 피고인으로 바뀐다. 참고로, 현행법 하에서 수사권과 달리 기소권만큼은 여전히 검사가 가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 종결 유형 역시 경찰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기소, 즉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행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불기소의 유형으로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등을 정하고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과 대체로 유사하다. 검찰의 수사 종결 유형 중에 ‘기소유예’가 있다. 기소유예는 경찰에는 없고 검찰 수사과정에만 있는 특수한 형태의 결정이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기소할 수도 있는데 유예한다는 의미이므로 판결로 치면 무죄가 아닌 유죄에 가깝다. 증거와 법리에 비추어 범죄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 전과, 범행 동기, 피해 회복 여부, 반성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이번에는 재판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재판으로 치면 ‘선고유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니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해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설명한 현행 수사 구조가 조만간 대대적으로 달라진다. 올 10월 2일부터 검찰청은 사라지고 그 역할을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 나눠갖는다. 일반범죄는 종전과 같이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한다. 그리고 공소청은 기소 여부 및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두 개 기구 중 검사는 공소청에서 근무한다. 공소청 소속 검사들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결국, 검사들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일에 집중하게 구조가 만들어진다.법률용어 해설송치: 경찰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수사한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것불송치: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는 것기소: 검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불기소: 검사가 수사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사건을 법원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는 처분기소유예: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와 전과, 범행 동기, 피해 회복, 반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처분의 일종                                                                                                                                                                                                                                               양재규 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
    2026-06-25
  • 개정 방송법 첫 공영방송 이사 추천 막바지
    MBC‧EBS 인선 절차 순항…KBS·YTN은 내부 갈등으로 ‘난항’  개정 방송법 체제에 따른 첫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후보 추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위원장 김종철)가 제시한 공모 및 추천 마감일은 26일. 그러나 방송사별 내부 갈등과 법적 공방이 얽히면서 시한 내 추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빠른 속도로 인선이 진행 중인 곳은 MBC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국회 교섭단체 5명, 시청자위원회 2명, 임직원 과반수 동의 2명, 방송미디어 3학회 2명, 2개 변호사단체 2명 등 모두 13명이다. 시청자위, 학회, 변호사단체 등은 공모를 마감하고 지원자를 공개하는 등 내부 심사를 거쳐 조만간 추천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임직원 추천 이사는 지난 17일까지 투표를 진행했지만 후보자들이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 23~25일 재투표를 치르기로 했다. EBS도 16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임직원 추천 이사 5명,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13명이 지원해 조만간 추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반면 KBS는 일부 이사 추천 프로세스가 사실상 멈춰 섰다. 임직원 과반 추천 이사와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선임 등을 위해 규정을 마련해야 할 편성위원회가 사측의 거부로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일부 노동조합이 낸 편성위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안팎에서는 개정 방송법 이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위원장 이호찬)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특정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이유로 편성위원회 운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위촉된 종사자 측 위원의 권한을 부정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방송법이 보장하는 편성 독립의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방미통위가 최근 의결한 ‘2026 하반기 지상파 재허가 세부계획안’에 ‘편성위원회 및 편셩규약 이행 실적’을 심사 항목으로 신설한 점을 들어 박장범 KBS 사장을 향해 “편성위원회 개최를 거부함으로써 법적 의무를 외면하고 KBS의 재허가 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추천 몫을 제외한 채 이사회가 출범할 경우 의결 정족수와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미통위도 KBS 상황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영방송으로서 법적 지위가 가장 분명한 KBS에서 편성위원회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방송 법령과 규칙에 따라 편성위 가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로부터 7월 31일까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보도전문채널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대 주주의 회사 추천 몫을 두고 난항을 겪던 연합뉴스TV는 지난 12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사추위 신설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대 주주인 연합뉴스는 회사 쪽 위원 3명, 4% 이상 지분을 가진 나머지 소수 주주 1명 등 4명을 추천하고 노조 추천 4명, 시청자위원 추천 1명 등 모두 9명으로 사추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연합뉴스TV는 7월31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추위 관련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YTN은 사추위 구성과 보도 통제 논란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겨레신문 사장 출신의 양상우 사내이사는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와 ‘저널리즘책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측근 인사를 배치했다.  노조는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 인사(사외이사)가 사추위 구성 협상 자리에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회사쪽은 이사회가 교섭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저널리즘책무위가 과거 기사 삭제 사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선 데 대해서도 노조는 “본격적인 보도 개입과 통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 이사의 ‘친정’인 한겨레신문의 노동조합도 YTN 구성원들에 대한 연대 성명을 냈다. 지난달 29일 낸 성명에서 한겨레지부는 ”유진그룹 체제 아래서 보도·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고자 분투 중인 YTN지부 동지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하며, YTN 이사회가 보이고 있는 반노동적·반저널리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지부는 특히 저널리즘책무위 활동에 대해 “유진그룹에서 임명한 이사회가 경영과 편성의 분리 벽을 넘어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보라며 “이사회에 의해 설치되었을 뿐인 기구의 독단적인 ‘보도 자율성 침해 사안 진상조사’는 단협을 위반하여 공방위 제도를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재정 지원 중단으로 벼랑 끝에 몰린 TBS의 구성원들은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로 생존을 호소했다. 언론노조는 “7월 개원 즉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복구 조례를 1호 조례로 발의해 의결하고, 서울시와 TBS 정상화 방안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6-06-25
  • 뉴스영상 AX, 속도 조절해야 할 때
     EBS 교육방송에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등 국내외 고전 100권을 소개하는 인문교양 프로그램이다. 물론, 지식과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야 전혀 새로운 기획은 아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15분 분량의 콘텐츠 전부가 AI 영상과 음성으로 제작되었고, 저자가 직접 강의하는 듯한 연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데 있다. 즉, 18세기 글래스고 대학에서 직접 강의하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강의를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원전 충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이미지, 음성, 자막이 모두 생성형 AI로 제작되었고 강의도 영어로 전달되어 고전의 교양과 외국어 학습이라는 EBS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매우 “효율적”으로 성취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고전은 고금과 자타가 공인한 인류의 지식과 지혜의 보고이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AI를 사용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인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동시에 EBS 공공성에 부합하는 기획인 듯하다.  사실, 인쇄술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과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고전은 늘 새로운 매체 기술의 문법에 따라서 다시 만들어져 왔고, 대중은 원전보다 매체가 요약하고 해설한 고전 “콘텐츠”에 훨씬 더 익숙해져 왔다. 그렇기에 “원전 충실성”과 “접근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효율성” 세 마리 토끼를 AI로 모두 잡은 EBS의 고전 콘텐츠 기획은 성공적인 공익적 AX(AI 전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서구에서 고전문학의 교육적 활용은 고전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개인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의 라우라 루이즈(Laura Ruiz) 교수의 고전 읽기의 방법론은 매우 사려 깊어 보인다. 그녀에 의하면, 고전 읽기는 단순히 원전의 의도를 충실히 학습하는 개인적 교양 습득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회적인 맥락 속에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고전 콘텐츠가 고전을 매끄럽게 요약해 주는 방식과 달리, 그녀의 고전 읽기는 고전에 대한 접근성과 학습의 효율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충실성”과 “접근성”을 더 중시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고전문학이 개인의 지적 수준을 엘리트적으로 고양시키는 것이 아닌 불평등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변화의 도구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김유열 EBS 대표가 "AI 기술을 활용하면 질은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작비는 획기적으로 낮추는 마법 같은 일"이 만들어 내는 교육 효율성 원리와는 어쩐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인다. 특히 지극히 원자화된 미디어 이용과 능력주의에 부대끼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BS의 AX를 통한 공공적 효율성에 우리가 환호하는 이유는 사실, 그것에 우리는 이미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교양 콘텐츠와 달리 언론보도는 AI에 대해 좀 더 엄격하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영상기자, 법조 및 언론학자와 함께 마련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로 실사풍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 이유는 “보도영상은 영상기자가 현장의 사실을 조작 없이 기록한 것이라는 시청자의 믿음을 근본적으로 훼손하여 언론의 공적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영상기자들이 “전문직 윤리”를 “공공적 효율성”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매우 적절하다. 다만, “뉴스 맥락의 이해를 돕는 보조적인 시각자료”로서 AI 생성 영상은 허용이 되는데, 이는 뉴스 제작자의 자의적 판단이 상당히 개입될 여지가 있다. 지난 5월, 모 방송사 뉴스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 선박 폭발 사고를 다루면서 실제 확인되지 않은 정황과 추정을 사실적인 AI 영상으로 재현해, 시청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또 다른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서 북ᄋ중ᄋ러 정상이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서 전망을 바라보며 박수치는 장면을 AI로 제작해 내보냈다. 시청자에게 정상 간 회동의 맥락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한 ‘보조적’ 자료였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맥락적 정보가 무엇인지는 모호하였다. 이외에도 전쟁이나 사건과 사고 보도에서도 서서히 AI 생성 이미지와 영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보도에서 “공공적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보도영상 AX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BS의 고전 교육이 파편화된 학습과 능력주의의 재생산을 의도하지 않았듯, 어느 방송사도 영상기자 없는 현장과 ‘생성된 맥락’으로 진실을 대신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도 공공성의 본질을 해치려 하는 의도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가장 ‘효율적’ 길이 곧 ‘공리’라고 믿는 데 익숙해져 있고, 그 믿음 속에서 효율성은 어느새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정작 공공의 이익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뒷전으로 밀어내 버리고 있다. 그러나 라우라 루이즈 교수의 말처럼 고전문학은 교과서와 달리 결코 매끄럽게 배달될 수 없고, 더디게, 그러나 끝내 다른 사람과 함께 도달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도 영상의 한 컷의 이미지는 매끄럽게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두 발로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기에 비로소 기록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마저도 손쉽게 생성 가능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의 현실을 훼손시킬까 걱정되는 것은 공공적 효율성으로 인해 수많은 공공의 것들이 훼손되어 왔는지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2026-06-25
  • AI 기반 영상 제작·업무 자동화 교육 성료
    지난 5월 20~22일 부천 웹툰융합센터에서 열린 'AI 영상 제작 및 업무 자동화 기본 과정' 교육에서 회원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부천 웹툰융합센터에서 '영상기자를 위한 AI 영상 제작 및 업무 자동화 실무 과정'을 개최했다. 이번 교육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영상기자의 취재·제작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미지 생성부터 영상 제작, 음악 생성, 업무 자동화 도구 활용까지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직접 실습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방송용 로고송 제작,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현업에 적용 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I 기술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체험했다.  교육에 참여한 회원들은 "막연하게만 알던 생성형 AI를 직접 실습하며 익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현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교육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구성원 전체가 함께 수강하면 좋을 만큼 실질적인 내용이었다",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과 업무 자동화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AI가 새로운 제작 환경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는 흐름을 확인하는 한편,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사실 검증과 출처 확인 등 언론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어 “심화 과정이 개설된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며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AI 도구 활용법을 더욱 심도 있게 다루는 후속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협회는 회원들의 높은 관심과 교육 수요를 반영해 하반기에도 AI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생성형 AI 입문자를 위한 기초 과정과 취재·제작 업무 적용을 중심으로 한 심화 과정을 단계별로 운영해 보다 많은 회원들이 AI 활용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협회 정수지 간사                                                                                                                                                                                                                                                                                  kvja6476@gmail.com 
    2026-06-25
  • 프레임 너머로 한국을 전하는 첫걸음
    안녕하십니까. 일본 민영방송사 TBS 서울지국에서 카메라를 잡고 있는 신입 영상기자 정동기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의 언론 정의와 올바른 뉴스 문화를 이끌어오신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일원으로 선배님들과 관계자분들께 첫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지면을 빌려 저를 협회의 신입 회원으로 따뜻하게 받아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외신 지국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영상기자로서 첫걸음을 떼게 된 것은 저에게 큰 특권이자 동시에 매 순간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한국의 오늘과 사회적 역동성은 단순히 국내 뉴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장벽이 가로막고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에게 현장의 상황을 오해 없이, 그리고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는 결국 ‘영상’뿐이라는 사실을 매일 취재 현장에서 뼈저리게 배우고 있습니다.해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제작하기에, 현장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마주할 때마다 늘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자극적인 연출이나 화려한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상황의 본질을 어떻게 하면 왜곡 없이 담백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늘 지국 막내 기자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현장의 공기와 온도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정직한 영상만이 국경을 넘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을 매일 현장에서 다듬어가고 있습니다.입사 후 정신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취재 현장에서 마주친 한국 영상기자 선배님들의 모습 덕분이었습니다. 매서운 한파나 폭우 속에서도, 혹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긴박한 대치 상황 속에서도 한 컷의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시는 선배님들의 전문성과 치열한 열정을 보며 깊은 감동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치열함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영상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잃지 않는 선배님들의 뒷모습은 저에게 그 어떤 교과서보다도 훌륭한 귀감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현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프레임을 채워나가는 선배님들의 땀방울 속에서, 제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영상기자의 길이 어떤 것인지 그 이정표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이제 저 역시 한국영상기자협회의 회원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달게 된 만큼, 선배님들이 땀 흘려 일구어 놓으신 이 길에 부끄럽지 않은 동료이자 후배가 되기 위해 한 걸음 더 뛰고자 합니다. 비록 외신 지국 소속이라는 경계에 서 있지만, 시대의 공기를 기록하고 사회의 다양한 곳을 밝히며 현장의 진실을 쫓는 영상기자 본연의 역할만큼은 선배님들과 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겠습니다. 눈앞의 화려함에 눈이 멀지 않고, 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단단한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아직은 카메라 가방의 무게보다 현장에서 배워야 할 것들의 무게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서툴고 부족한 신입입니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을 마주치게 되면 항상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먼저 다가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선배님들의 치열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가감 없는 조언과 때로는 따끔한 지도 편달을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선배님들이 걸어오신 길을 등대 삼아, 저 역시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영상기자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다시 한번 협회의 일원이 된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선배님들의 건강과 안전한 취재 활동을 늘 마음 깊이 기원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BS 정동기
    2026-06-25
  • 한 컷의 무게를 아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MBN 신입 영상기자 최규태입니다.오래도록 동경해 왔던 직군의 선배님들께 이제는 후배로서 카메라를 메고 현장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영상기자를 준비하던 시절 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격렬한 시위 현장을 직접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촬영한 영상이 뉴스 특보로 방송되는 것을 보며, 영상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막중한 영향력을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현장은 빠르게 움직였고 뒤섞인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서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습니다. 그 혼돈 속에서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어떤 장면을 촬영해야 현장을 잘 전달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서툰 경험 탓에 놓친 장면도 많았고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 경험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영상기자는 단순히 카메라를 조작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수많은 장면 속에서 진실을 판단하고 시청자의 눈을 대신해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몸소 배웠기 때문입니다. 매일 '뉴스'를 만든다는 거대한 책임감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지켜오신 영상기자의 유산은 단순히 현장을 담아내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매 순간 현장에서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겠다는 숭고한 사명감이었고, 단 한 컷의 진실을 건지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도 몇 시간씩 버티는 끈기였습니다. 매일 저녁 뉴스 리포트에 담기는 짧은 몇 초의 영상을 위해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쏟아내신 치열한 고민과 선택의 무게를 체감할 때마다, 제가 어깨에 멘 이 카메라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닫습니다.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며 영상기자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오고 가지만, 저는 영상기자만이 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읽고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으로 구도와 노출만 맞추는 촬영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늘 현장의 중심 주제를 고민하며 예리한 시선과 균형 잡힌 감각을 갖춘 기자가 되겠습니다.경험이 쌓이고 연차가 오르더라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겠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일구어 오신 언론의 명예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오늘도 제 카메라에 단 한 컷도 부끄럽지 않은 진실을 담아내겠습니다. 현장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N 최규태
    2026-06-25
  • 순간을 기록하는 영상기자의 책임
    안녕하십니까. MBN 영상기자 박양배입니다.입사한 지 어느덧 10개월이 되어 갑니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부족함도 많이 느끼지만, 하루하루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며 영상기자라는 직업의 무게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습니다.처음에는 영상기자라는 직업을 단순히 '장면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 다양한 상황을 직접 마주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영상기자는 단순히 화면을 담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장면을 어떻게 전달할지 끊임없이 판단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특히 뉴스 현장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사고 현장은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고, 중요한 인물 촬영은 순간적인 판단 하나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 장비 운용은 물론이고 순간적인 판단과 집중력, 그리고 빠른 대응까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을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좋은 영상을 만든다는 것이 단순히 촬영 기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기억에 남는 경험도 있습니다. 지난겨울 아침 7시 뉴스 중계를 준비하던 날이었습니다. 아침 7시 뉴스 생중계를 위해 새벽부터 현장으로 향했고, 중계 전 시민들의 출근길 모습과 강추위 상황을 스케치해야 했습니다. 그날은 유독 추운 날이어서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동안 손이 얼어붙는 수준을 넘어 찢어질 듯한 통증까지 느껴졌습니다. 잠시 손을 주머니에 넣어 녹였다가 다시 꺼내 촬영하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내가 담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이 현장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화면을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영상기자라는 직업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현장을 다니다 보면 영상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고민과 판단이 들어가는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어떤 장면을 선택할지, 무엇을 더 보여주고 무엇을 덜어낼지에 따라 뉴스의 분위기와 전달 방식도 달라집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선배들의 취재 결과물을 보고 현장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영상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기록하는 영상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안의 맥락과 의미까지 담아내며 카메라 뒤에서 느끼는 책임감을 늘 잊지 않고, 배우는 자세로 현장을 마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N 박양배
    2026-06-25
  • 현장에 충실한 기록자
     “어이 거기! 나오라고!” “이렇게 맘대로 찍어도 되는 거야?” “아, 나올게요! 카메라 잡지 마세요!” 잊을 만하면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복귀하는 차 안에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다 보면, '이 일에 익숙해진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싶다가도 역시나 만만한 직업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영상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다 보면 때로는 존경의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이나 기업 총수가 ENG 카메라 앞에서 쩔쩔매는 엄숙한 현장이 있는가 하면, 물놀이하는 초등학생들이 카메라를 향해 잔뜩 귀여운 포즈를 취하는 유쾌한 현장도 있습니다. 이처럼 영상기자의 하루는 늘 미지수로 가득하며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갑니다. 격동하는 현장 속에서 저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야 할까요. 처음 영상기자를 지망할 때는 “카메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취재한 리포트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면 좋겠다”라는 다소 순진한 대의를 품었습니다. 현장에 투입된 후에도 늘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만한 '대단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막연하게 애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가 커피를 마시며 왜 영상기자가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기다렸다는 듯 가슴속에 품고 있던 거창한 포부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선배는 “영상기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기자의 본질은 결국 '기록하는 사람'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현장을 왜곡 없이 담아내는 기록자로서의 역할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강한 충격이 일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져왔던 생각이 얼마나 비대하고 안일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영상기자의 업무는 늘 미지수로 가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거센 변화와 감정의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중심'이 필요합니다.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어느 가족>이 관객들의 마음에 그토록 깊은 파동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화려한 영상미나 감정을 쥐어짜 내는 신파적인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유지했던 관찰자적 시선,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담담한 인터뷰 장면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카메라 뒤에 숨은 주관이나 감정을 과감히 덜어내고 현장을 있는 그대로 응시할 때, 비로소 날것의 사실이 지닌 가장 강력한 울림이 태어난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사실에 가까운 픽션을 말하고 있지만, 현장의 영상기자는 꾸며지지 않은 '진짜 사실'을 목격하고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욕심으로 카메라에 과도한 감정을 싣지 않으려 합니다. 때로는 분노로 가득 차고, 때로는 슬픔으로 얼룩진 현장일지라도, 렌즈 뒤의 저는 가장 차분하고 의연한 눈빛으로 뷰파인더를 바라보겠습니다. 화려하게 포장된 메시지보다 담백하게 담긴 진실 한 조각이 우리 사회를 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삼각대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실 그대로의 대한민국을 묵묵히 기록하는 신뢰받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MBN 김래범
    2026-06-25